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Interview]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 “시민 모두 향유하는 안정적 예술환경 꿈꾸며”
[Culture Interview]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 “시민 모두 향유하는 안정적 예술환경 꿈꾸며”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4.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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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신신-유망-중견-원로’, 예술지원체계 전면 개편
예술인 NFT 플랫폼 구축…미래 예술시장 대비 돕는 새로운 지원
분산된 17개 기관, 결속력 약화…통합 청사 필요

[이은영 발행인ㆍ진보연 기자]쿠바의 다큐멘터리 영화 <For the First Time>(1967)은 바라코아 시의 Los Munos 마을에서 100명이 넘는 주민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영화를 보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를 사랑하는 두 남성은 시네마 트럭에 영사기를 비롯한 각종 장비를 싣고 산골짜리 마을로 향한다. 마을 사람들이 최초로 보게 된 영화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1936)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한 이 영화는 산업화와 가장 멀리 떨어진 쿠바의 작은 마을 사람들을 웃게 한다. 두 남성이 시네마 트럭에 기계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이자, ‘처음 영화를 마주할 기회’였다. 

서울 한복판에도 시네마 트럭은 달린다. 클래식, 국악, 재즈,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매달 전석 1,000원에 선보이는 세종문화회관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천원의 행복’.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2007년부터 운영된 이 프로그램으로 공연장을 찾은 관객은 33만 명에 달한다. 

세종문화회관 재직 시절 ‘천원의 행복’을 기획해 주목받은 이창기 대표는 지난해 10월 18일 8대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부장, 본부장 등을 거쳐 강동문화재단 강동아트센터와 마포문화재단 마포아트센터 대표로 재직하며 공연기획에 잔뼈가 굵은 예술경영 전문가다.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 ⓒ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 ⓒ서울문화재단

올 초, 이창기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년 중점 추진할 ‘3대 전략, 10대 혁신안’을 발표했다. “예술로 함께, 시민 곁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코로나 19로 위축된 예술가를 위한 지원정책 다변화를 모색하고, 서울시민의 문화향유 프로그램을 증진할 것을 약속했다. 

그 시작으로 서울문화재단은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 11개의 창작공간에서 ‘서울 스테이지11’을 선보인다. 약 100여 개의 예술 단체와 출연진에게 공연 무대를 제공해 침체된 공연예술계를 지원하고, 연말까지 약 7천여 명의 시민에게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을 소개하는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서울문화재단은 장애와 관계없이 다양한 예술가와 시민이 서로 경계를 허물고 함께할 수 있는 문화예술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2007년 개관한 국내 최초의 시각예술 분야 장애예술인 창작스튜디오 ‘잠실창작스튜디오’는 매년 정기공모를 통해 입주 작가를 선발해 작업실을 지원하고, 큐레이터ㆍ비평가와 함께하는 전문가 매칭 프로그램과 외부 예술가와의 창작 워크숍을 제공해 입주 작가의 예술적 성장을 돕는다. 특히 올해부터 장애예술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반 지원을 확대해 문학, 연극, 무용, 음악, 전통, 다원, 시각, 예술일반(연구) 총 8개 분야 운영으로 예술 다양성을 꾀한다.

영원한 겨울이 없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기어코 찾아왔듯,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시민들의 마음을 녹이기 위해 이창기 대표는 오늘도 다양한 예술로 서울의 온도를 높이고 있다. 예술인이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일 더 많은 기회를 만드는 것이, 시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높이는 선순환을 불러올 거라 말하는 이 대표를 만나 앞으로의 방향성과 포부를 들어봤다.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
ⓒ서울문화재단

지난해 10월 18일 임기를 시작해 어느덧 6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취임 후 지금까지의 소회를 전하자면?

제일 먼저 챙겨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서울문화재단의 가장 큰 영역 중 하나인 예술인 지원에 관한 것이었다. 예술인 지원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이를 통해 서울의 문화예술 생태계가 선순환 되는 길을 모색 중이다. 

더불어 20주년을 앞두고 있는 서울문화재단의 대외적 이미지, 조직의 경쟁력 등을 어떻게 확보해 나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 

올 초 “예술로 함께, 시민 곁으로”라는 슬로건으로 2022년 중점 추진할 ‘3대 전략, 10대 혁신안’을 발표했는데, 3대 전략 중 첫 번째가 ‘코로나19로 위축된 예술가를 위한 지원정책 다변화 모색’이다. 이 시기 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코로나19 이후 지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예술가들에게 생계 지원만큼 절실한 것이 바로 그들의 작품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이다. 코로나19로 중단된 공연 및 전시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쪽을 중점적으로 강화해서 지원해왔다. 단순 지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에게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무대의 기회가 주어지고,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속성 있는 작품의 레퍼토리화가 지원을 통해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우수한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다면 재단과 예술가 모두에게 유의미한 결과를 안겨줄 것이라 생각한다.

10대 혁신안 중 첫 번째인 ‘서울예술상’ 역시 ‘지원금’만이 아닌 ‘창작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취지에서 제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예술인들이 지원 사업을 통해 창ㆍ제작한 작품들이 어떻게 하면 관객과 더 많은 접점을 갖고 호평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이에 2004년 서울문화재단 창립 이후 처음으로 예술지원사업 중 우수한 창작 활동을 시상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그동안은 지원사업을 통해 소개되는 공연/전시에 관람객이 10명이 오든 100이 오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이왕이면 더 많은 시민들이 관람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1천 개 안팎의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우수한 작품을 선정함으로써, 예술인들에게는 보다 적극적인 창작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서울시민들의 문화향유권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예술가들에게 절실한 창작ㆍ공연 공간을 제공하는 ‘스테이지11’과 대학로 창작공간 세 곳 조성 등도 현실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데, 공간 운영 방식이 궁금하다.

17개 창작공간 중 공연이 가능한 공간 11개 정도 있다. 예술창작 중심의 창작공간(문래예술공장, 금천예술공장, 서교예술실험센터, 연희문학창작촌, 서울무용센터, 서울연극센터), 예술교육 중심의 창작공간(서울예술교육센터 용산, 서서울예술교육센터), 플랫폼 중심의 창작공간(대학로센터, 청년예술청, 시민청) 등이다.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 서울 시민들에게 예술이 있는 아침을 선물하자는 취지의 기획이다. 예술가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직접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공연 무대를 제공하는 간접 지원의 형태 역시 중요하다. 그동안은 일정 기간 동안 작가에게 작업공간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시설이 많았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의 접근이 어려운 감이 있었다. 창작 공간을 시민들에게 오픈하고, 활성화시킴으로써 예술 장벽을 낮추고, 문화 향유권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문화재단의 연희문학창작촌
▲서울문화재단의 연희문학창작촌

‘서울 스테이지11’은 이달 첫 선을 보였다. 코로나19의 기세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어 4월은 대학로센터ㆍ연희문학창작촌ㆍ금천예술공장 야외무대에서 시작했다. 4~5월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6월부터는 당초 기획인 11군데 공간에서 동시에 공연일 예정이다. 110여 개의 예술 단체와 출연진에게 공연 무대를 제공해 연말까지 총 7천여 명의 시민들이 무대를 향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서울문화재단은 예술 창작의 주체인 ‘예술가’를 위한 지원정책에 많은 공을 들이는 단체다. 다양한 지원사업 확대와 더불어,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 지원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시스템을 ‘청년트랙’과 ‘원로트랙’으로 나눈 것은 굉장히 섬세한 접근인 것 같다.

예술가들이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 지원의 기회로부터 소외받는 일이 없도록 ‘그물망 예술지원체계’로 전면 개편했다. 기존에 ‘신진→유망→중견’으로 이어지는 3단계 지원방식에, 경력이 적고 마중물 지원이 필요한 ‘청년’ 트랙과 장년층의 예술활동 활성화와 창작 다변화를 위한 ‘원로’ 트랙을 신설해 총 5단계로 확대했다.

아울러, ‘서울형 예술지원 공공 앱’도 출시될 예정이다. 현재로써는 수많은 지원 항목 가운데 나에게 해당되는 사업이 무엇인지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공과 관심분야, 나이 등 상세 설정을 통해 예술인별로 지원받을 수 있는 맞춤형 결과를 알려줘 접근성을 높이려 한다. 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무용센터, 연구센터, 예술인재교육센터, 연습 공간 등 장소 활용 가능 상황도 실시간으로 파악이 가능하다. 올 하반기 1차적으로 개발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앱이 완성되고 나면, 서울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돕는 앱도 추가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서울 시민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누릴 수 있는 생활예술 체험을 안내한다. 자치구 문화재단과 연계해 지역 체험 예술 프로그램, 교육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는 포털을 계획하고 있다. 예술가와 서울 시민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방법은,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직접 접하고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흥미가 생긴다. 문화예술에 접근하고자 하는 마음을 쉽게 가질 수 있도록 서울문화재단이 가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씨어터 <동물극장 춤> ⓒ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씨어터
▲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씨어터 <동물극장 춤> ⓒ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씨어터

단발성 지원 외에, 연속 지원으로 안정적인 창작환경을 제공하는 다년간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년간 지원사업은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2년), ‘서커스 상주형 지원사업’(3년), ‘시민예술대학’(3년), ‘지역특성문화예술교육’(3년), ‘꿈다락토요문화학교’(3년) 등 총 5개이다. 특히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을 받는 팀 중 무용 장르의 ‘안은미무용단’, ‘오!마이라이브무브먼트시어터’, 전통 장르의 ‘이날치’ 등이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우리 재단뿐만 아니라, 현재의 예술지원은 대부분 프로젝트 단건 지원의 형태로 이뤄져 있다. 때문에 예술인들은 지원을 받기 위해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고, 이듬해에 또 다른 것을 창작하는 단편적인 작업을 반복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이 실질적인 창작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원을 받기 위한 작품 창작에 지나지 않고, 기존 창작물이 개발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지원도 필요하다. 다년간 지원으로 예술인과 단체가 성장 동력을 얻어, 우수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겠다.

장애예술인들이 문화예술 안에서 차별 없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문화재단만의 노력으론 많은 이들의 갈증을 채우는 데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잠실창작스튜디오는 2007년 개관한 국내 최초의 시각예술 분야 장애예술인 창작 스튜디오이다. 그런데 스튜디오가 현재 자리하고 있는 잠실종합운동장이 리모델링 공사를 하게 돼, 대학로(종로구 대학로 12길 31) 이전을 앞두고 있다. 오는 9월 새롭게 문을 열 예정이다. 

이들의 작품 활동도 중요하지만, 장애 예술인과 비장애 예술인의 교류 그리고 장애 예술인과 관객들이 어떻게 예술의 접점을 같이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재단이 진행하는 사업 외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이에 기업 메세나 활동 등과 연계해 장애 예술인들의 활동이 확산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있다. 효성그룹은 2018년 재단과의 업무협약 체결 이후 지속해서 기부금 후원과 사업 운영 협력을 통해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효성그룹으로부터 기부 받은 1억 원이 잠실스튜디오 ‘굿모닝 스튜디오’ 사업에 쓰였다. 

기업 메세나를 적극 유치해서 장애 예술인들이 더욱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후원을 하고 싶어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기업들이 많다. 기업과 예술인이 상생할 수 있는 후원을 제안하고, 이것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일이다. 

▲2020 굿모닝 스튜디오 워크숍 ⓒ잠실창작스튜디오
▲2020 굿모닝 스튜디오 워크숍 ⓒ잠실창작스튜디오

지원사업에서 탈락한 예술가에게는 공연·전시를 홍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도 눈에 띈다.

서울문화재단 지업 사업 체계를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연간 8천 개의 단체가 지원을 하지만 이 중 실질적으로 선정되는 것은 1,800~2,000건 정도이고 나머지 6,000건은 탈락하게 된다. 탈락한 예술인의 대부분은 지원 여부와 상관없이 예술 활동을 이어나간다. 지원 사업에서 재원의 한계 때문에 선발되지 못한 예술인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고민한 끝에, 예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 ‘홍보’의 짐을 나눠 지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매체라든가, 별도로 확보한 포털 매체에 이들의 공연/전시를 홍보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신청을 받으며 체계를 갖추는 중이고, 올 하반기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작은 희망이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국내 최초로 가상의 플랫폼에서 순수예술 분야의 예술가를 대상으로 하는 ‘예술인 NFT’ 플랫폼도 예정되어 있다. 이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인가.

기존의 지원 체계를 유지하되, 새로움을 적용한 실험 무대로 선순환 발전을 독려하는 지원 체계도 개발 중에 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NFT(Non Fungible Tokenㆍ대체불가능토큰)’ 예술품이 가상자산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예술인들 중에는 이런 기술적인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미래 예술 시장에 대한 대비를 돕는 것 역시 하나의 새로운 지원 체계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재단은 예술가를 선정해 작품을 NFT 데이터로 만들고 사이트를 구축해 거래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NFT 데이터는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지만, 처음부터 모두가 경쟁력을 갖출 순 없다. 개인이 선뜻 시작할 수 없는 일을 재단에서 도와, 운영의 장을 만들어 체계화하려 한다. 

앞으로 정착이 된다면 기업에서도 크라우드펀딩 외에 (NFT를) 기업 메세나 활동으로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소유의 영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혜적으로 기부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확보한 NFT 자체가 예술가 후원 증빙이 될 것이다. 예술인 입장에서도 NFT는 또다른 경제적 브랜딩 역할을 할 것이다.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 ⓒ서울문화재단

세종문화회관에서 근무할 당시 입장료 1000원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천원의 행복’을 기획한 바 있다. 올해 전략에도 시민들의 문화예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증진하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으로 나온 계획이 있는지?

기초문화재단과 달리 서울문화재단은 광역문화재단으로서 기능들이 따로 있다. 자치구에서 그들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주고, 정책적은 체계를 갖추는, 보다 큰 규모의 것들이다. 실질적으로 서울 시민들과 직접적으로 맞닿는 것은 스테이지11, 거리예술축제 등이 있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계절에 관계없이 서울의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서울아트페스티벌 시즌제’를 추진한다. 17개 창작 공간에서 시즌별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동시에 선보이며, 특정 시기에 편중되지 않고 축제를 누릴 수 있도록 개편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생활 예술인들을 한 데 모아서, 함께 즐기고 공감하고 체험할 수 있는 ‘서울시민생활예술페스티벌’이 개최된다. 25개 구의 생활예술인들이 모일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지금 서울에서 펼쳐지고 있는 축제들이 너무 개별화돼 있어 통합 브랜딩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축제가 저마다 개성을 담고 있지만 크게 보면 하나의 서울 예술 축제가 아닌가. 아티스트가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시민들이 그 안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본질을 더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각 지역 및 자치구 간 수평적 문화예술 환경 조성을 위한 사업들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으로 본격적인 생활문화정책이 추진됨에 따라, 시민이 일상생활 곳곳에서 생활예술을 자발적으로 생산하고 생활문화를 스스럼없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 활성화가 굉장히 중요한 화두다. 

부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25개 자치구 문화재단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이는 결국 기초문화재단의 사업들에 대한 서울문화재단의 역할을 뜻한다. 기초문화재단마다 성격이나 색깔, 역할과 기능이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이 공통분모를 기반으로 자치구문화재단 간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서울 지역문화생태계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자치구 간 공동 이슈 논의부터, 자치구 별 지역 문화 특성을 반영한 콘텐츠ㆍ정책개발 지원까지,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 ⓒ서울문화재단

서울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정체성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역동성과 다양성이 아닐까. 대한민국이 다 그렇지만, 서울만큼 문화예술가의 배출이 많은 나라, 도시도 없다. 세계의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속도와 받아들이는 예술인들의 마인드도 많이 달라짐을 느낀다. 과거만 해도 굉장히 격차가 있다고 느껴졌는데, 지금은 거의 실시간으로 흡수된다. 이러한 시류에 맞게 기관들도 발맞춰 나아가야 한다. 서울문화재단뿐만 아니라 우리 국가의 문화예술 정책이 기존의 것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가장 큰 목표는 우리 예술 생태계가 좀 더 안정적인 환경을 갖추는 일이다. 안정적인 예술 생태계를 갖춘다는 것은 결국은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많은 시민들이 더 많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안정적인 예술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서울문화재단에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이 마련되는 것이다. 조직 환경이 됐든 직원들이 됐든 지속 가능성을 갖추게 하는 것이 임기 동안의 과제가 될 것 같다. 

현재 17개 기관으로 나뉘어 운영되다보니 (서울문화재단의) 결속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태생적 한계라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극복하기 위해 고민과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흩어져 있는 우리 기관이,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함께 공유하고 추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나 혼자만의 고민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기에 직원들의 목소리도 듣고 있지만 쉽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조직의 분산이 아닐까? 원심력이 필요한데 안으로 모일 동력이 생기지 않는 것 같다. 청사를 통합 이전할 계획은 없는지?

그 부분을 전혀 고려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통합 청사 이전 문제는 서울시하고도 협의를 해 나갈 부분이 많다. 직원들의 근무 여건도 고려되어야 하지만, 예술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재단 위치는 교통이 좋지 않아, 접근성 면에서도 취약한 게 사실이다. 기존의 건물 중에서는 이 정도 규모의 조직을 한 번에 수용할 곳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재개발ㆍ재건축이 이뤄지는 곳에 새롭게 청사가 세워지지 않는다면 통합 이전은 현실적으로 당장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항상 행복할 순 없겠지만, 예술가와 서울 시민들의 행복한 문화예술 환경을 위해 늘 애쓰는 서울문화재단 직원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만족감을 가지고 일했으면 하는 게 임기동안의 궁극적인 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일을 하다 보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을 수 있고, 다소 안 좋은 비판도 나올 것이 당연하지만 이에 위축되지 않고 해야 할 일들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