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귀국 보고전, 한국-에콰도르 수교 60주년 특별초대전 《유령패션(Ghost Fashion)》
안창홍 귀국 보고전, 한국-에콰도르 수교 60주년 특별초대전 《유령패션(Ghost Fashion)》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2.2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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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미술관, 오는 5월 29일까지
팬데믹 시대 현대인의 불안, 욕망, 허상 담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에콰도르 수교 60주년을 맞이해 안창홍 작가 개인전이 열린다.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한국·에콰도르 수교 60주년 기념 안창홍 특별초대전: 안창홍-유령패션(Ghost Fashion)》 귀국 보고전을 오는 5월 29일까지 서울 은평구 진관동 사비나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유령패션1(ghost  fashion)162.2x112.1cm, oil pastel on cotton paper, 2021 (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유령패션1(ghost fashion)162.2x112.1cm, oil pastel on cotton paper, 2021 (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에콰도르에서 지난해 11월 4일부터 12월 20일까지 개최됐던 《한국·에콰도르 수교 60주년 기념 안창홍 특별초대전》은 한국과 에콰도르 양국 간 문화교류의 첫 시도로 국가적 차원의 상호 문화교류 창출의 기회를 마련한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에콰도르 현지 언론 등 해외 매체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안창홍 특별초대전이 개최된 ‘과야사민미술관’과 ‘인류의 예배당’은 에콰도르 국가유산으로 등록된 오스왈도 과야사민의 대표작품이 상설 전시된 공간이다. 또한, 이번 초대전은 스페인의 거장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의 작품이 ‘인류의 예배당’에서 전시된 이후 처음으로 타국 작가의 작품이 에콰도르에 소개됐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에콰도르에서 성황리에 전시를 마치고 사비나미술관에서 귀국 보고전을 하게 된 안창홍 작가의 이번 전시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극심한 불안과 공포, 자본주의 사회의 생산과 소유 개념,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원초적인 검은 욕망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회화와 입체를 아우르는 다양하고 강렬한 조형언어로 현대 한국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을 작품 속에 구현해온 안 작가의 대표작 <유령패션> 유화작품과 입체작품을 포함한 32점, <마스크> 연작 23점, 드로잉 85여 점, 디지털 드로잉 150여 점을 선보인다.

▲유령패션19(ghost  fashion)162.2x112.1cm, oil pastel on cotton paper, 2021
▲유령패션19(ghost fashion)162.2x112.1cm, oil pastel on cotton paper, 2021 (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유령패션>은 한껏 치장한 옷들이 화폭 위에 표현돼 있지만, 정작 옷을 입은 주체는 보이지 않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없어 공허하고 허망하다. 션은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자 자본주의와 부와 계급을 상징하기도 해 작가는 물질주의의 정점인 패션에 인간의 욕망의 허상과 공허함을 표현했다.

<마스크> 연작은 개인의 정체성을 감춤과 동시에 또 다른 정체성을 부여하는 의미를 담는다. 마스크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숨김과 동시에 오히려 과감하고 거짓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한다. 또한 폭력과 억압으로 인한 개인 정체성의 상실이자 현대 사회의 집단 최면 현상과 군중심리를 나타내기도 한다.

▲Mask 2019, Mixed Media on FRP 155X110X50 -181
▲Mask 2019, Mixed Media on FRP 155X110X50 -181 (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한편, 이번 귀국 보고전에선 안 작가의 새로운 시도를 만나볼 수 있다. 안 작가의 29점의 유화작품 <유령패션>의 원형은 스마트폰으로 수집한 사진 이미지 위에 디지털 펜으로 그림을 그려 완성된 디지털 펜화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사진에서 디지털 펜으로 사람의 형상은 지우고 옷만 남기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려 넣어 1차 완성하고, 이를 캔버스에 전신크기로 옮겨 유화로 그림을 완성한다.

안 작가는 유화 연작 20점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디지털 펜화 80여 점 등 에콰도르에서 선보인 작품 등을 입체로 확장한 입체작품 3점을 새롭게 출품한다. 또한 마스크 연작 23점과 지금까지 완성된 총 150여점의 디지털펜화 작품을OLED 디스플레이를 작품의 설치요소로 사용해 디지털 매체의 미학적ㆍ기술적 융합 및 확장성을 탐색하는 작업도 선보인다.

▲안창홍 작가
▲안창홍 작가 (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작가 노트’를 통해 안 작가는 “텅 빈, 인파로 채워지지 않은 도시의 거리는 공허하다. 마치 유령들의 거리처럼 사람들의 존재는 사라지고 화려하게 치장된 거적때기들만 길을 가득 메우고 있는 듯 한 착시현상에 빠져든다. 그렇다! 유령의 거리, 유령들의 패션쇼... 적막감만 강물처럼 흐르는 텅 빈 도시. 이것이 유령의 도시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멸망의 벼랑 끝으로 내달려가는 문명의 폭주 열차를 멈춰 세울 방도는 없는 것일까?”라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에콰도르에서 큰 호응을 얻고 돌아온 안 작가 귀국보고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시도하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탐구와 독창적인 시선으로 시대를 조망하는 작가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