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모차르트③]꼬마 모차르트는 왜 밤에 클라비어를 연습했을까?
[우리가 몰랐던 모차르트③]꼬마 모차르트는 왜 밤에 클라비어를 연습했을까?
  • 이채훈 클래식 칼럼니스트 / 서울문화투데이 클래식전문 객원기자
  • 승인 2022.02.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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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zart Wearing Sunglasses Art Board Print ⓒSuper Merch
▲Mozart Wearing Sunglasses Art Board Print ⓒSuper Merch

“레오폴트와 그의 아내는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멋진 한쌍이었다.” 잘츠부르크의 지인 알베르트 폰 묄케Albert vin Mölke는 훗날 이렇게 회상했다. 레오폴트와 마리아 안나는 온갖 어려움에도 서로 사랑했고, 화목한 가정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1772년, 아들과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레오폴트는 11월 21일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오늘은 우리 결혼기념일이야. 벌써 25년 전이네. 우린 참 결혼하길 잘 했지.” 250년 전 그 옛날에 결혼기념일까지 기억하며 챙겼다니, 두 사람은 진심으로 사랑한 부부가 분명해 보인다. 부부의 가장 큰 아픔은 7명의 자녀 중 5명이 어려서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는 위생 상태가 좋지 않고 의학이 발달하지 않아서 유아 사망률이 엄청나게 높았다.

첫째 아이 요한 레오폴트(남), 1748년 여름에 태어나서 이듬해 봄 사망
둘째 아이 마리아 안나(여), 1749년 태어나서 일주일 만에 사망
셋째 아이 마리아 안나(여), 1750년 봄에 태어나서 두 달 만에 사망

세 아이가 연이어 모두 죽었을 때 젊은 부부는 절망했을 것이다.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언제나 옳다”, “고통 가득한 이 세상보다 하느님 곁에서 평화를 찾는 게 낫다”며 가까스로 몸과 마음을 추스르지 않았을까. 1751년 7월 30일에 태어난 넷째 아이는 다행히 살아남았다. 레오폴트는 이 딸에게 일찍 죽은 두 언니와 똑같은 이름을 지어주었다. 마리아 안나 발푸르기아, ‘난네를’Nannerl이란 애칭으로 기억되는 그녀는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자라났고 78살까지 살았다. 이어서 태어난 두 아이도 일찍 죽었다.

다섯째 아이 요한 칼 아마데우스(남), 1752년 태어나 석 달 만에 사망
여섯째 아이 마리아 크레센티아(여), 1754년 태어난 두 달 만에 사망

그리고 1756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태어났다. 7남매(3남 4녀) 중 막내였다. 집에는 다섯살 위 누나 마리아 안나(애칭, 난네를) 마리아 안나
, 하녀 트레즐과 첸치, 반려견 가우컬Gauckerl과 카나리아 한 마리가 있었다. 이 단란하고 소박한 분위기의 집에서 부모는 두 아이를 정성껏 키웠다. 모차르트의 경이로운 재능이 부모에게서 온 건 분명하지만, 그 재능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아기에게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 아기 모차르트는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으며 자랐기에 ‘잘츠부르크의 기적’이 될 수 있었을까? 아버지의 레슨을 받으러 집에 찾아온 학생들의 서투른 바이올린 소리, 아버지가 시범 보이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잘츠부르크 궁정악단 친구들이 아버지와 함께 앙상블을 연습하는 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완결된 음악이 아니라 생활 소음과 섞여 있는 단편적인 음악이 아기 모차르트의 귀를 울리고 뇌를 자극했을 것이다. 훗날 15살 모차르트는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누나에게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윗방에 바이올리니스트 한명, 아랫방에 바이올리니스트 또 한명, 옆방에선 성악 선생님이 레슨을 하고, 맞은편 모퉁이 방에는 오보이스트가 있어. 덕분에 작곡하는 게 재미있어. 자꾸만 악상이 떠오르니까.” (1771. 8. 24 밀라노에서)

옹알이를 할 무렵의 아기 모차르트도 비슷한 상태가 아니었을까? 볼프강은 누나 난네를의 어깨 너머로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난네를이 하프시코드 아직 잘츠부르크에 피아노가 보급되기 전이었다. 모차르트가 포르테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한 것은 1777년 무렵이고, 그 전에는 주로 하프시코드를 연주했다.  
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한 아버지 레오폴트는 1759년 ‘난넬 노트북’ 이 악보집은 8단 짜리 악보 48쪽이 남아 있다. 12장은 실종됐는데, 난네를이 한 장씩 떼어서 선물로 주었기 때문에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여기 수록된 64곡 중에는 레오폴트 모차르트, 바겐자일, 티셔, 아그렐 등의 곡, 그리고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의 변주곡 하나, 그리고 꼬마 모차르트의 소품 17곡이 포함돼 있다.  
란 작은 악보집을 만들어서 딸의 연습을 지도했다. 난네를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세 살 난 볼프강도 덩달아 신이 났다. 꼬마는 누나가 연습하는 소리를 곁에서 듣다가 장3도 음정을 짚어보고 아름다운 화음에 기뻐했다. 꼬마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대한 기록은 볼프강의 5살 생일 직전에 처음 나타났다. 레오폴트는 1761년 1월, ‘난네를 노트북’에 메모를 남겼다.

1월 24일 토요일, “저녁 9시부터 9시반 사이에 볼프강이 바겐자일의 스케르초를 배웠다.” DB

1월 26일 월요일, “저녁 9시부터 9시반 사이에 볼프강이 바겐자일의 메뉴엣을 배웠다.”

어린 아이가 왜 하필 밤늦은 시간에 하프시코드를 연습했는지 궁금하다. 슐리히테그롤에 따르면 모차르트는 “어릴 적부터 밤에 음악하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저녁 9시에 클라비어 앞에 앉아서 연주하곤 했고, 누군가 뜯어말리지 않으면 자정이 넘도록 즉흥적인 악상을 펼치며 연주를 계속했다는 것이다. 스탕달, p.184
 천재의 특징인 ‘신들린 근면성’은 어릴 적부터 나타난 특징이었다.

지난호 퀴즈2 정답 : ③대미사 C단조 

퀴즈3. 다음 중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작품은?
① 오페라 <이도메네오>           ② <장난감> 교향곡
③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④ 현악사중주곡 <불협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