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삶의 흔적을 남긴 '기억의 시간 - 담양전’
[전시리뷰] 삶의 흔적을 남긴 '기억의 시간 - 담양전’
  • 정영신 기자
  • 승인 2022.04.04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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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은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변화와 소멸, 그리고 탄생, 인생은 한마디로 말하면 시간에 실려 가는 삶이다. 모든 변화는 시간을 통해 형성되며 변화를 동반한다. 기억은 우리가 인식하는 과거 시간이지만 현재인 동시에 과거가 되고, 시간은 투명한 필름처럼 지속적으로 쌓여서 다시 현재를 만들어간다. 과거 담양의 시간이 사진으로 저장되어 기억의 시간 - 담양뎐이 지난 32일부터 오는 51일까지 담빛예술창고에서 열리고 있다.

 

기억의 시간 - 담양뎐 전시포스터 (사진제공/포토닷 박이찬)
기억의 시간 - 담양뎐 전시포스터 (사진제공/포토닷 박이찬)

 

담양뎐 기억의 시간전시는 담양100년사의 기록을 수집한 고)이해섭선생의 담양100년 아카이브를 비롯하여 조선 선비들이 비움을 큰 덕목으로 삼고 선비문학의 산실인 담양의 정자풍광을 보여주는 라규채사진, 담양소쇄원의 사계를 자연과 동화하며 마음으로 기록한 송창근사진, 전통과 지역성의 해석을 동반한 기록작업인 전오남사진, 장터사진가로 대표하며 전국의 장터를 인문학으로 조사 연구하는 필자인 정영신의 시끌벅적한 장터모습등이 선보인다.

 

아카이브 - 담양100년사  Ⓒ정영신
아카이브 - 담양100년사 Ⓒ정영신

 

담양전 기억의 시간전시는 담빛예술창고와 포토닷 디렉터 박이찬의 공동기획으로 담빛예술창고 전시실 전관에 120여점이 전시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기억하고 보존하고 전해야 할 진솔한 역사의 현장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담양뎐을 기획한 박이찬디텍터는 사진은 우리의 개인적인 기억장소이며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과 추억의 장소로 가득찬 우리 삶의 시간표이다. 그것들은 기억의 이야기이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사진이라는 매체는 우리의 기억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의 작용이 있고, 또 그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며 기억으로 저장되는 이미지는 단순한 기록 그 이상이라고 했다.

 

포토닷 디렉터 박이찬국장 Ⓒ정영신
포토닷 디렉터 박이찬 Ⓒ정영신

 

기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기 때문에 기억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신종천아키이브 ‘1987년 투표장에 가는 길사진을 보면 경운기에 마을 사람들을 가득태워 투료하러 가는 장면이다. 그 당시 민정당 노태우후보, 민주당 김영삼후보, 평화민주당 김대중후보, 신민주공화당 김종필후보가 나선 대통령선거가 실시되자 새벽부터 집을 나선 농민들이 투표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아카이브/신종천 '1987 투표장에 가는 길'
신종천 아카이브 - '1987 투표장에 가는 길'

 

이처럼 한 장의 사진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과거와 현재의 기억과 감성까지 모두 담아내 집단적 기억을 상기시키고 있다. 담양아카이브 사진을 들여다보면 지게에 수박을 짊어진 농부의 모습이 보이고, 여인네들이 앉아 대나무 함을 만들고 있으며, 처음으로 자동차를 구입해 기념사진을 찍는모습, 긴 댕기머리를 한 소녀들의 뒷모습 등, 우리의 아련한 기억을 소환함으로써 시간여행을 하게 만든다, 우리 기억은 사적인 세계가 천을 짜듯 촘촘이 엮여 다 함께 공감하게 한다. 평범한 개인적인 사진이 한 시대의 산물이 되고, 문화유산이 되고 있음이다.

 

 

소산정 - 라규채작가 (사진제공 - 포토닷 박이찬)
라규채 - 소산정 (사진제공 - 포토닷 박이찬)

 

)이해섭선생이 수집해온 사진으로 보는 담양 100책에는 아스라이 잊혀가는 기억 속에 있는 그 길들, 담양의 탯 자리, 고난과 역경이 끊이지 않았던 삶의 터전 등이 소개됐다. )이해섭 선생은 일찍이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담양의 과거 100년 그리고 미래 100년을 위해 올곧은 발걸음을 이어왔다. 사진 자료 수집을 위해 선생의 40년 인생을 쏟았고 한여름 더위와 싸워가며 고서 책방에서 찾아낸 사진 한 장, 한겨울 쓰레기통에서 찾아낸 사진 한 장, 수없이 이 집 저 집을 찾아다니며 겨우 사정해 사진 자료를 손에 얻었을 때 감회의 기쁨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담양에 대한 사진이다.

 

송창근 - 담양소쇄원 예양단 (사진제공/포토닷박이찬)
송창근 - 담양소쇄원 예양단 (사진제공/포토닷박이찬)

 

담빛예술창고 장현우관장은 고대로부터 길지 않은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지점에 기원과 낙서, 흔적으로 남겨진 증거를 왜곡되지 않게 바라보는 일, 그것이 아카이브의 진정성이자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 자신이 속한 곳으로부터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듣고 이어지면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진 유전인자로 작용한다. 지역과 그곳에 속한 사람들의 정체성과 근본을 확인하는 일이 아카이브 안에 녹아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기순 아카이브 - 1964년 17살 댕기머리 소녀들 (사진제공/포토닷박이찬)
최기순 아카이브 - 1964년 17살 댕기머리 소녀들 (사진제공/포토닷박이찬)

 

기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기 때문에 기억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상징물과 공간과 시간등의 매개체가 필요하다. ‘기억의 시간 - 담양뎐은 생활유산의 기록물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유산으로 박제되어 고정된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담양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소통하고 있다.

 

전오남 - 담양쌍교 - 한여름의 수박지게 (사진제공/포토닷 박이찬)
전오남 - 담양쌍교 - 한여름의 수박지게 (사진제공/포토닷 박이찬)

 

필자는 오랫동안 오일장만을 기록해 오고 있다. 오일장이 사라지면 지역사회의 경제만 무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삶의 숨결과 정서도 모두 잃게 된다. 사진은 누가 어느 시대를 보아왔고, 무엇을 기록하느냐에 따라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짚어볼 수 있다. 또한 현실을 말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정영신 - 1986 담양장 (사진제공/정영신)
정영신 - 1986 담양장 (사진제공/정영신)

 

다음 세대를 위한 담양의 영원한 삶을 이어가기 위한 기억의 시간 담양뎐은 다음달 51일까지 담빛예술창고(전남 담양군 담양읍 객사775)에서 열린다.

전시문의 (061-383-8240 담양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