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미술관, 《아워세트 : 아워레이보×권오상》展
수원시립미술관, 《아워세트 : 아워레이보×권오상》展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3.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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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 광교, 오는 5월 22일까지
사진-조각-공간연출, 동시대 현대미술 다각도로 접근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사진과 조각의 개념을 실험적으로 전복시키는 작가 권오상이 크리에이티브 그룹 아워레이보와의 협업으로 또 한 번의 경계를 넘어서는 전시를 선보인다.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관장 김진엽)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개관 3주년 기념전으로 권오상 작가와 아워레이보의 협업 전시 《아워세트 : 아워레이보×권오상》을 오는 5월 22일까지 개최한다.

▲세트 7 공간, 뉴 스트럭쳐 17, 2017, 합판에 프린트, 300x400x500cm (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세트 7 공간 전경, 뉴 스트럭쳐 17, 2017, 합판에 프린트, 300x400x500cm (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아워세트 : 아워레이보×권오상》은 전시장을 하나의 촬영 세트 같은 장면으로 조성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아워레이보는 미술을 기반으로 공간의 구조와 연출 방식을 고민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으로 사진과 조각을 함께 다루며 실험적인 표현은 시도하는 권오상과의 협업에서 다채로운 시너지를 뿜어낸다. 전시는 권오상 작가 대표작 35점과 아워레이보의 공간 연출이 더해진 총 9개의 세트로 구성됐다.

세트. 1은 모터쇼 쇼케이스 현장으로 구성해 유명 슈퍼카 엔초 페라리(2와 부가티 베이론을 본 딴 <더 스컬프쳐 3 The Sculpture 3>(2005-2015), <더 스컬프쳐 4 The Sculpture 4>(2005-2015)를 전시한다. 두 대의 자동차는 작가의 손자국을 담은 울퉁불퉁한 표면을 갖고 있지만, 좌대가 아닌 검은색 카펫 위에 전시돼 현시대의 명품이라 불리는 사물(슈퍼카)로 인식되도록 유도한다.

▲더 스컬프쳐 3, 2005-2015, 점토에 아크릴, 레진, 120x210x435cm
▲세트 1 공간 전경, 더 스컬프쳐 3, 2005-2015, 점토에 아크릴, 레진, 120x210x435cm  (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세트. 2는 권오상의 대표적인 사진 조각 연작인 <데오도란트 타입 Deodrant Type>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모델의 전신을 촬영하고 조각으로 제작해 실제 사람 크기만 하다. 전통적인 조각상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작품들은 아워레이보의 화려하고 독특한 조명 연출 방식을 만나 전시장을 패션쇼의 한 장면처럼 만든다.

세트. 3은 권오상의 데오도란트 타입의 작품 <비스듬히 기대 누운 남자 Reclining Man Drinking>(2016)를 아워레이보가 제작한 아이소핑크(압축 스티로폼) 좌대 위에 놓아 카메라 셔터에 맞춰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델처럼 보이도록 했다. 사진의 2차원의 특징과 조각의 3차원의 특징을 동시에 담아내는 연출이다.

세트. 4에서는 미국의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1898-1976)의 모빌을 권오상의 방식으로 오마주한 <붉은 셔츠와 휘슬, 칼더의 서커스 Red Shirt and Whistle, Calder's Circus>(2018)를 선보인다. 전통적인 조각의 양감이 아닌 얇은 판형이 천장에 매달린 형태로 바닥에 닿을 듯 크게 확대된 작품은 조각이 공간을 점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세트 2 전시 전경
▲세트 2 전시 전경, 실제 사람 크기만 한 조각 <데오도란트 타입 Deodrant Type>이 전시돼 있다  (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세트. 5는 2020년 겨울 한 백화점 쇼윈도에 설치됐던 <또 다른 즐거운 곳으로 여행 A Trip To Another Joyful Place>(2020) 작품을 2022년 아워레이보와 함께 새롭게 선보인다. 세트. 6은 ‘작은 종잇장이라도 공간을 차지하며 혼자 설 수 있다면 조각’이라는 권오상의 조각에 대한 개념을 담은 연작 <더 플랫 The Plat>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패션 잡지에 등장하는 보석, 시계 등 광고사진, 디자인, 인테리어 잡지의 이미지 등을 차용한 <더 플랫 16, 17, 18 The Flat 16, 17, 18>(2006) 등의 시리즈로 확장된 대상과 소재의 활용으로 현대미술의 영역에서 조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이외에 나머지 공간들에서도 전통적인 시각에서의 조각에서 변화를 꾀해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는 권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아워레이보의 시각으로 재해석된 공간과 권 작가 작품의 시너지는 한 명의 예술가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시각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세트 5 전시장 전경, 또 다른 즐거운 곳으로 여행 1, 2020, C-프린트, 혼합매체, 260 x155x68cm
▲세트 5 전시장 전경, 또 다른 즐거운 곳으로 여행 1, 2020, C-프린트, 혼합매체, 260 x155x68cm (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사진, 조각, 공간이라는 각기 다른 요소가 모인 전시장은 하나의 촬영 세트장 같은 장면을 완성한다. 동시대 미술의 독특한 시각 어법을 통해 일반적인 전시 관람의 형태를 확장시키는 공간을 선보인다.

수원시립미술관 김진엽 관장은 “《아워세트 : 아워레이보×권오상》은 작가-미술관-관람객 간의 새로운 관계를 고민하는 자리로, 새로운 연대의 장으로 마련된 ‘우리의 세트’에서 동시대 현대미술을 다각도로 경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