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청주관, 국제미술 소장품 기획전 《미술로, 세계로》 개최
MMCA청주관, 국제미술 소장품 기획전 《미술로, 세계로》 개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1.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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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부터 6월 12일까지
1970년대~2000년대 이르는 국제미술 소장품 공개
104점 전시품 중 절반이상이 관람객 첫 공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이 1978년부터 수집해 온 다양한 국적의 해외 소장품이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국제미술 소장품 기획전 《미술로, 세계로》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기획전시실에서 오는 20일부터 6월 12일까지 개최한다.

▲데이비드 호크니, 레일이 있는그랜드 캐년 남쪽 끝, 1982 년 10 월, 1982, 사진 콜라주, 95× 334cm (사진=MMCA 제공)
▲데이비드 호크니, 레일이 있는그랜드 캐년 남쪽 끝, 1982 년 10 월, 1982, 사진 콜라주, 95× 334cm (사진=MMCA 제공)

이번 전시는 1970년대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의 국현 국제미술 소장품의 수집활동과 전개를 살펴보는 전시로, 해외작가 96명의 조각, 드로잉, 회화 등 104점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초창기 수집 작품 등 절반 이상의 작품이 수집 이후 처음 관람객에 공개된다. 마지막으로 전시 된 지가 30년이 지나 오랜만에 수장고를 벗어나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도 상당수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20세기 전반을 지배했던 동서 냉전시대가 저물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세계는 모두 하나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 개최 소식에 온 나라가 국가경쟁력 강화를 향한 열망에 휩싸였고, 사회 전반에 ‘국제화’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분위기는 미술계까지 이어졌다. 한국 미술의 해외진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는 한편, 해외미술의 국내 유입도 다양한 경로와 방식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전시는 1980-90년대를 관통했던 ‘세계화’ 라는 시대적 맥락 속에서 국제미술 소장품의 수집배경과 의의를 찾아가는 데 주력했다. 2000년 이전에 수집된 국립현대미술관 국제미술 소장품이 사회 전반의 ‘세계화’를 향한 열망에 따른 양적 확장에 집중했다면, 2000년 이후는 작가와 작품이 갖는 동시대미술로서의 가치와 선택에 집중한 측면이 크다.

▲조지 시걸, 침대 위의 소녀 3, 1978, 석고, 55x205x101cm, 1994년 구입
▲조지 시걸, 침대 위의 소녀 3, 1978, 석고, 55x205x101cm, 1994년 구입  (사진=MMCA 제공)

한국미술의 국제교류 양상과 국립현대미술관 국제미술 소장품 수집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됐다. ‘한국 방문 해외미술’, ‘미술교유, 미술교류’, ‘그림으로 보는 세계’,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 ‘미술, 세상을 보는 창’이다.

1부 ‘한국 방문 해외미술’에서는 해외작가가 받았던 한국에 대한 인상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재료와 기법’, ‘한국적인 풍경’을 담고 있는 해외작가의 기증작이 출품된다. 에이드리안 워커 호워드, 마누엘 발데모어 모두 국내에서 ‘한국의 인상’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열고 출품작을 미술관에 기증했다. 2부 ‘미술교유, 미술교류’는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미술의 국제교류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역할과 한계를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언론사의 교류나 외교 관계, 또는 특정 개인의 교유관계에 따라 이뤄졌던 초기 국제미술품 수집 양상을 다룬다. 해외미술품을 수집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친 (사)현대미술관회의 활동과 미술인들의 관계를 통해 탐색한다. 1978년 창립한 (사)현대미술관회는 데이비드 호크니를 비롯한 6점의 해외미술품을 기증했고, 도널드 저드 등 유명 해외작가를 초청해 강좌를 열기도 했다. 백남준은 현재 미술관의 국제미술 소장품을 대표하는 앤디 워홀, 로버트 라우센버그, 크리스토 야바체프의 작품 매매를 주선하고 거래가 성사되도록 도왔다.

3부 ‘그림으로 보는 세계’에서는 1980년대 중반까지 많은 양의 판화 작품이 국현에 기증됐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또한, 동아일보 주관의 국제판화비엔날레의 전개로 수집된 판화를 통해 한국미술의 국제화 과정에서 ‘판화 전시’가 지닌 역할과 위상을 살펴본다. 4부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는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때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개회선언으로 외친 구호다. 당시 올림픽 부대행사로 열렸던 ‘세계현대미술제’에서 《국제현대회화전》을 개최했던 국현은 회화 전시와 올림픽공원 야외조각 심포지엄 참여 작가들로부터 조각 39점과 대형회화 62점을 기증받았었다. 당시 기증작품 중 1990년 지방순회전시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회화 16점과 조각을 공개하며, 세계현대미술제의 의의와 기증작들의 미술사적 가치를 재고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5부 ‘미술, 세상을 보는 창’에서는 올림픽 이후 미술국제교류가 확장되면서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던 1990년대 국제미술품 수집(구입)과 양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 게오르그 바젤리츠, 마르쿠스 뤼페르츠와 같은 독일 신표현주의, 엔코 쿠키 등 이탈리아 트랜스 아방가르드, 끌로드 비알라 등 쉬포르 쉬르파스, 도널드 저드 등 미니멀리즘, 팝아트, 옵아트 등의 소장품을 통해 서양 현대미술사의 다채로운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장 메사지에, 장 바티스타 티에폴로와 빈센트 반고흐의 만남, 1987,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릭, 205.3x217cm, 1988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기증 (사진=MMCA제공)
▲장 메사지에, 장 바티스타 티에폴로와 빈센트 반고흐의 만남, 1987,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릭, 205.3x217cm, 1988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기증 (사진=MMCA제공)

한편, 전시가 개최되는 국현 청주관은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으로 1층 ‘개방 수장고’와 2층의 ‘보이는 수장고’, 4층 ‘특별 수장고’, 5층 ‘기획전시실’등 수장과 전시를 아우르는 새로운 개념의 시각예술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2층 교육공간 쉼터 ‘틈’에서 수장에서 전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수장고가 뭐길래: 수장에서 전시까지>도 상영 예정이다. ‘미술품수장센터’라는 청주관의 의미와‘소장품 전시’라는 특성에 맞춰, 수장고의 역할과 전시와의 차이점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장기간 공개되지 않았던 다수의 국제미술 소장품을 소개하고, 미술사적 연구가치를 환기하며, 이후 국제미술 소장품의 심화 연구를 위한 밑거름을 마련하고자 했다”라며 “이 전시를 시작으로 미술사와 사회문화, 정치외교, 경제 등 다학문적 접근을 통한 심도 있는 소장품 연구가 실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