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플랫폼창동61’ 수사의뢰…“한시사업에 200억 투입, 위탁업체 선정 특혜”
서울시 ‘플랫폼창동61’ 수사의뢰…“한시사업에 200억 투입, 위탁업체 선정 특혜”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2.0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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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사업, 감사 결과 발표
시→SH공사 사업대행 맡기고, SH공사도 공기단축 위해 정상적인 예산편성절차 회피
자문기구인 ‘기획운영위원회’가 전권 행사, 연구용역 참여업체가 위탁업체 선정도
민간위탁업체의 방만한 예산 집행과 불공정한 운영에 대해서는 별도 수사 의뢰 조치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서울아레나’의 마중물 사업으로 2015년부터 추진된 ‘플랫폼창동61’ 사업 전반을 조사한 결과 2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무리하게 투입됐으며, 민간 위탁 업체 선정·운영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플랫폼창동61 전경 사진 ⓒ플랫폼창동61
▲플랫폼창동61 전경 사진 ⓒ플랫폼창동61

서울시는 ‘플랫폼창동61’(이하 플랫폼61) 관계부서와 사업대행을 맡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당시 업무 담당자의 신분상 조치와 제도 개선 요구사항 등을 통보했다고 지난해 12월 27일 밝혔다.

플랫폼61은 61개의 컨테이너박스로 구성된 문화예술 공간으로, 지난 2016년 4월 개관해 2022년 8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입찰을 통해 선정된 플랫폼61 위탁업체는 음악공연과 전시,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시설물 내 공간 대관 업무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플랫폼61은 서울시가 2015년 2월 발표한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 구상안」의 핵심인 ‘서울아레나’ 개장에 앞서 창동‧상계 일대의 문화예술 역량을 높이고 문화 소외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개선하는 마중물 사업으로 기획됐다. 그러나 ‘서울아레나’ 사업이 지연되면서 ‘플랫폼61’은 실질적인 붐업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진단이다. 특히 플랫폼61이 마중물 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추진 절차를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위 조사 결과 드러난 주요 지적 사항은 ▲개관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기기 위해 예산 관련 규정과 절차 미준수 ▲사업비 증액 결정과 공사비 과다 증액의 문제 ▲위탁업체 선정의 불공정성 ▲불필요한 중간지원조직(기획운영위원회) 운영 ▲방만한 예산 지출과 입주단체 선정의 불공정성 ▲사업대행사인 SH공사의 지도ㆍ감독 미실시 등이다.

당시 서울시는 그해 중간에 대규모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로 직접 사업을 추진하는 대신 SH공사에 사업대행을 맡겼다. SH공사는 정상적인 예산 편성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예비비 성격의 대기자금을 사용했다. 신규 투자 사업을 추진할 경우엔 사전에 예산을 편성하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시의회의 심의·의결을 받아야 했지만 이런 절차를 무시했던 것이다. 이는 지방공기업법과 지방자치법 위반이라고 감사위는 지적했다. 

공사비는 41억 원에서 81억 원으로 대폭 늘어났고, 한시적 사업에 7년 간 총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감사위는 SH공사가 서울시로부터 사업비를 모두 정산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사업비를 검증하거나 절약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국내 폐컨테이너를 재활용하겠다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해외 주문 제작된 새 컨테이너 61개를 수입해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61 조성 사업 자문을 맡았던 A교수는 시에 과감한 투자와 시설물 용도 전면 수정을 요청했고, 이후 플랫폼61 운영의 전권을 행사한 기획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플랫폼창동61 운영체계
▲플랫폼창동61 운영체계 ⓒ서울시

플랫폼61 운영사 선정도 부적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플랫폼61의 1기(2016년 4월~2017년 1월) 위탁사업자는 플랫폼61 기획운영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맡았던 업체였다. 이 업체는 사업과 관련한 내부 정보를 미리 확보한 상태에서 입찰에 참여했다. 실제로 위탁운영사 선정을 위한 SH공사의 입찰용 과업지시서는 이 업체가 수행한 용역보고서 내용과 같았다.

운영 전반에도 문제점이 나타났다. 플랫폼61 운영사로 선정된 1기 위탁사업자는 앞서 기획운영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한 업체로 사업과 관련된 내부정보를 미리 확보한 상황에서 입찰에 참여했다. 통상적인 위탁사업과 달리 법적 근거도 없는 ‘기획운영위원회’라는 중간지원조직이 사업 전반에서 전권을 행사했다.

입주 뮤지션 선정 과정과 녹음실 엔지니어 선정 과정에서도 B단체 이사장과의 연관성이 드러났다. 2017년 입주 뮤지션 공모에서는 심사위원 중 한 명이 공모에 참여한 B단체의 이사장이었고, B 단체는 입주 뮤지션으로 최종 선정됐다. 2018년 녹음실 엔지니어 선정 당시에도 당초 29명이 신청했지만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 자격을 개인이 아닌 단체로 변경, 결국 B단체와 녹음실 운영 협약이 체결됐다.

감사위는 위탁업체가 예산을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증빙서류를 제대로 구비하지 않고 거래한 업체 3곳과 채용 부정이 의심되는 3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형래 서울시 조사담당관은 “민간위탁 사업의 본질은 효율적으로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사업체를 공정하게 선정하는 것"이라며 "향후 다른 민간위탁 사업에서도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거나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 부서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