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IN 트렌드 탐구생활] 동네, 예술인의 공간이 되다
[문화예술IN 트렌드 탐구생활] 동네, 예술인의 공간이 되다
  • 예술도서관/독립 기획자 동주
  • 승인 2022.04.1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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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저서 속의 트렌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의 모습 속에서 시대의 동향을 능동적으로 찾고 가공해 문화예술을 꿈꾸는 청소년.청년을 위한 2022년 문화예술교육 칼럼입니다.

하이퍼로컬, 즉 지역 중에서도 동네생활권을 말한다. 전대미문의 팬데믹으로 연결 없는 동네 예술가와 주민에서 지역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속성으로 연대하고 결속하게 되었다. 동네문화는 코로나로 인한 잠깐의 유행적인 현상이 아닌 자신의 영역 안에서 안정감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반영되었다.

“원정관람 위해 서울행 기차 타는 지방민들”

‘노잼 도시’ 소위 문화예술을 즐길 거리가 없고 재미가 없는 도시들을 칭하는 말이다. 몇몇 지방들이 노잼 도시라는 타이틀을 달고 오명이라 해명한다. 지방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인 필자에게 묻는다면 오명은 아니다. 인구는 24만, 주요산업은 조선업으로 비교적 부유한 도시였지만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치는 빈곤했다. 공연은 평균 한 달에 한 편, 전시는 씨가 말랐다. 거주 도시에서 만족감을 얻지 못하면 예술이 존재하는 서울, 수도권 지역들로의 원정 관람은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12%, 서울이 문화예술의 절반 이상을 담고 있다. 2015년 [공연예술실태조사]에서 보면 공연장 기획 공연 평균 횟수는 비수도권은 93.9회, 수도권은 134회이다. 4년이 지난 2019년 조사에서는 각각 52.6회, 139.5회의 공연이 열렸다. 4년간 증가한 수도권의 공연 횟수와 달리, 비수도권은 크게 하락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화예술의 빈부격차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문화격차는 지방민들이 자신의 문화보장(문화적 권리?)을 위해 공연장을 찾아 움직이게 만든다. 몸은 지방에 있지만, 마음만은 서울로 가 있는 애처로운 상황이다. 지방이라는 이유로 거리적, 경제적 부담을 안고 여가를 즐기기 위한 원정 관람은 억울하고 가혹하다는 감정까지 불러온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다.”

코로나 19로 모두의 발이 묶였다. 팬데믹 이후 이동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닌 추적될 수 있는 동선, 전파, 전염 등과 같이 변화하였다. 변화된 의미 속에서 사람들의 오프라인 생활반경이 지역, 더 좁게는 동네로 제한되었다. 바로 하이퍼로컬 주거지역, 특정지역, 동네 자체를 경험하고 소비한다는 개념이다. 해당 트렌드의 대표적인 산업 당근마켓이 작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설치량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동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들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스마트폰에 가장 많이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은 1위는 쿠브, 2위는 당근마켓이 차지하였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로컬문화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지역예술도 움직임을 보였다. 2021 춘천연극제는 찾아가는 동네(일상)밀착형 콘셉트를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공연장을 극장에서 카페로 바꾸면서 관객에게 다가갔다. 과거에는 관객이 공연장을 찾아갔다면 코로나 이후 공연이 동네를 매개로 관객을 찾아가는 형태로 변화하였다. 시민은 폐쇄적이고 한정적인 공연장보다 동네에서 공연을 경험하고 소비하는 것에 안정감을 느꼈다. 자신의 주거지와 가까운 동네는 안전하다고 느끼는 심리와 잘 맞아떨어지는 전략이다. 일상의 공간이 무대의 공간으로 쓰이고 연극이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경험을 제공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모든 관계, 여행과 멀어질 때 문화예술과도 거리가 멀어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 문화예술공간이 있다. 창원에 거주하는 직장인들이 연극인을 위해 의지를 모아 ‘빨간 객석 소극장’을 설립하였다. 지역의 청소년, 청년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창조하고 개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 시민들은 가볍게 찾아가 생기 넘치는 예술을 향유할 수 있어 마음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동네문화는 끝나지 않는다.”

지역예술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지던 중 하이퍼로컬은 동네 예술의 길을 열어 주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볼 만한 가치 있는 문화예술공간들을 준비했다. 필자와 같이 예술이 메마른 지역에서 갈증을 느꼈던 사람들에게 이 공간들을 봄을 맞이해 선물하고자 한다.

동작구 사당동 골목길에 작은 영화관 아트나인이 있다. 10점 만점에 9점만 하자는 예술, 독립 영화관이다. 홍대, 강남과 같이 큰 도심의 대기업 소속이 아닌 독자적인 동네 영화관이지만 독보적인 영화 상영 기술, 차별화된 생동감 있는 소리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 있다. 영화만이 아닌 다양한 미술작품, 레스토랑과 카페를 모두 품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배급사의 외압, 감독의 이름에 연연하지 않고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영화를 찾고자 하는 뚝심 있는 정상진 대표의 애정이 담긴 공간인 만큼 예술영화를 대하는 태도가 정중한 극장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원도심에서 지역 영화 활성화를 위해 힘쓰는 극장이 있다. 바로 대구의 ‘오오극장’이다. 오오극장은 대구 유일의 독립영화 전용관이자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처음 문을 연 독립영화관이다. 영화 상영 외에도 지역의 예술가와 시민을 위한 여러 볼거리가 마련되어 있다. [대구 독립영화 연말 정산], [오오극장 관객 프로그래머 영화제]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한다. 매년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지역 영화예술계에 큰 공을 세우고 있다. 비수도권의 대구 시민이 영화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문화예술의 장을 가장 작은 단위의 동네에서 창작하는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은 방문으로 답할 수 있다. 지역예술인들에게 방문은 단순한 의미가 아닌 그들을 지지하고 존속하게 하여주는 힘이 될 것이다.

 제작/기획 : 예술도서관

글쓴이/트렌더 : 독립 기획자 동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