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가짜 삶을 통해 진짜를 만나다”…뮤지컬 <쇼맨>
[현장프리뷰]“가짜 삶을 통해 진짜를 만나다”…뮤지컬 <쇼맨>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4.07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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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님이 보고 계셔’·‘레드북’, 한정석·이선영·박소영 트리오의 신작
오는 5월 15일까지 국립정동극장 공연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가짜 독재자와 가짜 사진작가가 ‘진짜’의 의미를 관객들과 함께 찾아 나선다. 국립정동극장의 2022년 창작 신작 뮤지컬 <쇼맨: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이하 <쇼맨>)이 2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 1일 무대에 올랐다.

<쇼맨>은 냉소적인 속물 청년이 우연히 과거 어느 독재자의 대역배우였다는 괴짜 노인의 화보 촬영을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사회와 이데올로기 안에서 주체성을 상실한 개인의 삶과 회복을 그린 블랙코미디 작품이다.

▲뮤지컬 ‘쇼맨-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전체 출연진 및 창작진
▲뮤지컬 ‘쇼맨-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전체 출연진 및 창작진

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는 작품을 소개하는 프레스콜이 개최됐다. 현장에는 김희철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 이수현 공연기획팀장, 한정석 극작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 배우 윤나무, 강기둥, 정운선, 박란주, 안창용, 이현진, 김대웅, 이다정 등이 참석했다.

배우들은 ‘인생은 내 키만큼’, ‘빈틈없이’, ‘오리지널’, ‘그분처럼’, ‘이것은 쇼’, ‘굿걸’ 등의 넘버로 구성된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했다. 

<쇼맨>의 극작과 작사를 맡은 한정석은 “전작 <레드북>을 통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노력과 수고를 필요로 하는지 느꼈다. 나 역시 사회의 부조리한 일들에 하나하나 대응하고 저항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도 있었다”라며 “그때 마침, 김민섭 작가의 <대리사회>라는 책에서 ‘한 개인이 한 사회 안에서 온전히 주체적일 수 없다는 자각이야말로 주체성을 회복하는 시작이다’라는 구절을 읽게 됐다. 그 말에 크게 공감했고 이런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 <쇼맨>을 완성하게 됐다”라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이선영 작곡가는 “<쇼맨>은 연극적인 작품이다 보니, 음악이 앞서나가기보다 뒤에서 서포트 하는 역할을 하길 바랬다”라며 “악기 구성에 있어서는, 트럼펫 사용에 대해 마지막까지 고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네불라가 과거에 누렸던 영광, 초라한 자기 삶을 마주했을 때의 쓸쓸함을 표현하기에 딱 맞는 악기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박소영 연출은 “여느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과정이 겪었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고 훌륭한 배우, 스태프, 팀원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했다. 작가와 작곡가 모두 원하는 지향점이 뚜렷해서, 다른 창작진 보다 과정이 오랜 시간 소요되는 팀이다. 친하다 보니 이들이 작업하는 내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대 위의 수아와 네불라, 두 사람의 이야기가 모든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창작과정에 대해 전했다.

▲뮤지컬 ‘쇼맨’ 네불라 役 강기둥
▲뮤지컬 ‘쇼맨’ 네불라 役 강기둥

작품은 가상의 국가 파라디수스 공화국을 배경으로, 가상의 독재자 미토스를 등장시켜 ‘쇼맨’의 민낯에 접근한다. 독재국가 수장의 대역배우 역할을 수행한 ‘네불라’와 그가 노인이 된 후 우연히 만나게 된 가짜 사진작가 ‘수아’라는 두 캐릭터 사이의 대화로 극의 전개를 이끌어 간다.

‘쇼맨’은 단 6명의 배우가 무대를 채운다. 네불라 역의 윤나무는 “훌륭한 배우, 창작진, 스태프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스럽고 감사한 작품이었다. 우리 작품의 만듦새를 많은 분들이 오셔서 체험하시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강기둥은 “준비하는 데 어렵기도 했고, 풀어야하는 숙제도 많았던 공연이었지만 훌륭한 팀원들과 함께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준비했다. 관객들로 하여금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수아 역의 정운선은 “가장 지지하고 응원하고 믿는 창작진의 작품이기에 고민 없이 참여하게 됐다”라며 “창작진이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 만큼, 우리도 잘해서 완성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 시간이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같은 역을 맡은 박란주 역시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써주신 대로 잘 표현하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는데 막공까지 퍼즐을 잘 맞추겠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쇼맨>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지만, 주체적이지 못했던 순간의 선택으로 평생을 심판받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개인은 사회 안에서 얼마나 주체적일 수 있는가’에 대해 묻는다.

▲뮤지컬 ‘쇼맨’ 네불라 役 윤나무
▲뮤지컬 ‘쇼맨’ 네불라 役 윤나무

한정석 작가는 “독재라는 키워드를 뽑고 나서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독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국가를 특정하기보다, 누구나 자신의 상식선에서 연상할 수 있게끔 썼다”라고 말했다. 이어 “네불라는 ‘무지성’과 ‘무사유’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살다 보면, 생각하지 않고 사회의 이데올로기나 시스템을 따라가는 경우들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거리를 두고 그들을 비판할 수 있지만, 어느 순간 ‘나도 그럴 수 있구나,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사유의 지점을 만들어 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수아도 네불라에게 거부감을 느꼈으나 점차 그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듯, 관객들 역시 수아와 네불라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흐름이 이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라고 전했다.

뮤지컬 <쇼맨>은 오는 5월 15일가지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