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자격 부족한 특정인 염두? 국립극장장, 연이은 실패
[Hot Issue]자격 부족한 특정인 염두? 국립극장장, 연이은 실패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2.1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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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극장장 임기 지난해 9월 20일 종료
본지 첫 공모 최종후보 3인 문제 제기 후, 재공모 절차
문화예술계 “차기 정부로 인사권을 넘겨 신중히 선임해야”

‘전통예술의 정통성과 정체성 확보, 생산적 제작 시스템 구축, 조직 및 인사관리, 재정․회계 및 예산관리…’

인사혁신처가 국립극장장을 공개 모집하며 알린 직위 주요 업무 중 일부이다. 이들은 지난해 7월 1일 ‘2021년도 하반기 개방형 직위 공개모집 계획’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극장장 공개 모집 일정을 밝혔다. 약 20명의 지원자 중 최종 3인이 임용 후보에 올라 9월 중에는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격사유조회 업무처리요령(구. 신원조회업무처리지침)에 따른 후보 검토 과정에서 인선이 지연되더니 지난 12월 1일 재공모에 들어갔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문화예술계 소식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12월 16일 마감한 신임 국립극장장 공모를 통해 추려진 후보는 총 5명이었으며, 2차 공모와 면접 등을 거친 결과 박상진 동국대 한국음악과 교수, 채치성 전 국악방송 사장, 김희정 상명대 교수 등 3인으로 임용 후보가 압축됐다. 

박상진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는 교육자, 철학자, 지휘자, 예술행정가이다. 서울대 음악대학 국악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와 전)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전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단장을 역임했다. 현재 학교법인 국악학원 이사장, 한국예술문화콘텐츠연구원 원장, 이북5도청 무형문화재 위원을 맡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이수자인 채치성 전 국악방송 사장은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KBS라디오에서 국악 PD로 활동했으며, 2000년 국악방송 개국 때 편성제작팀 팀장, 국악FM방송 본부장을 거쳐 2013년부터 3년간 국악방송 사장을 지냈다. 

김희정 상명대학교 문화예술대학 교수는 연세대학교 작곡과 학사,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석사 및 박사과정을 졸업했고 세계 다수의 대학에서 초청강연을 진행했다. 그동안 대만국립극장, 싱가폴 차이니즈 오케스트라 등 세계 40여 개국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2016년 3월 아시아문화원 공연사업본부장 개방형 공모에 응모해 선발, 임명되기도 했다. 현재는 상명대학교 문화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종 후보에 오른 3인이 그들의 분야에서 인정할만한 커리어를 쌓은 것은 사실이나, 국립극장장에 적합한 인사인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많은 예술인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관 경영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국악계 종사자 A씨는 “최근 활동 내용을 찾아보기 이들을 후보에 억지스럽게 끼워 넣었다는 사실은 대충만 훑어봐도 알 수 있다. 면접 연락을 받았던 5인의 후보 중에는 다년간 기관장을 지냈던 경력자 등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결국 탈락하고, 최종에 오른 후보들이 지금의 상태다. 이는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선발한 결과가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홈페이지에 명시하고 있듯 국립극장의 미션, 즉 존재의 이유는 “전통에 기반한 동시대적 공연예술의 창작으로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립극장은 2012년 9월 첫 선을 보인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에 따라 매년 다양한 공연들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프로그램은 국립극장 전속단체의 신작 및 우수 레퍼토리 공연, 국립극장 기획ㆍ제작 공연으로 구성된다. 

국립극장에는 국립창극단ㆍ국립무용단ㆍ국립국악관현악단 등 총 3개의 전속 단체가 있다. 2000년 국립오페라단ㆍ국립발레단ㆍ국립합창단이 국립극장으로부터 독립했고, 이어 2010년 국립극단도 재단법인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국립 예술단체의 독립법인화는 국가의 보호를 받는 예술단체를 시장의 논리에 맡기는 것으로, 효율성과 예술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곧, 국립 예술단체가 시장 논리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시대적 전통공연예술 흐름을 선도하고 공공성을 회복해야 하는’ 곳임을 뜻한다.

문화예술 종사자 B씨는 “국립극장장은 ‘전통에 기반한 동시대적 공연예술을 창작하는’ 예술기관으로서의 국립극장이라는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라며 “전통은 국립극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시대착오의 존재가 아니라, 창작의 모티프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국립극장의 근간이다. 모든 공공극장이 소화해야 할 공공성이 아니라 ‘국립극장으로서의 공공성’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라고  

한편, 전통예술 소양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조직 운영능력이라는 의견도 주목해야 한다. 문화예술정책 연구자 C씨는 “국립극장은 책임운영기관으로서 문체부 직원, 기획자, 예술단체 등 다양한 소속의 사람들이 모여 조직을 이루고 있다. 이는 국립극장장이 한 장르에 매몰되지 않고 전체를 아우르며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라며 “국립극장은 전문성을 갖춘 예술감독이 각각의 전속 단체를 이끌고 있다. 때문에 전통예술 분야에 조예가 깊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분화된 각 조직 별 의견을 수용해 운영에 녹여낼 수 있는 판단력과 직무수행능력, 리더십이다”라고 말했다.

고위공무원에게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역량평가시험은 치러지지 않은 상태이며, 구체적인 시험 일정도 미정이다. 임명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문화예술 종사자 D씨는 “한국 공연예술의 정신적 메카인 국립극장장 선임이 6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대선을 20여일 앞둔 시점에서 현 정부가 결정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보이며, 차기 정부로 인사권을 넘겨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적임자를 제대로 선임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