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문화예술계의 건강한 생태계와 미래를 전망하다
[현장에서] 문화예술계의 건강한 생태계와 미래를 전망하다
  • 이지완 기자/ 김재성 작가
  • 승인 2022.01.2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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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시상식…온화하고 알찬 분위기
수상자들 문화대상 “예술 창작 및 문화 형성 동력‧격려 의미로 봐”
일랑 이종상 화백 “건강한 예술인이어야, 국가와 민족을 위해 뜻을 펼칠 수 있어”
이은영 발행인 “문화예술지의 뉴욕타임스 같은 저명한 언론 만들 것”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중구 정동길에 자리한 고즈넉한 공간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체실리아홀에서 지난 27일 제 13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전 지구적 팬데믹 위기가 2년을 넘어서고 있고, 변이바이러스 출현 등으로 모두가 몸살을 앓고 있는 시기다. 시상식은 정부 방역 수칙에 따라 최소한의 인원으로 진행됐으며, 축하공연은 모두 생략되고 간소한 식순으로 진행됐다. 입장 시 발열체크 및 출입자 명부 작성을 실시하고, 좌석 간 거리두기로 감염병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쏟았다.

▲제 13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에 참석한 내빈들이 이은영 발행인의 축사를 경청하고 있다. ⓒ김재성 작가
▲제 13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에 참석한 내빈들이 이은영 발행인의 축사를 경청하고 있다. ⓒ김재성 작가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심각해지는 코로나19 상황을 보면서 올해는 대면 시상식을 취소할 까 하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모두가 움츠러들어있는 시기에 소규모라도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물을 자리가 필요하다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의견에 따라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 급박한 일정 속에서 장소를 마련하느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행사가 진행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건물 특유의 안정감과 중후함은 본지 문화대상 시상식과 잘 어우러졌다.

▲시상식 전 김종규 이사장, 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 이은영 발행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상식 전 김종규 이사장, 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 이은영 발행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재성 작가

수상자 이외에 축하객들을 최소한으로 초청해 많은 인원이 자리하진 못했지만, 시상식이 개최된 체실리아홀에는 훈훈한 온기가 감돌았다. 대부분의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가운데서,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게 된 문화계인사들은 시상식 전 새해 덕담을 나누고 그간의 안부를 물었다.

각 분야의 문화대상 수상자들은 오랜 시간 한 분야를 올곧게 다듬어 온 노련함을 품고 있었고, 최우수상 수상자들은 현직을 뛰어다니는 생동감을 지니고 있었다.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하게 된 두 명의 수상자에게는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나가고자 하는 설렘과 패기가 돋보였다. 각 분야의 수상자 면면이 품고 있는 기백들이 앞으로의 문화예술계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제 13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에서 일랑 이종상 화백이 축사를 전하고 있다. ⓒ김재성 작가

예술인의 세 가지 덕목 담은 축사, 많은 공감 이끌어 내

지난 2020년까지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시상식에는 아름답고 트렌디한 공연과 볼거리가 준비돼 있었지만, 지난 2021년부터는 축하공연을 모두 생략하게 됐다. 정적인 분위기의 시상식이 무료할 법하기도 했지만, 내외빈 인사들의 연륜 넘치는 축사와 수상소감들이 시상식 분위기에 활기를 더했다.

시상식은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 대표의 사회로 시작됐다. 축사를 위해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이 참석했고,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수상자 선정위원인 일랑 이종상 화백, 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 황순자 한국매듭협회장이 함께 자리해 행사를 빛냈다. 축사는 일랑 이종상 화백,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 순으로 진행됐다.

▲제 13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에서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이 축사를 전하고 있다. ⓒ김재성 작가

일랑 이종상 화백은 자신이 31살 나이에 국전 심사를 맡았던 이야기로 축사를 시작했다. 이 화백은 “당시에 국전 심사를 같이 하던 선생님들이 지금은 한 분도 살아계시지 않는다. 그분들이 늘 심사를 하시면서, 어떻게 심사를 공정하게 할 것이고 어떻게 우수한 사람을 인재로 뽑을지 고심하느라 많은 애를 썼기 때문이라 여긴다”라며 “지금 나는 예술원에 들어간 지 20년이 다 돼 가는데, 언제나 예술원이 어떤 인재를 뽑는지 궁금했었다. 지나고 보니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이 예술원이 뽑는 인재와 아주 유사하고 아주 같은 문화계 동향이 될 사람을 뽑고 있다”라고 말하며 본지 문화대상이 가진 권위를 높이 평했다.

이 화백은 예술인의 요건으로 3가지로 꼽았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실력이 있어야하고, 인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화백은 “마지막 요건은 건강이다”라며 “좋은 상을 받고 고롱고롱하다가 내일 모레 저 세상을 가버리면 소용이 없다. 세상을 떠나면 국가와 민족에 대해 자기 전공으로 인간의 바탕을 가지고 이바지 할 수 없는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수상자들은 1만 명의 확진자가 나온 이 상황 속에서 자신의 두 다리로 걸어 나오신 분들이다. 휠체어를 타고 온 사람 없이 당당하게 수상으로 나오신 이들이기에, 앞으로도 그 건강을 길이 가지고 위대한 수상의 정신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써주십사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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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에 참석한 내빈들이 일랑 이종상 화백의 축사를 경청하고 있다. ⓒ김재성 작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팬데믹 시대 속에서 일랑 이종상 화백의 축사는 굳건한 예술인들의 의지를 품고 있었다.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 속에서 우리는 많이 움츠러들어 있었다. 특히, 사람들과 함께 생동하며 삶을 은유하는 예술인들에게 혼자만의 고립은 어려운 시기를 안겼다. 하지만, 2년여의 시간을 지나며 동시대인과 예술인들은 또 새로운 길을 찾아서 개척해나가는 법을 익혔다. 잠시 멈췄다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 나아가, 이 위기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게 돼가고 있다.

오랜 시간 예술계 원로로 자리하며, 시대에 맞는 제언을 펼친 이 화백의 축사는 시상식에 참석한 이들의 마음에 깊이 자리했다. 수상자들은 수상 소감에서 이 화백의 축사를 다시금 복기하며 그 의미를 다시 새기기도 했다.

이어진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의 축사에서는 문화예술계 인사 모두를 아우르고, 문화예술계의 큰 어르신으로 자리한 시간의 면면이 느껴졌다. 본인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이 화백이 모두 전한 것 같다며, 서울문화투데이 13주년을 축하한다는 말로 축사를 이어갔다. 김 이사장은 “지금 이 자리에는 사무관부터 장관까지 나아간, 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이 있다. 지금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로 있는데, 이 분이 정동극장을 ‘국립정동극장’으로 승격시켜줬다. 정동을 사는 이들에게 큰 기쁨을 준 이여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라며 시상식의 분위기를 온화하게 이끌었다.

▲축사를 전하는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 ⓒ김재성 작가
▲축사를 전하는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 ⓒ김재성 작가

마지막으로는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의 축사가 있었다. 이 발행인은 한국 문화예술계를 위해 힘써온 문화예술인들의 공로를 치하해 상을 드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라며 수상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이 발행인은 13주년을 맞은 서울문화투데이의 방향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서울문화투데이는 문화예술계 정론지로서 순수문화예술을 주 취재 대상으로 삼아 다뤄오고 있다. 앞으로도 순수문화예술인들을 꾸준히 조명하고 도우며, 문화예술계 생태계가 올바르게 잘 자라날 수 있도록 하겠다. 잘못된 것들은 지적하고 바로 잡도록 서울문화투데이가 정론지의 역할을 계속 해나가겠다”라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어 이 발행인은 올해로 13주년을 맞은 서울문화투데이가 안정기에 들어서고 있는 것 같다며,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서울문화투데이를 문화예술계 신문에서 뉴욕타임스와 같은 전 세계 최고의 언론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전하며, 앞으로 그 과정을 많은 이들이 함께 걸어 가주고 도와주길 바란다는 소망을 표했다.

▲문화대상 국악부문 장사익 소리꾼이 수상소감으로 짧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문화대상 국악부문 장사익 소리꾼이 수상소감으로 짧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김재성 작가

시상식 참석한 9명의 수상자, 예술을 향한 앞으로의 희망‧감사 표해

제 13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수상자는 총 11명으로 특별대상에 최영섭 작곡가가 선정됐고 문화대상 부분에선 4명의 수상자가 선정됐다. 국악부문에 장사익 소리꾼, 미술부문에 고정수 조각가, 공예부문에 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 회장, 문화경영부문에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 관장, 메세나 부분에 최하경 KHS한국전통문화진흥원장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우수상 미술 부문에선 최성철 조각가, 무용부문은 김충한 안무가, 성악부문엔 김옥 수아트홀 관장이 선정됐다. 젊은예술가상은 예술경영비평 부문 장석류 문화예술정책연구자, 무용부문 전건호 무용가가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최우수상 무용부문 김충한 안무가에게 하객들이 축하의 꽆다발을 전하고 있다. ⓒ김재성 작가

간소화된 식순으로 수상자들은 짧은 수상소감을 나눴다. 최영섭 작곡가는 근간에 무릎을 다쳐 장광팔씨가 대리 수상자로 나섰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구에서 올라오지 못한 김정학 관장은 김종대 국악방송 과장이 대리 수상했다.

장사익 소리꾼은 수상의 기쁨을 본인의 신곡 ‘뒷짐’이라는 노래를 통해 표현하며, 코로나 시대에 멀리 있어도 함께 걸어가자는 의미의 노랫말을 들려줬다. 고정수 조각가는 수상 소감을 전할 때 잠시 깊은 감정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 조각가는 이종상 화백의 말을 다시금 언급하며 예술인의 태도를 얘기했고,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세상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실력이 좋으신 스승 전뢰진 조각가를 얘기하며 전 조각가처럼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문화대상 공예부문 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 회장이 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에게서 상패를 전달받고 있다. ⓒ김재성 작가

최하경 원장은 수상에 감사하며, 수상 전 사실 ‘메세나’라는 말을 막연하게만 알고 있어 이번 기회로 다시 공부했다는 일화를 얘기했다. 최 원장은 어느 정도 내 활동을 마무리해야 할 즈음에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며, 다시 불타오를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미술부문 최우수상 수상자인 최성철 조각가는 상을 받기 전에 자신은 유럽을 여행 다니며, 조각은 하지 않고 방황하는 시기를 겪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시기에 상을 받게 된 것은 다시 조각을 시작하라는 의미로 느껴진다는 소감을 밝혔다.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한 장석류 문화예술정책연구자는 “‘젊은 예술가’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예술가를 뜻하는 것 같다”라는 말을 전하며, 자신이 진행해 온 연구를 격려해주는 뜻의 상이고 앞으로 더 잘해보겠다는 젊은 에너지를 뿜어냈다. 끝으로는 회사 반차를 내고서 시상식에 참석해 준 아내 허윤지씨에게 애정과 감사를 전해 식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지난 27일 열린 제13회 서울문화투데 문화대상 시상식에서 수여할 상패가 마련돼 있다. ⓒ김재성 작가

2022년 문화예술계 더욱 찬란히 빛나길 바라며

시상식에 참석한 9명의 수상자들에게 본지 문화대상의 의미는 각기 다른 의미로 전달된 듯 했다. 다음을 생각하기 막연한 때에 예술의 동력이 돼주기도 했고, 그간 쌓아온 시간에 대한 격려의 의미도 됐다. 또한, 오랜 시간 묵묵하게 순수예술의 한 장르를 버티고 지켜오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간 거장들에게 전하는 본지의 감사인사가 담기기도 했다.

시상이 모두 끝나고 이어진 단체사진 촬영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얼굴엔 완연한 미소가 피어올라있었다. 마스크를 넘어서까지 전해지는 긍정의 기운은 추운 겨울날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제 13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에 참석한 내빈들이 긍정적인 기운을 전하고 있다. ⓒ김재성 작가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은 매해 빠짐없이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 영향력을 끼치고 열정을 쏟은 이들을 선정해 그 노고를 치하해왔다. 13년 간 매회 수상자가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문화예술계가 아주 튼튼한 저력과 인프라를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기도 했다. 시상식에서 마지막으로 상을 수상한 젊은예술가상 수상자 전건호 무용가는 문화대상의 의미는 자신이 다시 한 번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노력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지의 상이 예술가들에게 격려와 지표가 되길 바란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매해 이어져 온 본지 문화대상이 아름답지만 처절하고, 고아하지만 가장 배고플 수 있는 문화예술계 이곳저곳을 든든히 바쳐왔기를 소망한다. 앞으로 더 찬란히 빛날 문화예술계가 되길 바라며 2022년에도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더욱 열심히 현장으로 달려가고 예술인 곁에 서있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