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심상옥 시인 『미안한 저녁이 있다』 발간…“한 송이 말 속에서 세상을 읽다”
[신간]심상옥 시인 『미안한 저녁이 있다』 발간…“한 송이 말 속에서 세상을 읽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3.0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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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심상옥|(주)천년의시작|정가 10,000원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시에 대한 강한 열정과 삶에 대한 결기가 담긴 심상옥 시인의 시집 『미안한 저녁이 있다』가 출간됐다. 

심상옥 시인은 죽음으로 스러질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숙명을 자연에의 비유를 통해 시로 승화시킨다. 시인은 ‘꽃’으로 대표되는 자연물을 통해 존재의 숙명을 극복하는 동시에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자 한다. 이는 지난한 인생의 여정을 통해 얻어낸 삶의 진리이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성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심상옥의 시는 무의미하고 일상적인 생활에 함몰되어 있는 현대인의 삶을 성찰하는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근원이자 삶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으로서의 ‘고향’을 찾아나서는 시적 여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그 존재의 근원을 되찾으려는 힘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어 울림이 크다. 시인은 존재의 근원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죽음을 이겨내고 삶이 간직한 희망과 그 무한한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자세를 체득한다. 

해설을 쓴 차성환 시인의 말처럼 심상옥 시의 기저에는 “‘나’의 존재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던 공간과 시간을 그리워하는” 정서가 짙게 깔려 있고 이를 통해 시인이 “무언가 그리워하는 힘으로 시를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이번 시집에는 자기 존재의 근원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인간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새로이 개척해 나갈 것을 다짐하는 시인의 의지가 담겨 있다. 해설의 말처럼, 시인은 삶이라는 중력에 짓눌리지 않고 이 삶의 여정을 멈추지 않으면서 자신의 생을 끝까지 완수하는데 그 의의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 고해와 같은 삶 속에서 희망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먼 길을 떠나는 시인의 발걸음마다 생의 아름다움이 꽃피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신경림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심상옥 시인은 사람들이 예사로 보아 넘기는 풍경 또는 사물 속에서, 그만이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것을 끄집어내어 보여 주고 만지게 함으로써, 그의 시는 우리에게 시를 읽는 기쁨을 맛보게 한다. 우리가 늘 접하고 있는 것들을 새로운 눈과 새로운 귀로 보고 듣고 만드는 것이 그의 시가 가진 큰 미덕 중의 하나다”라고 전했다. 

한편, 심상옥 시인은 1945년 일본 도쿄 출생으로 1982년 시집 『그리고 만남』을 통해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울림과 색깔의 합주』 『오늘과 내일 사이』 『지금 오는 이 시간』, 영어 시집 『삶이여, 안녕한가』(아마존 킨들 발행), 수필집 『화신』 『환상의 세계를 넘어서』 등 8권 외 다수를 출간하였고 PEN문학상, 한국문학상, 노산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 한국여성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