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자매듭명인-LG생활건강, 화장품 패키지에 녹아든 왕실 매듭
황순자매듭명인-LG생활건강, 화장품 패키지에 녹아든 왕실 매듭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3.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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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전통명인 간 협업, 양측 시너지
궁중 매듭 장식, 맺음과 새로운 한 해 복 전하고자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왕실 전통복식 ‘후수’ 띠 장식이 현대인의 생활용품 안으로 녹아들었다. 한국매듭협회장을 맡고 있는 황순자 매듭명인과 LG생활건강이 협업해 탄생한 화장품 ‘후 천율단 태후세트’다.

▲‘후 천율단 태후세트’ 패키지 구성, 뒷편에 자리한 패키지 디자인을 황순자 매듭명인과 LG생활건강이 협업해 제작했다. (사진=LG생활건강 제공)

‘후 천율단 태후세트’는 여성 피부 케어 제품인 ‘후’ 시리즈 중 고품격 라인에 드는 제품으로 구성된 에디션 상품이다. LG생활건강 측은 해당 제품을 ‘왕실의 전통복식 후수에서 영감을 받아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 듯, 한 땀 한 땀 완성한 품격 높은 에디션’이라고 소개한다.

‘후수(後綬)’는 왕과 왕비가 즉위식, 가례 등에서 입는 예복에 착용하는 대대 장식 매듭이다. 대대는 예복에 착용하는 큰 띠로, 후수는 이 대대에 매인다. 뒤로 늘어지기 때문에 ‘후수’라는 명칭이 붙었으며, 허리 뒤로 늘어진 후수는 궁중의 품위를 드러내고 품계에 따라 사용되는 재료와 사용되는 실의 수 등이 달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제공하는 ‘문화원형백과: 한국의 고유복식’에 따르면, 왕의 면복(예복)에 착용하는 후수는 훈색 바탕에 장화(粧花)가 든 비단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전통 매듭 장식인 후수는 ‘후 천율단 태후세트’ 패키지 포장에 녹아들었다. 화장품 상자 장식에 ‘후수’ 장식을 입혔고, 가운데 매듭은 떼어내 장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끔 제작됐다. 또한, 함도 일상생활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이 특징이다.

▲‘한국공예명품백선-아홉 개의 의자’ 전시에서 황순자 매듭 장인이 선보인 미우치아 프라다를 오마주한 의자 (사진=한국황실문화갤러리 제공)

LG생활건강은 다채로운 색채와 정교한 기술이 돋보이는 궁중예술 ‘매듭’이 ‘후’ 브랜드와 천율단 태후세트에 적합한 소재라고 느껴 협업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후 마케팅 담당자는 “지난해 이탈리아와 함께하는 온라인 공예유람전에서 황순자 매듭명인이 미우치아 프라다를 오마주한 전통 매듭으로 나비, 국화, 잠자리 문양 등을 사용한 의자 작품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라며 “궁중 예술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재해석해 이어가고자 하는 명인의 방향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맥상통했다”라며 황 명인과의 협업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황 매듭명인은 LG생활건강과 진행한 이번 경험이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황 명인은 “전통 매듭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는 데에 있어서 지켜야 할 전통적인 요소를 회사 측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재료 수급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됐다”라며 “‘후수’가 의복에 사용되는 큰 매듭 장식이기 때문에, 작게 표현하는 데에 있어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회사의 젊은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으로 새로운 점을 많이 발견했고, 즐거움을 느끼며 작업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코로나19 상황에서 공예인들의 작업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나 제품을 제안할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줄어들었는데 대량의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 반가웠다는 감정을 표했다. 명인은 “많은 물량을 주문받아서 육체적으로 지치기도 했지만, 협회 회원과 제자들과 함께 큰 작업을 할 수 있어서 뜻 깊었다”라고 밝혔다.

▲‘후 천율단 태후세트’ 패키지에 동봉된 후수 설명 리플릿 (사진=황순자 명인 제공)

제품 포장에 사용된 ‘매듭’은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됐다. 수작업이기 때문에, 품질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수의 작업과 확인을 반복해야 했다. 명인과 회사 측의 노력으로 간결하면서도 기품있는 궁중 매듭 패키지가 완성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궁중예술 ‘매듭’을 화장품 패키지에 활용하면서 아름다운 맺음의 의미와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후’ 마케팅 담당자는 “궁중의 아름다움을 담고있는 ‘후’ 브랜드는 궁중 예술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라며 “이번 협업은 제품 패키지 안에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아, 소장할 수 있는 가치까지 국내외에 전할 수 있어 뜻 깊었다”라고 말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해당 제품에는, ‘후수’를 설명하는 리플릿도 함께 동봉돼 있다.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로 제작돼, 한국 화장품을 찾은 해외 구매층에게 한국 전통예술을 소개할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