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집콕문화소개, 좋은 영화 다시보기Ⅸ ‘My Love’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집콕문화소개, 좋은 영화 다시보기Ⅸ ‘My Love’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2.04.1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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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3시에 마시는 허브차 같은 영화 ‘My Love’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에이슬링 월시 감독의 영화 ‘My Love’는 기존의 양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사물과 환경을 솔직하게 그려냈던, 실존 화가 모드 루이스(캐나다 노바스코샤 출신)의 삶을 전기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샐리 호킨스(모드역)와 에단 호크(에버렛 역)의 설득력있는 연기는 봄볕의 아지랑이같은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며 주 촬영지였던 뉴펀들랜드의 풍광 샷은 자연의 사랑스러움을 더한다. 아일랜드 출신 에이슬링 감독이 10여년을 걸쳐 준비했다던 작품스럽게 그의 고뇌와 정성이 영상 곳곳에 묻어있다. 영화는 부족한 것에 대한 핑곗거리를 찾고 삶 속에서 불평을 일삼는 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는데 모드 루이스의 삶을 통해 진정한 예술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영화이다. 나른한 오후에 마시는 허브차 같은 영화 ‘My Love’를 이야기해본다. 국내개봉 2017년. 12세 관람가.

*나이브(Naive)화가 Modie, 예술성의 원천은 따스한 시선과 자유로운 표현

선천적 기형성 관절염을 앓고 체구도 작은 모드는 모든 것이 불편해 보인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숙모 집에 살면서 더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환경에 놓이게 되는데 하나 있는 친오빠는 모드를 보호하기는커녕 뒷돈 챙기기에 급급하다. 심지어 미혼모 모드가 낳은 아이가 태어나자 기형이라 죽었노라고 거짓말을 하고는 입양을 보내버린다. 심리적인 괴로움과 슬픔뿐 아니라 신체적인 불구로 거동조차 힘든 모드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다. 뒤뚱거리는 걸음에도 한껏 춤을 추기를 원하고 걷기 힘든 구두를 신고도 미소를 보인다. 숙모로부터 독립을 하고 싶은 모드는 구인광고를 보고 위험한 눈길을 헤쳐갔지만 깡마르고 부족해 보이는 모드를 집주인 남자는 반가워하지 않는다. 대인관계에 서툴고 팍팍한 수산업자 에버렛은 괴팍하기 그지없다. 그역시 사랑을 받아본적도, 사랑을 한적도 없는 가난하고 일거리많은 노동자일뿐이다. 에버렛은 모드를 쫓아냈지만 굳건하게 따라붙는 모드와 결국 한집에 살게 된다. 일하고 좁은 침대에서 자야 하는 조건이다. 그에게 모드는 로맨틱한 여성이 아니며 어떤 애정행각도 벌이지 않지만, 마을에는 이상한 소문이 돈다. 전혀 개의치 않는 모드. 참 용감하다. 에버릿은 일을 못하는 모드를 막 대하는 괴팍한 남자다. 보는이로 하여금 짠한 마음이 들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장애에 대한 무시와 발언보다는 인간에 대한,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에서 나올법한 대사가 오간다. 장애를 지닌 모드에 대해 어설픈 동정보다 구박이 나을수 있겠다는 필자의 생각. 모드는 가정부일을 하면서 집에 돌아다니는 패인트와 붓으로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사실 그림이라고 해도 별것 없다. 재료도 없거니와 한겨울에도 꽃이면 꽃이고 나비면 나비다. 새 그리고 구름과 바람과 해와 달을 그려 넣고 그림의 표현에 있어서 자유로울 뿐이다. 어느덧 낡은 집 구석구석에 모드의 그림이 가득 찬다. 멋내지 않은 순수한 그림으로 오두막집은 아름다운 작품이 되었다. 둘은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게 되고 다혈질이며 사랑에 서툴렀던 에버렛은 따스한 그림을 그리는 모드를 보며 변화한다. 뉴욕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화가 모드의 자연을 그린 작품과 그림으로 가득찬 집을 구경하고자 많은 관람객이 다녀가고 주문이 폭주한다. 닉슨부통령이 그림을 구매할정도로 유명 화가가 되었지만 오두막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뿐이다. 그녀의 예술은 자연을 대하는 따스한 시선과 마음껏 상상하고 표현한 담대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는 사랑하기에 인연이 된 것이 아니라 인연이 되어서 사랑을 한다.

세상과 단절된 환경 속에서 성장했고 아이를 잃은 경험과 누구의 사랑도 제대로 받아보지 않은 모드가 웃음을 잃지 않고 좋은 작품을 남길 수 있던 이유는 누구보다 독립적이었고 살아감에 미소와 용기가 있었다. 모든 생명 있는 것에 대해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그것을 용감하게 표현할 줄 아는 화가였기에 만인에게 사랑받았던 모드. 죽기 전 숙모는 모드에게 “우리 중에 너만이 행복을 찾았구나”라는 말을 남긴다. 딸을 입양 보냈다는 소식과 자신을 찾아와 돈으로 흥정을 하는 오빠를 보면서도 실망하지 않는 주인공. 여느 부부처럼 투닥거리고 재회함을 거듭하는 모드와 에버릿은 안정된 부부의 모습이 되어간다. 쇠약해진 모드와 죽을때까지 그녀를 지켜는 에버릿.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난다.

영화 서두. 구인광고 종이를 붙이고 나가는 에버릿과 그를 쳐다보는 모드가 생각났다. 모드가 에버릿의 집을 찾아서 걸어가는 눈길은 절대 짧지 않았다. 그때 모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랑하기에 인연이 된 것이 아니라 인연이 되어서 사랑을 하는 것. 주인공 모드는 숨을 거두기 전 괴팍하고 사랑에 서툴렀던 에버릿에게 오히려 ‘나는 사랑 받았어요’라고 말한다. 주인공 모드가 표현한 모든 것이 예술이었고 그 시선과 행위가 사랑이었다.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힘들게 붓을 잡고 보이는 모든 공간에 꽃과 새와 바람을 그렸던 화가 모드 루이스를 한동안 기억할 것 같다.

*나이브(Naive)화가 : 정규미술교육을 받지 않아 기존 미술 양식문제에 구애되지 않고 자연과 현실의 시각적인 대상에 대하여 경건한 만큼 소박한 태도로써 건강한 리얼리즘을 예술의 기초로 삼는 아티스트를 말한다. (참고: 네이버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