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모차르트⑤]모차르트가 배우지도 않은 바이올린을 연주했다고?
[우리가 몰랐던 모차르트⑤]모차르트가 배우지도 않은 바이올린을 연주했다고?
  • 이채훈 클래식 칼럼니스트 / 서울문화투데이 클래식전문 객원기자
  • 승인 2022.03.1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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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zart Wearing Sunglasses Art Board Print ⓒSuper Merch
▲Mozart Wearing Sunglasses Art Board Print ⓒSuper Merch

4살 때 협주곡을 작곡하려 했다는 일화는 5살이나 6살 때 일을 샤흐트너가 잘못 기억한 듯하다. 

“목요일 미사에서 연주를 마치고 레오폴트와 함께 집에 왔더니 4살 난 볼프강이 펜으로 뭔가 열심히 쓰고 있었다. ‘뭘 쓰고 있니?’ 아빠가 묻자 꼬마가 대답했다. ‘클라비어 협주곡이요, 첫 악장이 거의 끝나 가요.’ ‘어디 좀 보자.’ ‘아직 완성 안 됐어요.’ ‘한번 보자, 뭔가 대단한 작품인 것 같은데?’ 레오폴트는 펜 자국과 잉크 범벅으로 어지러운 악보를 집어 들어서 내게 보여주었다. 볼프강이 잉크병에 펜을 너무 깊이 담궜기 때문에 악보에서 잉크가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꼬마는 흐르는 잉크를 손바닥으로 닦아낸 뒤 그 위에 또 음표를 그리려 했다. 이 기상천외한 풍경에 우리는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악보를 찬찬히 들여다보던 레오폴트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기쁨과 놀라움의 눈물이었다. ‘여기 좀 보게, 샤흐트너. 얼마나 정확하게, 제대로 쓴 악보인가. 하지만 너무 어려워서 아무도 연주 못할 것 같으니 쓸모없는 작품일세.’ 볼프강이 대답했다. ‘이건 협주곡이에요. 제대로 치려면 오래, 열심히 연습해야 해요.’” 

배운 적도 없는 바이올린을 훌륭하게 연주했다는 일화도 있다. 1762년의 일로 보인다. 

“모차르트가 6살 되던 해 가을, 초보 작곡가 벤츨Wenzl과 함께 레오폴트의 집에서 연주한 적이 있다. 벤츨이 자신의 새 현악삼중주곡들에 대해 평을 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벤츨이 제1바이올린, 내가 제2바이올린, 레오폴트가 비올라를 맡았다. 그런데 어린 볼프강이 다가오더니 자기가 제2바이올린을 연주하게 해 달라고 조르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바이올린을 배워본 적도 없는 아이가 연주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옆방에 가서 놀라’고 대답했다. 어린 볼프강은 ‘할 수 있다’며 몇 차례 조르더니 아버지가 계속 거절하자 갑자기 슬프게 울기 시작했다. 가엾은 생각이 들어서 나는 ‘한번 시켜 봐도 괜찮지 않냐’며 아이를 거들었고, 레오폴트도 마지못해 허락했다. ‘샤흐트너씨 옆에 앉아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연주해야 한다. 큰 소리를 내면 쫓아버릴 거야.’ 잠시 함께 연주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연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볼프강이 완벽하게 연주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슬그머니 바이올린을 내려놓고 레오폴트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놀라움과 찬탄의 눈물이 그의 뺨에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린 볼프강은 그 자리에서 6곡의 현악삼중주곡을 전부 연주했다. 우리는 모두 넋이 나가서 박수를 치며 볼프강에게 제1바이올린도 해 보라고 청했다. 볼프강을 시험해 보려고 장난삼아 청한 건데, 볼프강은 활 놀림과 손가락 동작은 엉망이었지만 이 또한 한 번도 끊어지지 않고 끝까지 연주해 냈다. 우리는 믿을 수 없는 이 광경에 놀라서 입을 떡 벌리고 있다가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었다.”

모차르트의 극도로 섬세한 음감을 갖고 있었다. 샤흐트너씨의 바이올린이 틀리게 조율돼 있다고 지적한 6살 때의 일화다. 

“나는 아주 좋은 바이올린을 갖고 있었다. 볼프강은 꽉 차고 부드러운 그 소리가 나는 그 악기를 ‘버터 바이올린’이라 부르곤 했다. 내가 빈에서 돌아와서 그 바이올린 소리를 들려주니까 볼프강은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하루인가 이틀 뒤 내가 다시 왔을 때 그는 자기 작은 바이올린을 갖고 놀고 있었다. ‘아저씨, 버터 바이올린은 잘 있어요?’ 볼프강이 묻기에 나는 바이올린을 꺼내서 소리를 들려주었다. 볼프강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저씨 바이올린은 제 바이올린보다 8분의1 낮게 조율돼 있어요.’ 나는 처음엔 웃었다. 그런데 아들의 음감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고 있던 레오폴트는 내 바이올린을 들고 확인해 보았다. 과연 볼프강의 말이 맞았다.”

모차르트는 지극히 예민한 어린이였다. 그는 트럼펫 소리에 기겁을 했다. 커다란 금속성 소리로 곧게 뻗어 나가는 이 악기는 중세 때부터 군악대의 주인공으로, 전쟁터에서 상대 군인들에게 겁을 주고 기를 꺾는 효과가 있었다. 샤흐트너가 전하는 일화 하나 더.  

“볼프강은 트럼펫을 끔찍하게 두려워했다. 그를 향해 트럼펫을 들이대는 건 심장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과 같았다. 아버지는 아이가 너무 심약한 게 아닐까 걱정하여 어느날 내게 ‘아이가 싫어하든 말든 그 아이 앞에서 트럼펫을 연주해 보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맙소사,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볼프강은 내 트럼펫 소리를 듣자마자 얼굴이 하얘지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내가 계속 트럼펫을 불어댔으면 그는 분명 기절해서 쓰러졌을 것이다.”

모차르트는 훗날 교향곡, 협주곡, 미사곡에서 트럼펫을 자주 사용하게 되지만, 화려한 축제 분위기와 강력한 리듬감을 표현하는 이 악기가 체질에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모차르트는 다정다감한 어린이였다. 그는 언제나 마음이 따뜻했고 사랑이 가득했다. 

“그는 자주, 하루에 열 번이나 곁에 있는 사람에게 묻곤 했다. ‘저를 진짜로 사랑하세요?’ 누군가 장난으로, 연극하듯 ‘아니!’라고 대답하면 그의 뺨엔 즉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곤 했다.” 

지난호 퀴즈4 정답 : ② <후궁에서 구출하기> - ④ <피가로의 결혼> - ③ <돈조반니> - ① <마술피리>

퀴즈5. 모차르트의 어린 시절 일화들을 적어서 난네를에게 보내준 사람은? 
①콜로레도    ②샤흐트너    ③로렌초 다 폰테    ④로렌초 하게나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