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세종문화회관, 44년 만에 새 옷 입는다…“제작극장 형태로 운영 변화”
[현장리뷰]세종문화회관, 44년 만에 새 옷 입는다…“제작극장 형태로 운영 변화”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2.2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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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래유산’ 등재로 외관은 보존…2028년 완공 목표
국악관현악, 무용, 합창, 뮤지컬, 연극, 오페라 등 6개 예술단체 보유
“대관 중심 탈피, 제작공연으로 정체성 회복”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세종문화회관이 안팎의 변화를 통해 재도약에 나선다. 일회성 대관 중심 극장에서 벗어나 제작극장으로 전환하고, 예술단 운영방식을 개선해 제작 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며,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도록 복합문화공간 재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2022 세종시즌 기자간담회’ 참석자(왼쪽부터)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김성국 단장, 서울시뮤지컬단 김덕희 단장, 서울시무용단 정혜진 단장,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단장, 서울시극단 문삼화 단장, 서울시합창단 박종원 단장 ⓒ세종문화회관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2022 세종시즌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을 비롯해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김성국 단장, 서울시무용단 정혜진 단장, 서울시뮤지컬단 김덕희 단장, 서울시합창단 박종원 단장,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단장, 서울시극단 문삼화 단장이 현장에 참여했다.

세종문화회관은 그동안 공간이 가지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연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플랫폼으로서 외부단체의 일회성 대관공연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최근 현대적 설비를 갖춘 중대형 공연장들이 늘어나면서 하드웨어의 경쟁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반면, 세종문화회관 고유의 정체성을 가진 콘텐츠는 부족해 대표 공연장으로서의 발전 동력에 대한 근본적 고민과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국악관현악, 무용, 합창, 뮤지컬, 연극, 오페라 등 6개의 전문예술단체를 보유한 세종문화회관은 ‘예술단 중심의 제작극장’으로의 전환으로 수준 높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국제적 수준의 공연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걸음을 시작한다.   

세종문화회관이 2022년 중점 추진하는 3개 과제는 ▲제작극장으로의 전환 ▲예술단 운영방식 개선 ▲복합문화공간 조성이다.

안호상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콘텐츠 시장과 극장의 역할이 변화하며, 디지털 유통 플랫폼들이 매개자로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공연 콘텐츠 보급에 있어 이런 변화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라며 “하지만 세종문화회관이 대관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대표 콘텐츠가 부재하고, 밖으로는 뮤지컬 전용극장 등 전용성으로 무장한 공연장이 증가하면서 세종문화회관의 경쟁력이 하락했다. 코로나 이전 40% 내외였던 극장의 자립도가, 3~4년이 지난 현재 22%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2022 세종시즌 기자간담회’에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새 운영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2022 세종시즌 기자간담회’에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새 운영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안 사장은 “현재 예술단은 세종문화회관 전체 인력과 예산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예술단 공연의 관객 비중은 12% 정도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이처럼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예술단 중심의 제작극장을 만들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세종문화회관에 속해있는 예술단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이 가운데서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목표이다. 예술단의 전면적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고 예술단 변화의 핵심은 리더십에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예술단 변화와 혁신을 얘기하며 “핵심은 공연 프로그램의 횟수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공연을 많이 하려면 예산이 더 있어야 하고 단원들의 연습량과 참여가 늘어나야한다. 횟수를 늘리려면 관객이 있어야 한다. 또 실질적으로 공연을 많이 늘리기 위해선 물리적 공간도 필요하다. 종합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단체의 수준도 자연히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세종시즌의 콘텐츠 구성, 운영방식도 새롭게 바꿨다. 서울시예술단 제작공연 중심으로 ‘세종봄시즌’과 ‘세종가을·겨울 시즌’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동시대 최고의 아티스트들을 만나는 컨템포러리시즌 'Sync Next'(싱크 넥스트)를 S씨어터에서 여름동안 운영한다. 프로그램 공개와 티켓 오픈 또한 기존 연 단위에서 봄-여름-가을·겨울 3개 시즌별로 나눠 순차 오픈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서울시극단 ‘천만 개의 도시’ 공연 장면 ⓒ서울시극단

‘2022 세종봄시즌’(3~6월)을 여는 작품은 문삼화 단장이 이끄는 서울시극단의 ‘불가불가’이다. 파격을 거듭한 화제의 작가 이현화의 1982년작 '불가불가'는 은유와 상징을 통해 1980년대 당시 정치현실을 그린 작품으로 1987년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했다.

김성국 단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맞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국악관현악의 종가’로서 국악관현악의 오랜 숙원이자 과제인 국악관현악 사운드 완성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레퍼토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김정승(대금), 이경선(바이올린), 사물광대와 만나는 4월 명연주자 시리즈 <정화 그리고 순환>, 동해안 별신굿을 모티브로 작곡가들이 연구하고 창작한 위촉신곡을 선보일 6월 관현악시리즈 <전통과 실험-동해안>을 선보인다.

서울시합창단은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박종원 신임단장을 중심으로, 시대흐름에 부합하는 합창공연을 통해 서울시합창단의 정체성을 확립할 계획이다. 4월 M컬렉션시리즈 ‘봄볕 그리운 그 곳’은 헨델의 합창 명곡을 중심으로 슈만, 브람스, 한국 가곡과 팝송 등 다양하고 대중적인 연주레퍼토리를 함께 구성해 관객과 만난다. 서울시합창단원의 독·중창으로 구성된 ‘쁘띠 콘서트’ 역시 세종봄시즌에서 공개한다.

▲서울시뮤지컬단 ‘지붕 위의 바이올린’ 공연 장면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 ‘지붕 위의 바이올린’ 공연 장면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은 <지붕위의 바이올린>을 한층 업그레이드해 4월 대극장 무대에 선보인다. 김덕희 단장은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시대의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출발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표방하는 국내유일의 국공립예술단체로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서울시뮤지컬단의 지금의 시점과 매우 잘 맞는 공연”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와 정혜진 단장이 선보이는 서울시무용단의 <일무(佾舞)>는 현대무용 안무가 김성훈, 김재덕이 함께할 예정이다. ‘세종봄시즌’ 자체 기획공연은 작곡가 슈베르트의 실내악 작품으로 구성된 세종체임버시리즈 <디어 슈베르트>가 진행된다. 총 6회로 진행되는 <디어 슈베르트>에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김대진, 문지영, 현악사중주 노부스콰르텟,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첼리스트 문태국,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 기타리스트 박규희, 소프라노 임선혜, 베이스 연광철 등 국내 최고의 연주가들이 출연한다.    

2022 세종문화회관 여름시즌 ‘Sync Next 22’(6월23일~9월2일, 티켓 오픈 5월 초 예정)는 12편(총49회)의 공연으로 구성해 S씨어터에서 진행한다. 안은미와 장영규, 백현진이 함께하는 개막작 <안은미 솔로>를 시작으로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 악마의 속삭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서울시뮤지컬단의 ‘원더보이’를 비롯해 뉴다큐멘터리 연극,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 현대무용 등 다양한 장르와 형식을 담은 공연 12편을 선보인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김혜경, 태싯그룹, 이날치, 박다울, 정은혜, 전윤환, 김치앤칩스 등이 참여한다. ‘Sync Next 22’ 시즌 공연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5월 초(예정) 제작발표회에서 공개한다.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정구호 연출 등 그간 안호상 사장과 인연을 이어온 예술인들의 참여가 도드라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안 사장은 “프로그램의 구성이나 방향성은 좀 더 시간을 가지면서 채워야 할 부분이다. 논의가 한 단계 진행이 됐지만, 각 예술단 별 단장들이 임명된 지 오래지 않아 심도 깊은 논의 진척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참여 예술가의 범위도 한정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 전경

서울시 문화비전2030 실현을 위한 세종문화회관 리빌딩도 추진된다. 안호상 사장은 “개관 44년을 맞으면서 현재 극장 구조로는 최신 트렌드의 작품 제작에 한계가 있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전면 리모델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4~2025년 공사에 들어가서 2028년 마칠 계획이다.

1978년 개관한 세종문화회관은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문화재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미래 세대에 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뜻한다. 안 사장은 “건축 외양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을 추진하면서, 무대 전체 설비 교체와 보완 공사, 예술단 연습공간 확충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 문래동에 추진 중인 제2세종문화회관이 2026년쯤 완공되면, 세종문화회관 리모델링 공사에도 속도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리모델링은 공간의 전용성과 기능성 확보, 그리고 7개의 전속 예술단체를 보유한 제작극장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세종문화회관은 2003년 리모델링 후 무대기계, 조명, 음향, 영상시설 등의 부분적인 설비교체에 의존해 현재까지 공연장을 사용하다 보니 대형 공연 진행에 크고 작은 불편을 겪어왔다. 공연예술 발전에 맞춰 공연장 규모 조정도 추진한다. 현재 세종문화회관이 보유한 대극장(3022석), M씨어터(609석), S씨어터(가변형)는 최신 트렌드 작품 제작 규모에 한계가 있어 이를 보완하게 되며, 전속 예술단을 위한 연습공간도 확충하게 된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제작공연 강화 계획에 대해, 대관ㆍ수익사업을 통한 극장 자립률 개선에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안 사장은 “대극장의 경우 팝 공연, 뮤지컬 외에 다른 공연 수요가 많지는 않아서 대관이 줄어들 것으로는 예측하고 있다. 뮤지컬 극장이 더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경쟁력이 계속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팝 공연이 양극화될 거라고 보고 있지만, 당분간 대극장을 향한 공연 수요는 대관 유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확답을 받기까지 쉽지는 않겠지만, 세종로 공영주차장 운영권을 서울시에 요청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에 오는 관객의 (공연장에 대한) 인상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주차장 시스템을 바꾸는 게 우리 극장 자체의 수입과 이미지를 바꾸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물리적 제약이 있지만 가능한 수익공간화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