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청년기 접어든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코믹 오페라로 웃음과 치유를”
[현장리뷰]청년기 접어든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코믹 오페라로 웃음과 치유를”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3.25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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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5.8 예술의전당
한국어 대사와 노래로 즐기는 100% 우리말 오페라
축제 개막 앞서 이달 27일 갈라콘서트 개최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23년간 120여 개의 민간 오페라 단체의 참여를 이끌어온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가 20회라는 금자탑을 쌓는다.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운영위원회(위원장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이하 축제운영위)는 오는 4월 23일부터 5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제20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를 개최한다. 이강호 예술감독, 양진모 음악감독 등 오페라계의 베테랑 감독들이 사령탑을 이룬 가운데 펼쳐질 이번 축제에는 2편의 창작오페라와 2편의 번안오페라를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 공연은 4월과 5월에 걸쳐 16일 동안 총 4개의 작품이 번갈아 5회씩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우리 창작오페라로는 안효영 작곡 <텃밭킬러>, 신동일 작곡 <로미오 vs 줄리엣>이 공연되며, 번안오페라로는 도니제티(G. Donizetti) 작곡 <리타>, 치마로사(D. Cimarosa) 작곡의 <비밀결혼>을 선보일 예정이다. 

▲제20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기자간담회 참석자 (왼쪽부터) 장수동 자문위원, 양진모 음악감독, 최지형 운영위원

운영위는 축제 시작에 앞서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기자간담회를 갖고 축제 소개, 제작 방향, 각 작품 연출자의 작품 소개 및 실연의 시간을 가졌다. 

축제운영위 자문위원을 맡은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대표는 “23년 전인 지난 1999년 오페라 문화의 기초체력을 기르기 위해 소극장 오페라 축제를 시작했다”라며 “소극장 오페라를 모아서 축제를 개최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모든 오페라를 우리의 말로 하는 것이 소극장 오페라의 방향성이며, 오페라 완성도를 위해 레퍼토리 시스템을 갖췄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소극장 오페라 축제의 핵심은 실험과 모색이다. 작은 무대에서 오페라를 실험하고, 모색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올해 작품 주제는 위로와 치유이다. 코로나로 지친 관객들을 위해 백신오페라를 생각하며 4개의 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장수동(서울오페라앙상블 대표) 축제운영위 자문위원

운영위원인 최지형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대표는 “1999년 2월, 제1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개최 이후, 해마다 평균 4개 작품이 무대에 올랐으니 지금까지 약 100여 편의 작품이 축제를 통해 소개된 셈이다”라며 “작품과 더불어 신인 작곡가, 연출가, 지휘자, 스태프 등 오페라계 인재를 배출하는 기능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성악가의 대사와 노래를 어려운 외국어로 들어야 했던 기존의 오페라와 달리, 이번 소극장오페라축제 작품들은 지난 19회에 이어 모두 우리말로 공연된다. 창작 오페라 뿐 아니라 외국 번안 오페라 작품 2편도 우리말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축제운영위 유인택 공동위원장은 “지난 19회 축제를 통해 오페라 애호가뿐 아니라 오페라 초심자 관객도 소극장 오페라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으며, 이번 20회를 맞이하여 보다 수준 높고 관객의 만족도까지 높은 축제로 자리매김하여  향후 국내 창작 오페라 부흥과 오페라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것을 확신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축제 공연구성(라인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짧은 공연 소요 시간(러닝타임)이다. 일반적으로 3시간이 넘는 긴  소요시간에 지쳐 오페라를 지루한 장르라고 여겼던 관객들도 이번 소극장 오페라 작품들은 도전해 볼 만하다. 중간 휴식시간(인터미션)을 포함, 평균 85분 남짓한 공연시간으로 관객들의 오페라 감상 부담을 줄였다. 

▲양진모(한국오페라인협회 부이사장) 음악감독

음악감독인 양진모 한국오페라인협회 부이사장은 “올해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로 묶는 테마는 ‘코믹오페라’이다. 네 작품 모두 코미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블랙코미디도 있고 오페라 부파(Opera buffa)도 있다”라며 “어려운 시기이지만, 작품들로 관람하는 관객들이 웃음을 찾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각 작품별 연출가가 작품에 대한 연출의도를 소개를 했으며, <텃밭킬러> ‘골룸의 아리아’와 <리타> ‘왜 이리 떨리지’의 실연이 이어졌다. 

'텃밭킬러'는 블랙코미디로 구둣방에 사는 가족을 통해 사회로부터 단절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B급' 감성으로 전한다. '로미오 vs 줄리엣'은 죽고 못 살던 커플이 결혼 후 이제는 죽어도 같이 못 살겠다며 이혼 위기의 순간을 노래하는 오페라다.

'리타'는 1941년 이탈리아 작품을 100년 뒤 한국을 배경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매 맞는 데 트라우마를 가진 리타가 남편의 죽음 이후 새 결혼생활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비밀결혼'은 가족 사이의 사랑과 비밀, 분노 등을 코믹하게 그린다.

▲최치형(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이사장) 운영위원
▲최지형(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이사장) 운영위원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는 햇수로 23년이 되었지만, 올해 20회를 맞았다.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재정적 요인과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공백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간 민간단체들의 많은 노력으로 축제를 이어오다 예술의전당의 재정적 협조로 축제의 단절을 막을 수 있었다. 축제운영위는 “페스티벌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라며 “운영위원회에서 다각도로 많이 애쓰고 있지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대중의 관심과 관객의 애정이다. 앞으로도 축제에 관심을 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한편, 본격적인 축제에 앞서 축제운영위는 이달 27일 지난 20회 동안 참여도가 높은 4개의 오페라 단체와 이번 축제에 참가하는 네 작품의 무대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갈라콘서트를 개최한다. 이어 내달 23일 개막식을 열고 화려한 축제의 장을 연다. 5월 8일 마지막 공연이 끝난 후에는 폐막식과 시상식이 이어진다. 각 작품 출연진들의 실력, 예술성, 작품성 등을 평가해 수상자들을 선정할 계획이다. 

▲오페라 <리타> ‘왜 이리 떨리지’ 장면 시연

더불어 이번 축제에서는 다양한 부대행사가 관객들을 위해 마련되어 있다. 버스킹으로 구성된 오페라 거리공연 路페라, 소극장오페라 발전을 위한 포럼, 창작오페라 제작투자매칭(오페라 피칭타임), 관객과의 만남의 시간인 GV 행사,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지난 19회에 행하지 못한 도심의 거리를 찾아가 오페라를 알리는 오페라SPOT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가 축제 기간 동안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오페라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신청과 참여가 가능하며, 자세한 일정과 참여방법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