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0도 고온을 견딘 화판, 《도자에 회화를 담아내다》展
1,250도 고온을 견딘 화판, 《도자에 회화를 담아내다》展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2.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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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갤러리, 오는 3월 3일까지
도자회화작가 12인 작품 선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도자와 회화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작품이 관람객을 찾아온다. 한경갤러리에서 오는 3월 3일까지 개최되는 도자회화 특별전 《도자에 회화를 담아내다》다. 30여 년간 도자회화 길을 걸어온 오만철 작가가 자신의 제자 9명과 함께 만든 전시다. 오만철, 김미경, 김은경, 박다연, 유혜원, 이영화, 장정은, 정혜은, 주경석, 최원선, 추소민, 황지숙 총 12인의 작가가 참여한다.

▲주경석, 훈민정음 BG100 (사진=주경석 제공)
▲주경석, 훈민정음 BG100 (사진=주경석 제공)

도자회화는 평면의 백자도판에 그림을 그린 뒤 다시 구워내는 기법으로, 회화적 표현과 1,250도 산화소성 고온의 강한 불에 구워지는 기술이 접목됐다. 회화와 도예의 매력을 모두 갖고 있는 도자 회화는 유약으로 마감되기 때문에 수백 년간 색과 빛깔이 변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변하지 않은 작가의 철학과 의지까지 보호돼 시간과 관계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도자회화는 도자와 회화기술이 접목된 만큼 제작 공정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완성된 도자기 판은 굽는 과정에서 쉽게 뒤틀리고 깨지며, 색도 쉽게 변색된다. 1990년대부터 도자 회화 길을 구축한 오만석 작가는 스스로 실패하고 경험하며, 중국에서 경험을 쌓는 등 하나의 장르를 개척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새로운 기술들이 접목돼 개척된 장르인 만큼 작가들의 이력도 남다른 것이 이번 전시의 묘미다. 전시에 출품되는 <훈민정음 BG100>는 도자회화 작가이자 의료기기 제조업체 비멤스의 대표인 주경석의 작품이다. 주 작가는 대학에서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한 후 30여 년간 제품 및 GUI 디자인을 하던 중에 포슬린 페인팅 작품을 보고 그 매력에 빠져 도자회화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작품에는 직업적으로 경험한 공학적 지식들이 녹아 들어가 있다. 주 작가의 이력은 개성 있는 작품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됐고, 공학이 예술로 발전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청화 22단계 색 농도의 그라데이션을 적용해 제작한 961개의 사각 도자 타일로 구성된 <훈민정음 BG100>은 한글 자모 28자의 양각과 고딕체로 디자인된 훈민정음 음각 타일을 빈틈없이 조화롭게 배열했다. 한글의 아름다움과 예술과 기술의 융합, 도자의 영원성을 탐미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