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우리 모두 도시 전문가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우리 모두 도시 전문가
  • 백지혜 디자인 스튜디오라인 대표, 서울시좋은빛위원회 위원
  • 승인 2022.04.1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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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변화, 기술 발달은 도시 경관 뿐 아니라 우리 삶 변하게 할 것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무슨 지구라는 이름으로 택지개발이 이루어지는 곳에 대하여 사람들의 경관적인 관심과 기대는 예전과 많이 다르다. 주거시설 외에 윤택한 정주환경을 제공할 인프라시설의 수준에 따라 가치가 정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를 개발하는 사업자들은 도시개발 사업 부지 조성계획에 인프라 시설물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담게 되어 있고 도시의 경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는 공공 시설물에 대하여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기능만 다하는 시설물이 아니라 도시 경관적인 공공성과 조형성을 확보하고자한다.

여기에서 다루는 공공시설물들은 생각보다 매우 다양하다.

통칭해서 도로 시설물이라고 하는 버스나 택시 승강장, 보호펜스, 중앙분리대, 자전거 보관대, 보도블럭, 가로등, 볼라드, 휴지통, 맨홀뚜껑, 안내사인, 그리고 방음벽과 옹벽도 심의 대상이다.

이미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위하여 여러 시설물들이 ‘디자인’되어져 왔지만 이렇게 도로시설물들이 ‘안전’ 이외의 개념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도시마다 공공디자인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결국 같은 모습의 도시로 보여지고 가로등에 갈매기가 붙거나 감 혹은 도자기가 붙어야 아이덴티티가 형성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도시 경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도로, 도로시설물의 일률적인 디자인 때문일 수 있다.

도시의 야간경관 역시 도시조명의 색온도나 도로면의 밝기가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좋은빛 심의에서 주로 다루는 장식조명 - 건물이나 다리등에 장식 목적으로 설치된 조명 - 보다는 도시 인프라시설 - 도로, 공원, 광장 등-을 위한 공간조명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하여 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대부분 공공의 영역으로 조형성이나 창의적인 디자인보다는 기능 위주의 일반 적인 것을 정해진 예산과 기간 내에서 지속 가능을 위한 유지관리 주체가 주가 되어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대부분 이어서 ‘다른’ 어떤 것을 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예를 들어 역사적인 문화재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하여, 그리고 바로 옆에 위치한 매끈한 돌 건물과의 대비를 위하여 낮은 색온도 (주황에 가까운 따뜻한 색)을 적용하려 해도 에너지 효율 위주의 정책으로 불가하다가 색온도 가이드 라인에 대한 조례를 변경하고 나서야 가능해지는 현실이다.

도로 조명은 사실상 일부 구간만 다르게 계획하기는 어렵다. 질주하는 차 안에서 잠시 동안의 시각적 변화는 운전자의 주의를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다른 쪽으로 쏠리게 한다. 따라서 밝기나 색온도를 기존과 다르게 계획하는 것은 제법 광범위한 가로등 교체가 일어날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온도-빛의 따뜻함과 차가움에 대한 단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적용하도록 한 것은 대단한 변화를 이끌어 낸 일이다.

이제 가로등은 또 다른 엄청난 변화의 축이 될 것 같다.

우선 이제까지 분리되었던 도로시설물인 신호등과 가로등이 하나로 통합되고 ICT기술을 결합한 CCTV, 공공 와이파이, IoT 센서를 탑재한 스마트 폴로 변신한다.

거리에 즐비하던 폴들은 반 이상 줄어들 것이고 스마트해 보이는 폴로 교체되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 상에서 보여지는 폴의 이미지는 지금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여기에 추가될 전기차 충전 기능이나 드론 스테이션등등을 감안한다면 그 형태나 재질은 좀 더 좋아지리라 예상한다. 공공성과 조형성을 더해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터널에도 기능과 안전이외에 그 자체의 특별한 가치 창출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이 적용되고 있고 조만간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한다.

변화 그리고 기술의 발달에 의한 이러한 시도들이 도시 경관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변하게 할 것이다. 모든 변화와 발전이 그러하였듯 더 편리해지고 더 빨라진 만큼 잃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러한 경관적 변화들이 우리 모두의 의견과 눈썰미로 바람직하게 자리잡으르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심의위원이 되어 관심을 갖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도시 생활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