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집콕문화소개, 좋은 영화 다시보기Ⅶ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집콕문화소개, 좋은 영화 다시보기Ⅶ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2.02.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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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베이커 '플로리다 프로젝트'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br>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2018년 국내개봉한 션베이크감독의 작품으로 올랜도의 디즈니 건너편에서 힘겹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아이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어린이들의 천진한 웃음소리와 6살 주인공의 절규하듯 울던 소리가 귓가에 오래 남는 영화. 테마파크 입장보다 더 거대한 감동이 밀려오는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어른이 꼭 봐야 할 어린이가 등장하는 영화로, 우리의 인생이 어떤 것인지 사람이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조목조목 보여준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다소 비현실적인 컬러감도 주의하시라. 사랑스러운 빛만 따라가다가는 무지개 뒤편 잿빛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섣부른 동정을 강요하지 않기에 더 답답하고 더 큰 한숨이 터져 나오는 영화. 마음 아픈 걸 감수해야 끝까지 볼 수 있다. 그래서인가? 이 작품은 전체이용가가 아니다. 15세 이상 관람가.

영원한 빛도 없고 영원한 그림자도 없다.

미국의 가장 화려하고도 반짝거리는 디즈니랜드. 그 건너편에 매직캐슬이라는 모텔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6세 무니는 자유분방하게 보이는 미혼모 핼리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변변한 직업이 없는 어린 엄마는 모텔비를 만드느라 힘에 겹다. 매주 지불해야하는 모텔비가 35불인데 흠이 있는 향수를 저렴히 사서 관광객에게 되팔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판매 제지에 정부보조금도 끊기고 그녀의 삶이 녹록치 않다.

무니의 엄마는 댄서였다. 손님과 잠자리를 요구하는 점주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는데 생활비에 허덕이던 그녀는 결국 매춘으로 돈을 벌게 된다. 무니가 목욕을 하는 동안 무니의 집에는 남성들이 들락거리게 되고 불법 성매매는 시작된다. 여유가 생긴 생활도 잠시. 친했지만 자신과 아들을 지키고자 했던 친구의 배신과 제보로 아동복지국 직원들이 다녀가게 된다. 사랑하는 딸 무니와 생이별해야하는 상황에도 핼리는 아이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살아야하기에 불법을 선택한 아이의 엄마와 그 엄마로부터 아이를 떼어놔야 하는 정책 중심의 어른, 또 이 슬픈 상황을 보고도 방관하는 어른, 내가 살아야해서 너를 보내는 어른, 이 모든 등장인물들이 우리 시대의 어른이다.

“난 어른들이 언제 울지 알 수 있어”라는 철난 소리를 하는 주인공 무니.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살아내느라 힘겨운 어른들을 오히려 위로한다. 밝고 신이 난 아이들을 보며 불안한 마음과 행복한 기운을 동시에 느낄 수 있기에 더 아픈 영화다!

세상의 모든 것이 행복한 놀이터

무니는 동네 친구들과 모텔 매직캐슬의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며 세상 행복한 웃음을 선사한다. 유치원도 다니지 않는 이 아이들은 하루종일 몰려다니며 놀 궁리를 하는데 보통 어른의 눈으로 보면 온통 하지 말아야 할 행동뿐이다. 거친 말을 내뱉고 그것도 모자라 새로 주차한 차에 침을 뱉는 만행도 서슴없이 저지른다. 심지어 빈 리조트에 불을 지르고도 모르는 척 하잔다. 사실 모텔의 이름과 다르게 매직캐슬에는 아이들의 놀이터도 없고 그네도 없다. 엄밀하게 말하면 놀만 한 곳은 아예 없다. 변태가 다녀가도 제대로 보호받을 수도 없고 그저 알콜리즘이 있는 아줌마의 큰 가슴을 멀리서 보고 킥킥거리며 친구들과 웃는 게 하루의 일과다.

어느 날은 관광객에게 앵벌이를 하고 받은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서 친구들과 쪽쪽 나누어 먹기도 한다. 그마저도 빨리 녹으니 에어컨이 있는 모텔 로비에 가서 관리인 눈치를 보며 먹어야 오래 먹는다. 바닥의 벌레를 잡고 숨바꼭질하고 달리기를 하고 난간에 붙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놀이의 전부인데도 친구와 함께인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웃음을 선사한다. 주인공 무니는 복지재단에서 나눠주는 빵차가 와도 절대 아무빵이나 가져오는 법이 없다. 좋아하는 빵의 종류를 정확히 알고 당당히 말할수 있다. 자유롭게 놀이를 만들고 주체적인 시간을 보낸 무니는 선택의 힘이 있지만 디즈니랜드 기념품샵에는 눈길한번 주지 않는다. 친구만 있으면 안전하다고 느끼는 아이들. 꿈과 환상은 디즈니랜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행복한 놀이터다.

“내가 이 나무를 왜 좋아하는지 알아? 쓰러졌는데도 자라나서”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디즈니랜드를 계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초기의 프로젝트명이다, 또 미국 내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정책을 시행하면서 붙여진 명칭이기도 하다. 플로리다의 기후는 연중 평온함을 유지하는 곳으로 나무들은 수분이 가득하여 유난히 반짝거리고 푸른 잎을 띄고 있다. 무니가 친구 젠시 손을 잡고 달려간 간 곳에 큰 나무가 한그루 있었는데 통째로 쓰러진 나무앞에서 아이는 말한다. “내가 이 나무를 왜 좋아하는지 알아? 쓰러졌는데도 자라나서야” 주인공 무니의 말은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대부분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엔딩장면에서 아동복지국 직원들이 매춘을 한 엄마에게서 무니를 분리하고자 몰려왔을 때 무니가 찾은 것은 엄마도 아니고 더 안전한 어른도 아니었다. 가장 친했던 친구 젠시에게 찾아가서 울먹거린다. “도와줘, 무서워, 싫어”가 아니다. “너는 나의 제일 친한 친구인데 이제 다시는 못 볼지도 몰라”라는 말을 한다. 무니에 비해 소극적이었던 젠시는 무니의 손을 잡고 냅다 뛰기 시작한다. 리얼리즘으로 영화를 감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현실적으로 관객의 시선을 이동시킨다. 영화 초반의 밝음과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빛에 그림자를 투영시키며 정서를 피로하게 하기도……. 울컥한 마음을 객관화시키며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의미를 가만히 도출시키는데 배경음악이 한몫한다.

강렬한 엔딩음악이 달리는 아이들과 스텝을 함께 맞추며 두 친구를 디즈니랜드 한복판에 이르게 한다. 진짜 매직 킹덤 앞이다. 이때 캐슬의 빛은 다운되고 크기도 명백히 줄어들고 이미지도 희미해진다. 손잡고 뛰던 두 아이만 클로즈업된다. 그 뒤를 따라가는 카메라는 흔들리지만 더는 불안하지 않다. 한참 더 성장해야 하는 이 아이들은 기특하게도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아이는 보호받아야 한다. 쓰러진 나무를 찾아내는 것도 어른의 몫이다. 플로리다의 석양과 잿빛 삶을 초현실적인 색감으로 잘 그려낸 플로리다 프로젝트. 어린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캐슬이 아니라 그저 따스한 위로인 것을……. 아이들의 순수함과 잔혹한 현실 간의 괴리감이 러블리한 색감으로 메이크업 된 것도 이색적이다.

신데렐라의 성은 멀지 않다. 인생이란 쓰러진 나무에서도 싹을 틔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