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 가상현실 속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나는 전시, 《르네상스 3대 거장 미디어》展
[현장리뷰] 가상현실 속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나는 전시, 《르네상스 3대 거장 미디어》展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3.0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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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립 아람미술관,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레오나르도,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작품 미디어로 구현
거장들의 대표작 즐길 수 있는 몰입형 공간, 홀로그램 작품 선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코로나로 2년여간 한동안 관람객을 맞이할 수 없었던 고양시립 아람미술관이 르네상스 미술 작품을 주제로 관람객 곁에 돌아왔다.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길이 꽉 막혀 있는 가운데, 전시로 해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 3대 거장 레오나르도, 라파엘로,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즐겨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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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3대 거장 미디어’ 전시 section 9 이머시브 룸-몰입형 공간 전경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고양문화재단(대표이사 정재왈)은 《레오나르도,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 르네상스 3대 거장 미디어》展을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고양시립 아람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전시 개막에 앞서 고양문화재단은 지난 달 28일 언론공개회를 가졌다. 행사에는 정재왈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전시를 제작한 이탈리아 메다르텍(Medartec)의 로베르토 루치아니(Roberto Luciani) 대표, 에리코 크리스티아니(Erico Cristiani) 부대표가 참석해 전시에 대한 소개를 전하고, 기자들의 질의에 답했다.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좌측부터) 정재왈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 로베르토 루치아니 메다르텍 대표, 에리코 크리스티아니 메다르텍 부대표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코로나시대에 르네상스 작품이 전하는 변화의 물결

이번 전시는 암흑기라고도 불리는 중세시대를 지나 15세기 이탈리아에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켰던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을 미디어로 재창출한다. 르네상스는 고대 문명의 재탄생을 의미하며, 이 운동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됐다.

유럽의 많은 예술가, 지식인들이 브루넬리스키, 도나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에게 수학 받기 위해 도시로 찾아들었다. 사상·문학·미술·건축 등 다방면에 걸쳐 새 문화가 창출되는 흐름이 시작됐던 것이다.

이번 전시를 제작한 메다르텍(Medartec)은 건축가, 디자이너, 테크니션, 미술사가로 이루어진 팀이다. 다양한 시각으로 예술을 바라보고, 관람자들이 작품을 즐기면서 동시에 교육적인 면을 습득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해오고 있다. 메다르텍(Medartec)이 제작한 이번 전시는 현대 첨단 미디어 기술을 접목해 이루어진 전시다. 360도 프로젝션을 이용한 몰입형 공간, 홀로그램,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고대의 작품과 현대의 기술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선보인다.

▲‘르네상스 3대 거장 미디어’ 전시 section 7 갤러리 공간, AR로 아테네학당과 당시 르네상스 시대 많은 이에게 영감을 전했던 이상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르네상스 3대 거장 미디어’ 전시 section 7 갤러리 공간, AR로 아테네학당과 당시 르네상스 시대 많은 이에게 영감을 전했던 이상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정재왈 고양문화재단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시를 선보이지 못하는 시간동안 우리에게 조금 낯설었던,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가속도가 붙어 발전하게 됐다”라며 “르네상스 3대 거장 레오나르도, 라파엘로,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현대 첨단 기술과 융합되는 것을 보고 전시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라며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로베르토 루치아노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맞고 있는 현시점에서 르네상스 미술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치아노 대표는 “르네상스는 14세기 흑사병으로 유럽이 초토화된 이후에 시작된 문화 운동이다. 르네상스의 시대는 이전에 파괴됐던 시대와 달리 밝고, 삶을 다른 방식으로 인식한다”라며 “많은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피렌체로 찾아들었고 함께 가르침을 나누며 모두가 서로의 재능을 공유하던 시대였다. 팬데믹 이후 지금 현대에도 그런 인본주의가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본다”라고 르네상스 시대를 미디어로 재창조한 의미를 짚었다.

새로운 언어로 재현된 세 예술가의 이야기는 전통과 혁신이 뒤섞여, 관람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방식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고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아름다움은 관람객이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1차적으로 전달된다. 미디어로 재구현된 고대 작품의 새로움은 작품에 더해진 현대 기술을 활용하는 작가들의 시각과 융합됐을 때 그 빛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에리코 크리스티아니 메다르텍 부대표가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에리코 크리스티아니 부대표는 “거장들의 작품을 재구현하고, 기술로 다시 재탄생시켜 현재로 이끌어오는 것은 존경을 표현하는 행위”라며 “미디어로 제작된 전시 작품들은 당시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던 문화와 지식을 전파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메다르텍은 거장들의 작품을 미디어 작품으로 구현하면서 레오나르도,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3대 거장의 전 생애를 그들의 걸작품 안으로 스며들게 하는 것에 힘을 쏟았다. 거장들이 어떻게 발전해나가고 성숙해지는지 담아 작품과 시대, 지식적 측면을 모두 담아내고자 한 지향이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3대 거장들의 실물 작품은 유럽 전역과 미국 등 전 세계에 흩어져있다. 크리스티아니 부대표는 “유럽인들 또한 레오나르도, 라파엘로,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모두 관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미디어로 그들의 작품을 구현한 작품은, 미디어 작가들의 해석을 읽어볼 수도 있고, 오랜 시간 동안 가까이서 거장들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깊이있고 섬세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한다”라고 미디어 전시만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을 짚었다.

▲‘르네상스 3대 거장 미디어’ 전시 section 7 갤러리 공간, 3D 프린트로 재현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교육-문화예술 경험을 아우르는 전시

2년이란 공백기를 딛고 고양시립 아람미술관이 가장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로 미디어 아트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 공개회에서 에리코 크리스티아니 부대표는 전시 곳곳에 숨어있는 교육적 요소를 전시의 특장점으로 꼽았다.

크리스티아니 부대표는 “아이들은 모든 것을 빨리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몰입형 전시공간에 들어선 어린이 관람객들을 갑자기 조용해지곤 하는데, 거장들의 작품을 감각적으로, 예술품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라며 관람객이 느끼는 혁신적인 기술의 효과를 얘기했다.

그는 《레오나르도,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 르네상스 3대 거장 미디어》전시가 실제 작품의 대체품이 아닌 예술에 대한 입문용 컨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순수 미술 분야 작품과 전시는 일반 대중에게 고리타분하거나, 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어 장벽이 있다. 하지만 몰입형 공간과 VR로 작품을 느껴보면서 실제 예술에 대한 장벽을 넘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르네상스 3대 거장 미디어’ 전시 section 7 갤러리 공간, 태블릿PC로 AR로 구현된 피에타상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전시는 총 11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공간별로 르네상스 시대와 거장들의 작품들 차례로 소개한다. 전시 초입인 두 번째 공간에선 레오나르도, 라파엘로, 미켈란젤로를 소개하는 영상을 상영하면서 전시가 소재로 삼고 있는 시대와 거장에 대한 소개를 한다.

고대 기록을 현재에서 다시 복원하는 전시는 당시에는 시도해볼 수 없었던 작업을 실제로 구현해 볼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르네상스시대에는 당시 지식인과 예술인들의 많은 영감의 토대가 됐던 ‘이상도시’가 있다. 전시는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이 도시를 모형으로 구현해 관람객 앞으로 선보인다.

이외에도 레오나르도가 도면으로만 남기고 실제 완성하지 못한 낫전차, 탱크, 박격포, 파편 폭탄용 박격포 등을 실물로 구현해냈다. 이 작품들은 여덟 번째 공간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방에서 관람해볼 수 있다.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준비된 이번 전시는 VR, AR을 활용해 가상공간 속에서도 작품을 구현해낸다. 일곱 번째 공간인 갤러리에서는 라파엘로, 미켈란젤로의 드로잉을 전시하면서 3D프린트로 재현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도 함께 전시한다. 최근 급격하게 발전한 기술을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또한, 비치된 태블릿PC를 이용해 AR로 재현된 미켈란젤로의 조각상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바티칸에 직접 가야지만 볼 수 있는 피에타상을 AR로 만나는 경험은 공간을 뛰어넘어 작품을 즐길 수 있다는 즐거움을 전한다. AR로 만들어진 태블릿PC를 통해 관람객이 있는 전시장으로 작품을 입체적으로 구현하고, 조각의 표면까지 실감적으로 표현한다.

▲언론공개회에서 VR기기를 착용하고 콘텐츠를 경험해보고 있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아홉 번째 공간은 전시를 준비한 메다르텍에서 강조한 몰입형 전시 공간으로, 대형 벽면 스크린으로 작품의 웅장함을 경험할 수 있다. 열 번째, 열한 번째 공간에선 VR 기기를 착용하고, 가상공간 속에서 3대 거장의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준비했다. VR 기기를 통해 르네상스 시대의 공간에 실제로 있는 듯한 경험을 하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것 이상으로, 3대 거장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도 잘 활용했다. 다섯 번째 공간에선 레오나르도, 라파엘로, 미켈란젤로의 대화를 홀로그램 영상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홀로그램 영상으로 등장하는 그들은, 마치 지금 이 순간에 같이 실존하고 있는 인물처럼 느껴진다. 3대 거장으로 분한 배우들의 홀로그램은 그들의 화법과 사상을 표현해내며, 역사서 속의 딱딱 정보를 살아 숨 쉬는 감각적인 정보로 바꾸어 전달한다.

▲‘르네상스 3대 거장 미디어’ 전시 section 5 홀로그램, 레오나르도, 라파엘로, 미켈란젤로의 대화를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정재왈 고양문화재단 대표는 “미술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르네상스 3대 거장 미디어’ 전시를 찾게 됐다”라며 “특별히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진 않았지만 기술의 다양함을 느껴보고, 예술과 기술이 어떻게 융합되는지 느껴볼 수 있단 점에서 결과적으로 교육적인 측면이 강화된 전시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르네상스 시대 3대 거장을 미디어로 표현한 전시는 당시의 시대상과 레오나르도, 라파엘로, 미켈란젤로에 대한 정보를 유연하게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돼준다. 3대 거장 개별의 작품이 가진 미학을 즐겨보기에는 미디어로 구현된 작품이 부족한 지점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어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지는 확실히 느껴볼 수 있는 전시였다.

특히, 국내외 이동이 어려운 때 해외에서만 즐겨볼 수 있는 미술 작품을 가깝고 실감나게 즐겨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인 측면이 특장점이 될 수 있는 전시다. 멀게만 느껴지던 예술과 기술의 융합, 그리고 어느새 우리 삶에 아주 가깝게 다가온 기술을 경험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전통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거장들의 가치와 미(美)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때에 든든한 지침이 돼 줄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고양시립아람미술관에서 3월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성인 15,000원, 청소년 12,000원, 어린이 9,000원이다. 고양시민의 경우 3,000원 할인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고양문화재단 홈페이지(www.artgy.or.kr) 사전예약 후 관람 할 수 있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가능하며,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전시 관련 보다 자세한 내용은 고양아람미술관(031-960-0180)과 고양문화재단 콜센터(1577-7766) 에서 확인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