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예술과 기술 사이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예술과 기술 사이
  • 백지혜 디자인 스튜디오라인 대표, 서울시좋은빛위원회 위원
  • 승인 2022.02.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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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br>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 요양시설에서는 ‘가짜 버스정류장’이라는 아이디어를 내어 요양원 근처에 설치했다고 한다. 가족을 보고 싶은 마음,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시설을 탈출한 노인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심리를 활용한 것으로 요양원을 뛰쳐나온 노인들은 막상 나오면 본인이 나온 이유를 잊고, 돌아오는 길도 잃어버리는데 ‘가짜 버스정류장’을 설치 한 후로는 정류장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아 다시 시설로 안전하게 돌아오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짜 버스정류장’은 잠시나마 가족과 집으로 돌아가고픈 노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또 다른 공간인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MMCA 과천프로젝트 2021: 예술버스 쉼터 기사를 읽고 이미 오래전부터 디자인이 사물에서 사람 중심으로 옮겨왔는데 아직도 버스 관점의 ‘정류장’이 이용자 관점의 ‘쉼터’보다 익숙하다.

첫 번째 공간재생프로젝트는 그동안 미술관의 시작으로 관람객을 맞았던 버스 장류장으로 ‘예술은 입은 쉼터’가 되면서 도시로부터 자연속 미술관으로 진입하는 전이공간으로 그 기능이 ‘재설정’ 되었다. 젊은 건축가는 예술버스쉼터를 디자인하면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의 몸짓이 남긴 보이지 않은 공간에 주목’했고 ‘이러한 공간적 장치를 통해 사용자들은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공간을 경험하고 인식을 확장’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 때 SNS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몬트리올 21Swing 정류장 역시 예술을 입혀 쉼터를 만들어낸 프로젝트로 디자인그룹과 동물행동연구가 그리고 과학분야 교수들과의 협업으로 제안었다. 21개의 그네가 움직이면 각각 고유의 음을 내고 사람들이 그네를 타면 그 음들이 섞여 멜로디로 흘러나온다. 저녁에는 은은한 조명이 들어와 주변을 따스하게 비추는데 이렇게 버스를 기다리며 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도시를 온기로 채우고 사람들은 기다림을 여유로운 휴식으로 느끼는 감성을 이끌어 내는 컨셉이다. 몬트리올은 이 프로젝트를 통하여 동절기, 혹독한 추위로 침체되는 도시의 분위기에 버스 -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환경과 경제효과 그리고 시민의 사랑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스웨덴 우메오 Umea 시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존재의 정류장 Station of Being’ 역시, 추운 환경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정류장이다. 추위에 시달리며 버스를 신경쓰는 일은 너무 피곤하다는 것과 추울 때는 앉아잇는 것보다 서 있는 것을 선호하며 다만 바람을 막아줄 뭔가가 필요하다는 정류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출발, 빛과 소리로 버스의 출도착을 알리고 독립된 대기공간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회전이 가능하고 기대어 서 있을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다. 이 정류장에서 사람들은 버스의 출도착에 신경 쓸 필요없이 ‘가만히 있으면 BEING ’ 되는 것이다.

미국 산타모니카의 빅블루 BIG BLUE 버스 쉘터는 강렬한 태양을 피하도록 고안된 정류장이다. 파란색 원형 캐노피와 지지하는 기둥 그리고 원형의 벤치, 이렇게 단순하게 세요소로 구성된다. 더운 산타모니카 기후에서 장소에 맞게 원형의 캐노피의 수량과 위치를 배치하여 최대한의 그늘을 만들어 주고 주변상가들에는 최대한 가시성을 확보해준다.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재생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고 LED 조명을 갖추었으며 버스운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독립적인 정보판 (Rider Information Display)을 두어 정류장에서 대기하는 사람과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의 불필요한 공존을 피하도록 배려하였다.

우리나라의 버스정류장은 똑똑하고 편리하다.

최근에 접한 미래형 버스 쉘터들은 스마트 기술을 입고 더 똑똑해지고 - 이제는 정차지점도 알려주고 영어도 한다. - 더 편리해졌다. 형태의 논리를 부여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단순해지기는 좀 어렵다. 예산을 고려하면 스마트한데 간결해지기는 더더욱 어렵다.

안전한 교통환경을 제공을 위해 탑재되는 IoT기기 날씨나 미세먼지 등으로부터 안전한 쉘터가 되기 위해 덧붙여지는 기기들 그리고 친환경에너지를 위한 태양광 기술.. 쉘터가 건축물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건축물은 공공을 위한 시설물로 도시에 여러 곳에 자리할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서울의 스마트쉘터는 향후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하고 서울시정에 대한 홍보도 하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과천 미술관 앞의 예술을 입은 버스쉼터는 분명히 기술을 입은 스마트 쉘터와 다르게 생겼다. 과천 미술관 앞의 예술버스쉼터는 미술관으로 가는 경험을 극대화하고 이용자들은 디자이너가 의도한대로 기다림의 미학을 충분히 느낄 것 같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좋은 조화를 이룰 것이고 하나의 작품으로 쉼터의 최소한의 역할 - 햇빛과 비를 피하는 -을 할 수 잇을 것 같다. 하지만 편리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스마트쉘터는 편리하고 안전할 것이다. 거기에 예술을 입히는 방법은 없는지 궁금하다.

메가도시 서울의 버스쉘터는 좀 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쉘터가 벽으로 막히는 순간 도시 경관과의 조화, 주변 경관과의 단절, 에너지, 유지보수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서울시 몇곳에 운영 중인 서울의 스마트쉘터는 시범 운영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둔탁하게 얹혀진 지붕, 자재나 색계획, 그리고 따뜻한 조명에 대한 종합적인 디자인 검토가 보완되길 바란다.

스마트한 버스 쉘터가 ‘꿈과 희망을 주는 장소’ 혹은 ‘기다림의 마학’으로 충만한 장소가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