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모차르트④]꼬마 모차르트가 무용으로 대중 앞에 데뷔했다고?
[우리가 몰랐던 모차르트④]꼬마 모차르트가 무용으로 대중 앞에 데뷔했다고?
  • 이채훈 클래식 칼럼니스트 / 서울문화투데이 클래식전문 객원기자
  • 승인 2022.02.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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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zart Wearing Sunglasses Art Board Print ⓒSuper Merch
▲Mozart Wearing Sunglasses Art Board Print ⓒSuper Merch

요한 안드레아스 샤흐트너(1731~1795)는 1754년부터 잘츠부르크 궁정악단의 트럼펫 주자로 일했고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에도 능한 사람으로, 아버지 레오폴트와 각별한 사이였다. 그는 “어린 모차르트가 나를 무척 좋아하며 따랐다”고 자랑스레 회상했다. 그는 문학에 조예가 깊어서 모차르트의 미완성 오페라 <차이데>의 대본을 썼고, 1781년 초연된 <이도메네오>의 대본을 독일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어린 모차르트와 자주 놀아 주었는데, 꼬마의 음악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 것은 남다른 집중력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모차르트는 한 가지 일에 흥미를 느끼면 그걸 완전히 익힐 때까지 다른 건 전부 잊어버렸다. 산수를 배울 때는 테이블, 의자, 벽과 마루 한가득 분필로 숫자를 써 넣었다. 새로운 것에 빠지면 음식이든 음료든, 뭐든 다 잊을 정도로 몰입하는 꼬마였다. 일단 음악에 빠지기 시작하면 다른 놀이는 관심 밖이어서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떤 놀이든 음악과 엮어서 하지 않으면 그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모차르트는 어린이답게 여러 가지 놀이를 좋아했다. 하지만, 음악에 몰입하면서 다른 오락에 대한 흥미를 점차 잃어버린 것 같다. 샤흐트너에 따르면, 누나와 동생은 언제나 음악을 하며 놀았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장난감을 들고 옮길 때 손이 비어 있는 사람은 반드시 행진곡을 노래하거나 바이올린을 연주해야 했다.”

꼬마 볼프강은 행복한 어린이였다. 즐겁게 놀고, 잠자리에 들 때는 아버지의 침상 곁에서 노래를 불러드리고, 아버지의 코끝에 뽀뽀하며 밤 인사를 드렸다. 아이가 노래하면 아버지는 베이스로 화음을 넣어주었다. 가족의 행복한 일상은 2~3년 동안 계속됐다. 레오폴트는 아들의 놀라운 재능을 눈여겨보며 ‘난네를 노트북’에 기록을 이어갔다.

2월 4일 수요일, “볼프강이 바겐자일의 행진곡을 익혔다.” 
2월 6일 금요일, “볼프강이 바겐자일의 스케르초를 익혔다.”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바겐자일Georg Christoph Wagenseil은 신성로마제국 황실의 궁정악장으로,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음악을 가르친 사람이다. 모차르트 가족이 이듬해 빈을 방문하여 바겐자일을 직접 만나고, 꼬마 모차르트가 그에게 깜찍하게 “악보를 넘겨 달라”고 요구하게 될 줄은 아버지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5살 모차르트는 그해 9월 1일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잘츠부르크 대주교 슈라텐바흐Schrattenbach의 명명일을 축하하는 라틴어 노래극 <헝가리 왕 지기스문트>에 출연하여 무용을 선보인 것이다. 볼프강은 음악 신동이 아니라 꼬마 재롱동이로 무대에 데뷔한 셈이다. 

모차르트의 연주 재능과 작곡 재능은 거의 동시에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 해 12월 11일, 드디어 볼프강이 작곡을 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알레그로 C장조 K.1c를 ‘난넬 음악노트’에 처음 적어 놓은 것이다. 12월 16일에는 메뉴엣 F장조 K.1d, 이듬해인 1762년 1월에는 메뉴엣 G장조 K.1와 C장조 K.1f를 작곡했다. 꼬마는 아직 악보를 그릴 줄 몰랐기 때문에 머릿속의 음악을 연주하면 아버지가 악보에 옮겨 적었다. 꼬마가 직접 악보를 그린 것은 만 6살이 된 다음이었다.  

이 소품들은 모차르트가 어릴 때 작곡했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을 끌 뿐, 훗날 그가 쓴 걸작들과 비교할 수준은 안 된다. 흥미로운 것은, 모차르트의 음악 실력이 짧은 기간에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음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3월 4일 작곡한 알레그로 B♭장조 K.3, 5월 11일 작곡한 메뉴엣 F장조 K.4, 7월 5일 작곡한 메뉴엣 F장조 K.5는 하나하나 앞의 작품보다 뛰어나다. 마치 알에서 깨어나는 병아리가 세상을 향해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을 보는 듯하다. 메뉴엣 K.5는 한결 성숙한 작품으로, 후반부 15번째 마디부터 18번째 마디까지 왼손이 “솔, 솔, 파, 미, 레, 도” 하강할 때 오른손이 분산화음을 연주하는 대목이 재미있다. 낮은 음계에서 한번 연주한 뒤 한 옥타브 높여서 또 한 번 연주할 때, 귀를 쫑긋 세우고 낮은 음과 높은 음의 차이를 음미하는 꼬마 모차르트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지난호 퀴즈3 정답 : ②장난감 교향곡

퀴즈4. 다음 모차르트 오페라들을 작곡한 순서대로 열거하시오.
① <마술피리>    ② <후궁에서 구출하기>    ③ <돈조반니>    ④ <피가로의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