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KBS교향악단 새 음악감독 잉키넨 “차세대 지휘자 양성 목표”
[현장리뷰]KBS교향악단 새 음악감독 잉키넨 “차세대 지휘자 양성 목표”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1.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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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출신 40대 ‘젊은 거장’, 제 9대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취임
한국 차세대 지휘자 양성 아카데미도 구상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과 교류 계획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핀란드 출신의 ‘젊은 거장’ 피에타리 잉키넨은 올해부터 3년간 KBS교향악단을 이끈다. 

잉키넨은 2년간 공석이었던 KBS교향악단 제9대 음악감독이자 상임지휘자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KBS교향악단과는 2006년 7월과 2008년 6월 정기연주회, 2020년 10월 특별연주회를 통해 호흡을 맞췄다. 현재 도이치 방송교향악단, 재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도 맡고 있다.

▲피에타리 잉키넨 KBS교향악단 신임 음악감독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교향악단

4살에 처음 바이올린을 배우고 14살에 세계적 지휘자 양성소인 헬싱키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지휘를 처음 배운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지휘자 등 차세대 음악가 양성에도 의지를 보였다. 

그는 “KBS아카데미를 만들고 차세대 한국 음악가를 발굴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휘자를 양성하고 싶다. 내가 핀란드에서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얻고 성장한 만큼, 한국에서도 이런 기회들을 만들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어 “요엘 레비, 드미트리 키타옌코 등 KBS교향악단 역대 지휘자를 명예지휘자로 위촉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라며 “이분들이 (KBS교향악단의) 공연을 지휘하고 아카데미에서 차세대 뮤지션을 길러내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음 시즌에는 제가 지휘하는 공연 수를 더 늘릴 예정”이라며 “서울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관객들과 만나고,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 투어도 구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자신이 수석지휘자로 있는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과의 협업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잉키넨은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와 독일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사이에 이뤄졌던 교류 활동에서 영감을 받은 모델”이라고 설명하며 “한국과 유럽의 작곡가들에게 공동으로 작품을 의뢰해 공연하거나 연주자 교류뿐 아니라 한국ㆍ유럽 무대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 속 청중과의 접점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지상파이자 두 곳의 라디오국이 있는 KBS의 다양한 기술과 플랫폼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많은 청중과 만나려고 한다.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존재감을 높이고, 더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라는 뜻을 전했다. 

▲피에타리 잉키넨 KBS교향악단 신임 음악감독 ⓒKBS교향악단

잉키넨은 올해 KBS교향악단과의 6회 공연 중 2회를 핀란드의 거장 시벨리우스의 음악으로 꾸민다. 그는 “시벨리우스 작품과 KBS교향악단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레민카이넨 모음곡’은 독특한 분위기나 음색이 있는데, 열린 마음이 없으면 그 세계에 들어갈 수 없다. KBS교향악단은 모든 것에 열려있는 태도를 갖고 있다. 시벨리우스 곡을 연주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세"라고 말했다.

이어 “지휘자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단원 각 개개인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모든 문제를 속속들이 알아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면서도 그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팀워크’를 꼽았다. “침묵 속에 공연이 시작되면 서로 텔레파시와 보디랭귀지 등 연습으로 될 수 없는 부분이 작용한다. 그 순간에 반응하며 같이 만들어가는 게 지휘의 과정이다. 교감을 통해 형태를 갖춰나가는데, 최종 연주가 오케스트라와 저와의 공생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오는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 새해 첫 정기연주회로 취임 연주를 선보인다. 올해 12회 정기연주회 중 6회를 지휘하는 그는 취임 첫해에 자신의 DNA로 꼽는 핀란드의 거장 시벨리우스를 통해 ‘진짜 핀란드’를 소개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시벨리우스의 ‘카렐리아 서곡’과 ‘레민카이넨 모음곡’, 피아니스트 율리아나 아브제예바의 협연으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잉키넨은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립돼 있다. 음악은 사람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공통의 언어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싶다.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에서 북한에도 음악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