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질풍노도’의 시대, 낭만주의를 열다”…조지 고든 바이런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 출간
[신간]“‘질풍노도’의 시대, 낭만주의를 열다”…조지 고든 바이런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 출간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4.1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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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의 주인공, 바이런 대표 시선집
▲조지 고든 바이런 저/황동규 역|민음사|정가 10,000원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윌리엄 워즈워스, 퍼시 셸리, 존 키츠 등으로 대표되는 영국 낭만주의에 문을 열어 준 조지 고든 바이런의 대표 시선집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가 출간됐다.

어릴 때부터 문학과 사학에 재능을 보였던 바이런은 케임브리지대학교에 입학하여 공부를 이어 나갔다. 괴테, 스탕달, 도스토예프스키, 프리드리히 니체, 버트런드 러셀 등 유럽의 많은 문인과 지성인에게 영향을 주었다. 특히 후대 문인들에게 영감이 된 ‘바이런적 영웅’은 시인 자신을 투영한 인물로, 2부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에 잘 나타나 있다.

권태를 극복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차일드 해럴드의 모습에는 반항, 자유,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 인간에 대한 사랑 등 낭만주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추구하는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차일드 해럴드의 모습을 솔직하고 재치 있는 필체에 담아 바이런의 시는 발표했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젊음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바이런은 런던 사회와 문단 모두에서 주목받는 시인이었다. 거침없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전형적인 시 형식을 파괴했으며, 고전적 규범과 관습을 탈피하고 감성과 상상력을 강조한 낭만주의적 색채도 혁신적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바이런은 자신의 첫 시집 『게으름의 시간』이 《에든버러 리뷰》에서 혹평당하자 풍자시로 응수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자의식이 강하고 글과 말에 능통했던 바이런은 여성들과의 스캔들로도 주목을 받았다. 바이런은 애너벨라 밀뱅크와 결혼하여 훗날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널리 알려진 딸 에이다를 낳았지만,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고 여성들과의 염문설로 런던이 떠들썩해지자 추방당하듯 외국으로 떠나야 했다. 

바이런은 천재성과 호방한 성격 덕에 동시대 작가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다. 낭만주의 시인 퍼시 셸리와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 『뱀파이어』의 저자 존 폴리도리와도 친분이 있었다. 괴담을 지어 서로에게 들려주기로 한 자리에서 바이런은 흡혈귀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바이런의 주치의이자 친구였던 존 폴리도리는 이를 바탕으로 소설 『뱀파이어』를 집필했으며, 그 자리에서 마땅한 이야기를 생각해 내지 못했던 메리 셸리도 이후 갈바니즘을 접하고 『프랑켄슈타인』을 창작했다. 이 유명한 일화는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메리 셸리」 등 뮤지컬의 소재가 될 정도로 지금까지 이목을 끌고 있다.

이야기를 쓰는 데도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던 바이런은 “실제 삶을 관찰하여 쓴다는 점에서 바이런은 소설가라고 할 수 있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바이런은 때로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듯한 작시 태도와 감상에 매몰된 듯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이런의 시가 애독되는 이유는 바이런이 삶에 밀착한 글들을 썼기 때문이다.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에서 방황하는 젊음의 고뇌와 희망,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면, 「그녀는 아름답게 걷는다」, 「우리 둘이 헤어지던 날」 같은 애정시에서는 바이런의 감상적이고 솔직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렇듯 바이런은 우리가 삶의 과정에서 느끼는 바를 가감 없이, 그러나 아름답게 시로 남겼기 때문에 오래 기억되며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