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91] 도봉산 주봉(柱峰)에서
[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91] 도봉산 주봉(柱峰)에서
  • 천호선 전 쌈지길 대표
  • 승인 2022.01.1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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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28일 혼자 도봉산에 가서 주봉을 둘러보았다. 약 60m 높이의 수직 암봉으로 모양새가 기둥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으로 암벽등반에 활용되었으나, 언제부터인지 접근을 금지하고 있었다.

▲도봉산 산행길 ⓒ천호선
▲도봉산 산행길 ⓒ천호선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인 1959년 12월 28일 암벽등반을 하던 산악반 친구들 7명이 주봉에서 등반을 하다 한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톱으로 선등하던 산악반 리더 곽철준이가 떨어지는 순간 그를 돌보던 세컨드 친구가 줄을 땡겨 철준이는 나무에 걸리면서 살아났으나, 본인은 줄이 튕겨지면서 죽게 된 것이다.

▲도봉산 산행길 ⓒ천호선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 대부분은 겨울에 암벽등반 한 것을 미친 짓이라고 비난하였으나, 당시 음악선생은 ‘경기고 학생이 겨울에 그 힘든 암벽등반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칭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도봉산 산행길 ⓒ천호선

철준이는 당시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였고, 같이 바위할 때는 거의 대부분 내가 세컨드를 보았으나, 그날은 내가 데이트가 있어 등반에 빠진 것이다. 철준이는 항상 그 사건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고, 대학졸업 후 해병대 태능사격대장 시절 운전하다가 다른 사람이 다치는 사건이 일어나자 권총자살을 한 것이다.

▲도봉산 산행길 ⓒ천호선

나는 철준네 집안의 양해를 얻어 그의 유해를 우리 산악반 친구들이 제일 좋아하던 설악산에 묻어주었다. 주봉 가는 도중 천축사에 들려 선인봉을 올려다 보면서도 많은 추억들이 떠올랐다. 젊었을 때 거의 주말마다 친구들과 도봉산에 와서 텐트를 치고 선인봉을 오르고…내가 처음 선인봉에서 톱을 서면서 엄청 고생한 기억도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