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섭의 비평프리즘] MZ세대의 대두와 미술시장
[윤진섭의 비평프리즘] MZ세대의 대두와 미술시장
  • 윤진섭 미술평론가
  • 승인 2022.01.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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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섭 미술평론가

미술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 ‘코로나 19’에 델타, 오미크론 등 각종 변이가 기승을 부리는 요즈음 미술시장이 오히려 활황이라니 이상하게 들릴 만도 하다. 그러나 작년 초, 화랑미술제부터 서서히 생기가 돌기 시작한 미술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세가 두드러지더니, KIAF에 이르러 호황기의 징후를 보였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현재 한국의 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세력은 MZ세대라고 한다. 이 세대에 대하여 네이버의 <시사상식사전>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 MZ세대가 지닌 특징 가운데 하나는 주관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따지는 비평에도 귀를 잘 기울이지 않는다고 한다. 앞에서 정의한 것처럼 SNS에 강하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에 빠삭해 작품의 예술적 가치보다는 시장가치에 더욱 신경을 쓰는 편이다. 말하자면 미술작품의 컬렉션에 임하는 자세가 작품의 가치나 감상보다는 투자에 포인트를 둔다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은 극소수의 편향된 MZ세대의 컬렉터에 해당하는 말이리라. 그러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이 세대의 의식을 염두에 둔다면, 미술품을 투자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해서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투자가 있는 곳에 이윤이 있다는 자본주의의 원리를 상기한다면, 미술품을 대하는 이 세대의 행태는 자연스럽기조차 하다.

최근에 KIAF를 비롯한 각종 아트페어에 새로운 형태의 미술품 구매 패턴이 등장했다. 이는 오랜 기간 유지된 팬데믹 상황이 초래한 이른바 ‘뷰잉 룸(Viewing Room)’이 영향을 미친 때문이다. 비대면 사회에서 엄격하게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다 보니 전시장에서 실제 작품을 보기가 어렵게 됐고, 이는 자연스럽게 사이버상에 구현된 작품의 이미지를 보고 난 후에 실제 전시장에 가서 구매하는 형태로 바뀌게 된 것이다.

작년의 KIAF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아트페어 현장은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가 무색하게 많은 관객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이때 특히 젊은 고객들이 뷰잉룸에서 미리 작품을 고른 후에 아트페어 현장에서 작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미술시장의 주 고객이 서서히 바뀌면서 새로운 패턴의 미술품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비평의 경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예술적 가치보다는 시장가치를 더욱 중시하는 일부 투자자들의 사고가 미술품에 대한 단견에 의존한 것임을 알리고자 한다. 원론적인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미술품에는 작가의 예술혼이 깃들어 있다는 점에서 주식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미술품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바로 평론가를 비롯하여 미술사가, 큐레이터, 저널리스트 등등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활동이 미술품에 영속성을 부여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른바 명작이나 걸작의 탄생은 바로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합의의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술품에 시장가치만 존재하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마치 주식처럼 한동안 시장의 논리에 의해 거래가 되겠지만, 더 이상 시장의 부름을 받지 못하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시장의 원리이다.

주식시장의 애널리스트가 미술평론가와 다른 점은 전자가 주식의 가치나 시황(市況)에 대한 분석은 예리하게 할 지 몰라도 주식의 예술적 가치를 논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주식에는 예술적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미술시장에 1차 시장(화랑)과 2차 시장(경매)이 있듯이, 미술이론에도 1차와 2차가 있다.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미술평론은 1차이며 미술사는 2차에 해당한다. 미술평론가들이 현장에서 작품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 진술하면 미술사가들은 어느 정도 시간적 거리를 둔 상태에서 그 작품의 미술사적 가치에 대해 논하게 된다. 말하자면 하나의 걸작은 여러 검증 단계를 거쳐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명작이나 걸작은 모난 돌이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둥글게 되는 것과 같다. 즉 최종적으로 대중의 세평을 거치는 동안 확고한 고전적 존재로 자리잡아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