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당 『선사 예술 이야기』…선사인들은 왜 동굴까지 갔을까
열화당 『선사 예술 이야기』…선사인들은 왜 동굴까지 갔을까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2.1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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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선사학자 장 클로트 저서
선사예술을 심도있게 다룬 서적
▲ 장 클로트 『선사 예술 이야기』 표지 (사진=열화당 제공)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라스코, 쇼베, 알타미라 등 동굴 속에 남겨진 수만 년 전의 벽화는 인류와 예술에 대한 기원이 어떤 것일까 고민하게끔 한다. 떼 지어 달리는 황소나 사자에서부터 일부러 찍어 놓은 사람의 손자국, 인간인지 동물인지 구별할 수 없는 복합적인 형상까지 보고 있자면, 수만 년 전의 그들이 왜 이곳까지 찾아와 그림을 그렸는지 의문이 피어오른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선사학자 장 클로트(Jean Clottes)의 『선사 예술 이야기(Pourquoi l’art préhistorique?)』는 이같이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샤머니즘에서 그 탄생 원리를 찾아간다. 그간 국내에서는 선사시대의 미술을 깊이 있게 다룬 서적이 부족했다. 이 책은 미술사에서 첫 번째 장정도로만 다뤄진 선사시대 미술을 심도있게 다룬다. 이론적 설명뿐 아니라 연구자들의 모사화부터 동굴 벽화 및 집기 예술, 샤먼 의식을 촬영한 사진 등 도판 30점이 답사 경험들과 함께 총체적으로 수록됐다. 입문서로도 학술서로도 그 역할을 충실히 해 줄 중요한 저술로 주목받고 있다.

책은 크게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선사시대 연구가 지금까지 어떻게 이루어져 왔고, 다른 학문에서 취한 입장과 선사학 고유의 연구방법론은 무엇인지 짚어 본다. 2장은 유럽 이외의 다른 대륙, 즉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아시아(인도, 중국 등)의 유적들을 찾아가며 다양한 후손 민족들이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들을 다룬다.

3장은 이 책의 중심이 되는 장으로, 문화에 따라 변주돼 나타나는 예술 사례들이 유럽의 동굴과 장소, 자연, 동물, 신화와 같은 구체적 요소를 중심으로 소개된다. 이 챕터에서 저자가 앞서 제기한 문제들이 적용되기 시작한다. ‘왜’ ‘누가’ 그렸을까, 왜 동굴 바깥이 아닌 ‘안’에 그렸을까, 왜 사람이 아닌 동물의 형상이 대부분일까 하는 질문들이다.

책은 선사시대의 벽화를 종교적 틀 안에서의 예술, 인간의 보편적 사고를 표현한 세계로도 읽어보며 ‘선사 예술’을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시각을 제안한다.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장은 후기 「끝맺으며」이다. 저자는 다양한 시각으로 선사시대 벽화를 탐구하고, 답사들의 경험으로 세운 가설에 대해 ‘이십세기 전반에 제시된 이론들을 무시해도 되는 혁명적 개념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복잡한 현실을 좀 더 넓은 틀에서 보게 하는 의의가 있을 뿐이라는 뜻을 전한다.

수백 년 전의 기록 또한, 짧은 생을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런데, 수만 년 전 쉽게 찾아가기 힘든 곳까지 찾아가 남긴 헤아릴 수 없는 과거의 흔적은 쉽게 인지되지도 않는 영역이다. 책은 유적으로만 느낄 수 있었던 선사시대 예술의 또 다른 면을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각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