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대한민국 대통령의 본보기, 문화성군 세종의 국정철학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대한민국 대통령의 본보기, 문화성군 세종의 국정철학
  •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22.01.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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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2022년 3월 9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대통령 선거를 거듭할 수록 이게 아닌데 하며 실망과 후회의 한숨을 쉰다. 그래도 순진한 국민들은 혹시나 하며 투표를 하게 된다. 

경북 안동 차전놀이(국가무형문화재 제24호)는 남자 500여 명이 동서로 갈리어 각각 대장의 지휘에 상대편의 동채가 땅에 닿거나 동채를 빼앗으면 이기는 놀이이다. 

대선을 보면 흡사 차전놀이를 보는 것과 같다. 차전의 목적은 무조건 어떻게 하든 상대를 눕이는 것에 집중을 해야 하니 이기고 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다음이 없다. 이긴팀은 한껏 기분이 들떠 그저 신나게 마시고 먹고 노는 것이다. 이 작는 놀이에서도 논공행상(論功行賞)은 펼쳐지게 마련이다. 대통령 후보들은 대한민국을 완전히 천지개벽하게 만들어 국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어달라 애걸한다. 그러나 막상 대통령이 되면 기여한 측근들과 지지자들의 삶을 챙기는 것에 대부분 임기를 시작하고 마친다. 정부 부처의 장관은 여당의 정치인들로 채워지고, 공공기관부터 산하단체까지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보은 인사로 채워지는 것을 목도하고 체념한다. 정권을 교체 당해 본 경험 때문에 거대 여야 양당은 더욱 치열하게 대통령 고지를 지키고 탈환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정치의 본질과 가치, 방법 등 정치철학의 고민은 선거 전쟁터에서는 이념의 사치일 뿐이다.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선비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 있다.   
 
사물의 본질(格物)을 꿰뚫은 후에 알게 된다(致知). 알게 된 후에 뜻이 성실해진다(誠意). 성실해진 후에 마음이 바르게 된다(正心). 마음이 바르게 된 후에 몸이 닦인다(修身). 몸이 닦인 후에 집안이 바르게 된다(齊家). 집안이 바르게 된 후에 나라가 다스려진다(治國). 나라가 다스려진 후에 천하가 태평해진다(平天下).  

15세기 전 세계를 아울러 문화성군(文化聖君)으로 손꼽을 수 있는 왕이 조선의 세종이다. 세종은 사서삼경 등 수많은 고전(古典)을 탐독한 독서광이었다. 고전의 바다에서 내면화한 정치철학은 조선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 안에 하늘이라고 생각한 백성을 보았다. 등극 5년 후 세종은 국정의 기본 철학을 이야기한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民惟邦本) 근본이 튼튼해야만 나라가 평안하게 된다.(本固邦寧)” (『세종실록』 1423년 7월3일)

노인, 여성, 노비, 아이 등 사회적 약자는 세종의 정책에 최우선이었다. 나이 많은 사람을 존경해야 효도에 대한 풍속이 두터워진다며 90세가 된 천인에게 쌀 약300kg을 하사하고, 80세 이상 노인은 신분과 관계없이 양로연(養老宴)에 참석 가능하게 하였다. 가난하여 시기를 놓쳐 혼인하지 못한 사람은 친족에게 함께 결혼에 대한 준비를 하게 하고, 곤궁함이 더욱 심한 자에게는 관청에서 곡식을 주도록 하였다.

여종이 아이를 낳으면 노비 남편에게도 30일의 휴가를 주게 하였고, 버려진 아이들의 입양을 자유로이 허락하고, 아이를 버린 자를 찾아 고발하면 포상하도록 하였다. 

관현악기를 다룰 줄 아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문직업을 창출하고 시각장애인 단체에 노비와 쌀을 적극 지원하게 하는 등 지금 시점에서도 그대로 적용해도 좋을 선진적 복지정책을 구현하였다. 

또한, 계속되는 흉년으로 재정이 기울자 세종이 선택한 특단의 조치는 왕 가족의 재산축소와 과전을 법적으로 제한하였다. 토지법 제정을 앞두고는 전국적으로 관리를 파견, 약 5개월에 걸친 국민투표로 민심을 파악했다.

1419년~1450년 재위 32년 동안 세종이 꿈꿔온 목표는 모든 백성이 행복하게 사는 생생지락(生生之樂)이라 할 수 있다. 

맹자의 인의(人義)와 덕(德)으로써 다스리는 왕도정치는 세종이 따르고자 한 국정철학이었다.  『맹자(孟子)』 <양혜왕장구(梁惠王章句)〉에 실려 있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은 항상 백성을 중심으로 하는 통치자의 이상적인 자세를 비유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세종은 여민동락하고자 하는 마음을 음악으로 구현하였다.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우리 장단과 가락에 얹어 <여민락(與民樂)이라는 곡명을 붙여 『세종실록』 악보에 정간보로 기록하고 궁중에서 연주하게 하였다.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재임 5년은 국민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생생지락(生生之樂)과 여민동락(與民同樂)이 국정철학의 기본이고 목표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