[현장중계] 문체부-예경 미술시장 결산, 2022년 미술 시장 1조원 대 넘을 수 있을까?
[현장중계] 문체부-예경 미술시장 결산, 2022년 미술 시장 1조원 대 넘을 수 있을까?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1.14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한국 미술 시장의 중요한 해 될 것
20대 후반 40대 초반, 신흥 컬렉터들의 등장
컬렉터들을 위한 교육, 인식 개선 등 노력할 지점 존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지난 2021년은 미술계와 미술 시장의 굵직한 변곡점이 있는 해였다. 故이건희 삼성 전 회장의 컬렉션 기증, NFT 미술품의 등장, 주요 아트 페어의 성공 등 코로나19 등장으로 가라앉았던 미술계를 더욱 크게 일으킬 수 있는 지점들이 많이 나타났다.

한 해의 미술 시장을 전반적으로 정리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 이하 문체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문영호)는 지난 달 연말을 맞아 ‘2021 미술품 감정 및 유통기반 구축 & 미술시장 결산 컨퍼런스(KAMS Art Market & Appraisal Conference)’를 1,2부에 나눠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두 토론회 중 지난달 30일에 ‘한국 미술시장 결산과 전망’을 주제로 열린 미술시장 결산 토론회를 통해 올해 2022년 미술 시장 흐름과 전망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미술시장 결산 토론회 김봉수 시각정보지원팀 대리 발표 (사진=예경 유튜브 캡처)

2021년 미술 시장의 변화와 변화 원인을 돌아보기 전, 예술경영지원센터 김봉수 시각정보지원팀 대리가 한국 미술시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술 시장의 성장과 변화지점을 살펴봤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케이아트마켓의 경매 시장 거래 데이터와 미술시장실태조사 시계열 데이터, 주요 아트페어가 공개한 매출 실적을 고려해 2021년 미술 시장 규모는 9,223억 원(지난해 12월 20일 기준)이라고 예측했다. 한국 미술 시장 규모의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것이다.

매출은 화랑시장, 경매시장, 아트페어 시장 모두 전년 대비 100%를 뛰어넘는 증가세를 보였고, 특히 아트페어 시장의 경우 전년 대비 229.7%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또한, 온라인 경매가 활발하게 일어난 것을 이번 미술 시장 성장의 특징으로 봤다.

2020년은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사회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불황’, ‘연기’, ‘시장위축’ 등의 부정적 단어가 미술계 키워드로 떠올랐다면, 지난해 2021년에는 ‘시장성장’, ‘아트테크’, ‘NFT’ 등의 새로운 미술 시장의 방향성과 변화의 지점들이 키워드로 확인됐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22년 올해를 미술 시장의 큰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사건들이 산재해있는 해라고 짚었다. 해외유명갤러리들이 국내로 들어오고, 프리즈 아트페어가 서울에서 개최되는 점을 꼽았다. 이러한 토대를 바탕으로 케이아트마켓, 예술경영지원센터 미술시장실태조사팀은 내부데이터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올해에는 한국 미술 시장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1 아트바젤 리포트 기준, 세계 미술시장 주요 국가인 스페인을 넘어서고 독일‧스위스와도 견줄 만 한 규모다.

▲‘미술시장 성장과 도약’ 주제의 라운드테이블 현장 (사진=예경 유튜브 캡처)

2021년 미술 시장의 전반적인 현황을 돌아본 후 컨퍼런스에서는 ‘미술시장의 성장과 변화’에 대해 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 변지애 대표, 서울경제 문화부 조상인 차장, 시각예술실태조사 이슬기 해외미술시장연구원이 아트마켓, 미술 현장, 세계 미술 시장의 분야별 현황과 요인을 파악하는 발표가 이어졌다. 이후 ‘미술시장 성장과 도약’을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이 마련돼 2022년 미술 시장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논의가 열렸다.

MZ세대, NFT 미술품의 등장…미술시장 부흥 이끌어

미술시장의 성장과 변화에 대해 3명의 발표자는 2020년에 비해 2021년은 비약적으로 미술시장이 성장한 한 해로 봤다. 성장의 주요 원인으로는 NFT미술품의 등장, MZ세대의 신흥콜렉터 유입을 꼽았다. 부동산 규제, 코로나19로 차단된 문화 소비 욕구에 대한 보복소비로 미술 시장으로 자본이 투입됐다는 해석도 있었다.

MZ세대의 신흥콜렉터 유입은 한국 뿐 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공통적으로 벌어진 현상이었다. 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 변 대표는 아트바젤, UBS(스위스금융그룹)에서 발간하는 리포트를 토대로 세계 미술 시장에서 나타난 현상을 언급했다. 변 대표는 2020년에서 2021년 초반 글로벌 아트 마켓을 주도한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였다고 밝혔다. 12억 원 이상의 작품을 구매한 컬렉터의 30%가 밀레니얼 세대였고, 2021년에도 이 소비 성장세가 꾸준히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젊은 신흥 컬렉터들의 등장은 미술 시장의 여러 지점에서 변화를 일으켰다. 먼저 ‘온라인’을 이용한 미술 시장의 확장세를 이끌었고, 시장의 전체적인 속도를 빠르게 변화시켰다. 일례로 아트페어가 열리기 전 온라인 뷰잉룸(OVR)을 이용해 주요 작품이 거래되는 경향이 나타났고, 갤러리 및 갤러리스트와 먼저 소통하고 자신의 컬렉션으로 신뢰를 쌓아야 인기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상황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M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미술 시장의 불안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미술품을 예술로 보지 않고, 단순 투자 대상으로 보면서 건강한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도 함께 나타났기 때문이다. 변 대표는 “아트 페어를 방문하면서 ‘매물을 보러 간다’라는 표현을 하거나, 부동산 투자자들이 한 작가의 작품을 의도적으로 모두 다 사버리는 식의 행동은 시장발전의 위해 요소가 될 것”이라고 봤다.

▲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 변지애 대표 발표  (사진=예경 유튜브 캡처)

신흥 컬렉터, 한국 미술시장 저변 확대…새로운 문화 주도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미술계를 살펴 본 서울경제 문화부 조 차장 역시, 신흥 컬렉터들이 젊어졌다는 점과 동시에 긍정적인 변화와 우려 지점을 짚었다. 한국 컬렉터의 문화는 누가 어떤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지 밝히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다. 때문에, 컬렉터들의 특성이 어떠한지 파악하기 어려웠고, 아주 소수의 컬렉터가 한국 미술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전국에 있는 갤러리가 500여 개인데, 집계되는 주요 컬렉터는 433명 정도였다. 조 차장은 이러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국 미술 시장의 저변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런 가운데, 2020년과 2021년에 유입된 2040 세대는 긍정적 신호라는 것이다.

또한, 새로 유입된 젊은 세대는 자신의 소장품을 숨기는 기성 컬렉터들과 달리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성향을 띠었다. 그리고 현재 2040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식으로, 자본을 상속받고 물질적‧문화적 풍요를 누린 세대라고 설명했다. 성장과정에서 IMF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모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부를 축적해야 하고, 재테크와 분산투자를 본능적으로 깨우친 세대로 설명된다. 이들은 자신이 가용한 규모로 작품을 사고, 팝아트‧아트토이‧동시대 감각의 회화 등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컬렉팅을 하고 있다고 파악된다.

이처럼 신흥컬렉터들은 이전과 다른 미술 시장을 주도하는 등 긍정적 변화 지점을 만들고 있지만, 동시에 불안한 지점도 나타났다. 조 차장은 신흥 컬렉터들이 미술품을 단기 투자 대상으로 보는 것을 경계해야하고, 이들이 정보를 획득하는 플랫폼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라는 점도 앞으로 개선돼야 할 지점이라고 봤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매체는 작품과 경향에 대한 실시간 공유와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간다는 점에서 건강할 수 있지만, 입소문이나 시류에 흔들려 작품을 사고파는 것은 건강한 미술 시장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젊은 컬렉터들이 해외 유명 작가에 집중한 나머지 한국 4,50대 중견작가를 상대적으로 소외시키는 경향이 있어 이 간극을 좁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국 미술 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선 컬렉터들을 위한 교육, 정보제공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 서울경제 문화부 조상인 차장 발표 (사진=예경 유튜브 캡처)

NFT 미술품의 등장은 투자 가치를 보고 미술계 내부 인사가 아니어도 시장에 참여하는 현상을 만들었고, 갑작스럽게 큰 거래액이 오가면서 일각에선 ‘닷컴 버블(인터넷 관련 분야가 성장하면서 주식 시장이 갑자기 상승한 거품 경제)’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형식의 미술품 등장은 미술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냈고 시장의 확장을 이끌어냈다. NFT미술품의 등장은 소유와 감상의 권리를 구분 지어 생각할 수 있는 논점을 제공했고, 현재는 여러 가지 시도 가운데서 시장의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변 대표는 NFT 미술품의 경우 원작자나 작가 유가족과 계약이 제대로 성사됐는지 확인하고, 작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점도 한 가지 주의할 점으로 제시했다.

키아프-프리즈 아트 페어, 한국 미술 시장 선보일 기회 될 것

‘미술시장 성장과 도약’을 주제로 한 라운드테이블에선, 2021년 미술 시장 급성장에 이은 2022년을 어떻게 대비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자들은 올해 미술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계속 성장세를 달릴 것이라는 것에는 같은 의견을 모았다. 다만, 지난해 온라인 시장이 특화되고 신흥 컬렉터들이 들어오면서 생긴 변화 지점에 대해서는 오프라인과의 조화를 추구하고 전통적 시장 경향과 어떻게 아울러서 나아갈 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올해 예정돼 있는 키아프와 프리즈 아트 페어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오갔다. 갑작스러운 해외 갤러리들의 진출은 되레 국내 내수 시장을 잠식할 수 있고, 해외 유명작가들에 한국 작가들이 되레 밀려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났다.

▲라운드 테이블에서 발언하고 있는 ㈔한국화랑협회 전시사업팀 김동현 팀장  (사진=예경 유튜브 캡처)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한국화랑협회 전시사업팀 김동현 팀장은 “프리즈와의 협업 이전에 우리는 2년 간 준비를 했다”라며 “2020년에는 온라인 시장을 열고, 지난해에는 새롭게 시도한 것을 현장에서 시도해봤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것이 위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겠지만, 반대로 국내 시각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들이 새롭게 선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열 수 있다”라며 시장 개방에 낙관적 태도를 보였다.

김 팀장은 ‘아트페어’란 결국 하나의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하고 건강한 플랫폼을 열어두고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강조해서 선보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조 차장은 플랫폼에서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미술품 투자와 컬렉션에 대한 근본적 인식 교육이 뒤따라주고 제도적 차원의 도움도 따라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한국 미술 시장을 작은 불꽃은 큰 빛으로 틔워낼 시점에 도달했다. 한국 시장 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아울러 조사를 진행했던 시각예술실태조사 이슬기 해외미술시장연구원은 조사발표를 통해 “2022년은 미술 시장은 강한 것은 더 강해질 것이고, 회복되는 곳이 있으면서 붕괴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은 실용성보다, 무용해도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영역이다. 한국 미술 시장이 예술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지켜가며, 부디 붕괴되는 곳보단 성장하는 곳을 많이 찾아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