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집콕문화소개, 좋은 영화 다시보기Ⅷ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집콕문화소개, 좋은 영화 다시보기Ⅷ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2.03.16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엔 형제(조엘 코엔, 에단 코엔) '인사이드 르윈'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이 시대 예술가들을 대변하는 영화, 인사이드 르윈

최근 복고주의 유행 속에 ‘레트로’ ‘뉴트로’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영역에서 과거를 그리워하고 과거의 유행을 다시 꺼내어 향수를 느끼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현재는 과거로부터 왔기에. 우연히 들어간 작은 찻집에서 포크송이 흘러나왔고 통기타 음악을 들으며 내 어머니와 아버지를 추억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음악영화를 찾아보았고 어쿠스틱 기타를 메고 있는 젊은 주인공의 이야기 ‘인사이드 르윈’을 만나게 되었다. 영화 ‘인사이드 르윈’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한세기를 풍미한 음악장르를 만날 수 있으며 어쩌면 잊고 지냈던 당신의 꿈도 추억할 수 있다. 전 세계가 극찬한 코엔 형제 감독과 더불어 최고의 제작진 참여로 화제를 모은 영화 ‘인사이드 르윈’은 2014년 국내 개봉, 뉴욕 영화비평가협회 촬영상과 최우수 음악상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영화 전반의 모호한 컬러감은 미래가 흐릿한 주인공의 정서를 읽을 수 있으며 주인공 하는 짓이 당신의 데뷔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수 있는 영화. 인생에는 극적인 성공도 없고 극적인 행복은 더더욱 없다. 자고 일어났는데 대단한 일이 저절로 벌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이 있고 자존심이 있다면 그 가치는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당신 힘에 겨운가? 미안하지만 영화 같지 않은 영화다. 환상과 허영이 전혀 없는 현실묘사! 인사이드 르윈은 위로함이 없어 위로되는, 매우 솔직한 영화다.

“예술은 영혼의 기쁨을 표현하는 것”

1960년대 시작하여 70년대 80년대를 풍미했던 포크송. 필자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턴테이블로 들려주신 노래를 기억한다. 영화 속 배경도 그즈음이다. 주인공 르윈은 기타 하나를 달랑 메고 뉴욕 한복판에 사는 무명 떠돌이 가수다. 얼어 죽을 날씨에 겨울 코트도 변변히 없다. 돈도 없지만, 주변머리도 없는게 틀림없다. 듀엣이었던 동료의 죽음으로 솔로로 활동하게 되지만 쌓여만 가는 앨범. 불러주는 곳도 없으니 무명가수의 인생은 녹록지 않다. 꿈에 향하는 길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인가? 시카고까지 찾아갔건만 기획사에서 돌아온 답은 “노래하지 마세요!” 였다. 가난한 음악가 르윈은 지인 집과 술집을 전전긍긍하며 버겁게 살아감에도 갑자기 노래를 부르라는 청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 자존심을 지키며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르윈, 어쩌면 이 시대의 예술가들이 자주 겪는 일이다. 비굴하거나 자존심을 지키거나!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음악은 매우 감성적이다. 시대를 풍미했던 정통 포크송을 몇 곡 듣다 보면 선율뿐 아니라 포크송의 특징인 인상 깊은 가사에 집중하게 된다. “날개가 있다면 비둘기처럼 강 위를 날아서 그대에게 갈 텐데. 그대 잘 지내요. 내 사랑 그대. 이른 아침에 이슬비 맞으니 시리고 아프더이다. 그대 잘 지내요. 내 사랑 그대!” 필자의 부모님도, 그 시절 영어 선생님도 시리고 아팠을 때, 행복했을때도 노래를 선택한 듯하다. 주인공 르윈이 음악을 그만두기 전 찾아간 아버지 앞에서 아버지가 불러주셨다던 ‘청어떼’라는 힘찬 노래를 부르는 데 몸이 불편하여 앉아있는 아버지의 눈빛이 조금씩 따스해진다. 영화 속 음악은 괜한 배경이 아니다. 부모님과 함께 들었던 500miles를 다시 들은 필자. 유행이 지났지만, 추억이 있는 노래 때문에 그 시절의 부모님을 마주하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노래는 영혼의 기쁨을 표현하는 매체다. 예술이 그렇다.

“산다는 것은 인생이라는 악기를 메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것”

영화 속 여자들은 주인공 르윈을 경멸하는 언어를 사용한다. 누나는 무능력한 그를 비웃고 심지어 그의 흔적이 남아있는 물건들도 내다 버린다. 그 바람에 뱃일하는 데 필요한 자격증은 사라지고 자격을 유지해야 하는 조건은 연체되어 일을 할 수가 없다. 돈을 벌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니. 딱 한 번 함께 잔 친구의 아내는 임신했단다. 내 아이인지 누구 아이인지 모른 체 그녀의 언어폭력을 들어야만 한다. 그렇게 사니까 그 모양이란다. 게다가 살아있는 모든 것에 관심을 끄라는 악담을 퍼붓는다. 그녀 역시 찌푸린 인생에 화가 나 있고 그와 다를 바 없이 흐릿한 인생이다. 그나마 덜 화난 사람을 찾으러 간다는 주인공의 대사가 씁쓸하다. 우연히 튀어나온 고양이 한 마리는 영화 전체에 자잘한 웃음을 선사한다. 주인공이 문을 잘못 닫는 바람에 남의 숫고양이를 데리고 나왔는데 우왕좌왕 사라진다. 애써 찾아서 데리고 갔더니 주인 왈. 고환은 어디 있냐고. 찾은 고양이는 암컷이었다. 미안하지만 고양이를 슬그머니 버리는 주인공. 인생은 예상하지 못하는 자잘한 일들이 가득하다. 주인공 르윈은 통조림처럼 갇힌 신세라는 표현을 한다. 음악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한다고 했지만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는 르윈. 이 땅의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 참 배고픈 길. 생존과 자존심사이에서 방황하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다. 산다는 것은 인생이라는 악기를 메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것. 유명하지 않지만, 당신이 부르는 삶의 노래이기에 충분히 가치가 있고 그것이 더 심금을 울린다고. 영화의 주 배경 뉴욕의 색감이 회색으로 흐미하게 그려진다. 제대로 뉴욕스럽다. 한때 누군가의 젊음도 그러했으니. 청춘의 한때를 그린 영화. 그대 아직도 막막하다면 당신은 아직도 청춘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