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시] 나쁘게 말하다/ 기형도
[아름다운 우리 시] 나쁘게 말하다/ 기형도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1.1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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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게 말하다

                                             기형도 시인 (1960-1989)

 

어둠 속에서 몇 개의 그림자가 어슬렁거렸다

어떤 그림자는 캄캄한 벽에 붙어 있었다

눈치 챈 차량들이 서둘러 불을 껐다

건물들마다 순식간에 문이 잠겼다

멈칫했다, 석유 냄새가 터졌다

가늘고 길쭉한 금속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잎들이 흘끔거리며 굴러갔다

손과 발이 빠르게 이동했다

담뱃불이 반짝했다, 골목으로 들어오던 행인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 속에 모여 있는가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