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보든 가(家) 둘째 딸, 도끼를 들다”…뮤지컬 <리지>
[현장프리뷰]“보든 가(家) 둘째 딸, 도끼를 들다”…뮤지컬 <리지>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3.29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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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4인조 록 뮤지컬 ‘리지’, 지난 24일 개막
美 ‘리지 보든 살인 사건’ 재구성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보든 가(家)의 둘째 딸 리지가 새로운 집에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지난 2020년 국내 라이선스 초연 이후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뮤지컬 <리지>는 1892년 8월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일어난 ‘리지 보든 살인 사건’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뮤지컬 <리지> 프레스콜 출연진 단체 사진
▲뮤지컬 <리지> 프레스콜 출연진 단체 사진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뮤지컬 <리지>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리지 역을 맡은 전성민, 유리아, 이소정과 엠마 역의 김려원, 여은, 앨리스 역을 맡은 제이민, 김수연, 유연정, 브리짓을 연기하는 이영미, 최현선이 참석해 ‘보든 가(家)’, ‘사랑 아냐’, ‘섀터케인과 벨벳 그라스’, ‘머리가 왜 없어?’, ‘질문, 또 질문’ 등을 선보였다.

1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는 ‘리지 보든 살인사건'’은 보든 가의 가장 앤드류와 그가 재혼한 에비가 누군가에게 도끼로 살해당한 사건이다. 앤드류의 둘째 딸 리지가 친부와 계모를 살해한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석방되면서 미국에서 손꼽히는 미스터리 중 하나로 남게 된다.

작품은 당시 법정에 섰던 리지 보든, 엠마 보든, 앨리스 러셀, 브리짓 설리번 등 여성 네명의 파워풀한 목소리와 몸짓으로 이야기를 구현해낸다.

작품에서 기독교와 가부장제가 절대적 규율처럼 여겨졌던 1890년대 미국에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여성들은, 무대 정중앙에 놓인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서서 파워풀함과 섬세함을 넘나들며 노래로 극을 이끈다. 

양주인 음악감독은 “네 명의 배우가 극을 이끌고 가지만 함께 폭발할 때는 100명이 내는 듯한 시너지가 난다. 가창력뿐만 아니라 연기력, 무대 장악력을 갖고 있다”라며 “이 작품에는 록의 모든 장르가 녹아있다. 펑크록, 하드록 등 강한 넘버부터 첼로를 추가 편성해 리지의 섬세한 감정을 보여줄 넘버까지 강렬함과 드라마적인 부분이 모두 녹아있다”라고 설명했다.

초연부터 <리지>와 함께한 제이민은 초ㆍ재연의 차이점에 대해 “무대가 넓어졌고 LED와 샹들리에 등 무대 장치들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라며 “코로나19로 모두가 느꼈을 심리적 압박감을 작품을 통해 해소하셨으면 좋겠다. 작품의 마지막, ‘플라이’라는 넘버가 나온다. 초연에는 ‘우리가 해냈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면, 이번에는 ‘우리 다 같이 해냈다. 함께 할 수 있어’라는 뜻을 더했다”라고 설명했다.

<리지>와 처음 함께하는 전성민은 “핸드마이크를 쓰는 공연이 처음은 아니지만, <리지>에는 이전보다 더 파격적으로 느껴진다. 노래, 무대, 의상 등 많은 부분에서 1ㆍ2막이 완전히 다르고, 소재도 파격적이다”라며 “개인적으로도 큰 도전이고 하루하루 통쾌함을 느끼면서 공연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커튼콜까지 속 시원하게 공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리지> 장면 시연, (왼쪽부터) 전성민, 최현선, 김려원
▲뮤지컬 <리지> 장면 시연, (왼쪽부터) 전성민, 최현선, 김려원

이 작품을 통해 첫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이소정은 “어릴 때부터 뮤지컬 배우에 대한 동경이 있었지만, 너무 먼 존재라고 생각해왔다. 막연히 꿈만 꾸던 나에게 <리지>라는 소중한 기회가 찾아와서 함께할 수 있게 됐다”라며 “첫 뮤지컬이다 보니 무대나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한편으론 핸드마이크를 쓰니 콘서트를 하는 것 같아 익숙한 점도 있다. <리지>에서 소화해야 하는 넘버 수가 이전에 콘서트에서 부르던 곡의 수보다 많다. 그만큼 힘들지만, 관객들의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소정과 같이 첫 뮤지컬 도전에 나선 유연정은 “평소에도 뮤지컬을 좋아해서 대학교도 뮤지컬 전공으로 진학했고 관심이 많아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라며 “<리지>라는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파격적인 내용과 형식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꼭 하고 싶었다. 록이라는 장르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 더 해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수연은 “방금 전까지 힘들다 가도 에너지 조절이 안될 만큼 신이 나 에너지를 끝까지 쓴다. 무대 뒤 소대에서, 철창 뒤에서도 연기를 계속 이어나가며 드라마적 연결에도 신경 쓰고 있다”라고 중점 둔 부분을 설명했다.

초연부터 함께한 이영미는 “록 뮤지컬은 많이 있지만 이렇게 양질의, 다채로운 록 음악이 들어간 뮤지컬은 흔치 않다”라며 “이런 송스루 뮤지컬에 연기를 얹는 게 무대가 처음인 친구들에겐 쉽지 않았을 텐데,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 커튼콜까지 가는 과정이 다른 뮤지컬과는 상반된 <리지>만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현선은 “초연부터 <리지>를 사랑해주신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소재의 파격성과 더불어 출연 배우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도 관심을 주신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며 “출연 배우의 성별을 떠나, 네 명의 배우들이 이 안에서 좋은 음악, 무대 연출,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통쾌함,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마스크를 벗고 이 감정을 같이 누리지 못해 아쉽지만 최대한 함께 호흡하고 싶다”라고 작품의 매력에 대해 답했다.

김려원은 “<리지> 같은 작품은 없다. <리지>는 <리지>다”라며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보러 오셔서 ‘이런 것도 있구나’라는 걸 느끼셨으면 좋겠다. 여기에 속해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뮤지컬 <리지>는 오는 6월 1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