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 수자원 공사 ‘시화문화관’ 입찰 관련, 평가 공정성 의문 제기돼
[Hot Issue] 수자원 공사 ‘시화문화관’ 입찰 관련, 평가 공정성 의문 제기돼
  • 이은영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4.1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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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 공사 전시전문 인력 없는 전시관 조성?
타 공공기관서 인정된 특급기술자, 수자원 공사 “특급 아닌 고급”으로 평가절하
“’국가기술자격‘아닌 ’국가전문자격’으로 전시관 조성 자격 인정 안 돼”
전시콘텐츠 개발‧조성서, 건축기사‧실내인테리어기사만 전문인력?
문화예술경영 전문가 “전시전문인력 몰이해로 벌어진 사태”
공지 없이 연기된 결과 발표, 왜 늦어졌나
수자원공사 “재판 방어권 침해 우려 있어, 답할 수 없다”
정성평가 2순위 업체 최종 당선 위해, 사태 벌어진 것 의심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이지완 기자] 수자원공사 ‘시화조력문화관 전시콘텐츠 개발‧조성 용역’ 입찰과정에서 박물관‧미술관 정학예사 자격증 및 문화예술경영학위가 전시 관련 자격증 및 학위로 인정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이하 공사)는 지난해 12월 안산시 단원구에 자리한 노후화 된 조력문화관 리뉴얼을 위해 ‘시화조력문화관 전시콘텐츠 개발‧조성 용역’(이하 시화문화관 사업) 입찰공고를 냈다. 총 사업비 약 119억 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전시콘텐츠 개발, 설계 및 제작‧설치, 리모델링 인테리어 디자인 및 공간 조성 등을 세부 내용으로 밝히고 있다.

▲시회조력문화관 외부 전경 (사진=엠아이티존 제공)
▲시회조력문화관 외부 전경 (사진=엠아이티존 제공)

해당 입찰 과정에서 논란을 제기한 곳은 해당 사업 입찰에 참여한 전시디자인 전문회사 ㈜엠아이티존(대표 권혁설)으로, 이번 입찰에서 2순위로 평가돼 탈락하게 된 업체다. 엠아이티존은 입찰결과 발표 후, 어떤 항목이 부족해 탈락하게 됐는지 수자원공사 측에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수자원공사 측 평가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인지했다.

시화문화관 사업의 평가 항목은 기술능력평가(배점80), 입찰가격평가(배점20)로 구성됐다. 여기서 기술능력평가는 정량평가(배점 20), 정성평가(배점 60) 항목으로 또 한 번 세부적으로 나뉘어 평가된다. 정량평가는 ▲기술능력 ▲수행실적 ▲경영상태를 기준으로 이뤄지며, 정성평가는 ▲과업수행능력 ▲기획능력 ▲전시콘텐츠계획 ▲전시연출시설 ▲공간계획 ▲관리운영계획의 기준으로 점수가 부여된다.

엠아이티존은 전시콘텐츠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정성평가에서는 1위의 점수를 받으며, 경쟁업체보다 앞섰다. 하지만, 정량평가 항목에서 점수를 받지 못했다. 회사는 기술능력평가 항목 중 정량 평가 항목인 ‘기술능력’ 평가에서 오류가 발생해 최종 입찰에서 탈락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기술능력’ 평가 기준은 사업 참여기술자 현황을 파악하는 평가 항목이다. 회사는 사업 참여기술 인력 중 전시 분야 인력으로 ‘문화예술경영학과(박물관미술경영)’ 석사 학위를 가지고, ‘박물관‧미술관 3급 정학예사’ 자격증을 가진 A씨를 ‘초급 기술자’로 제안했다. 하지만, 공사 측은 A씨를 등급 없음으로 평가해, 0.4점의 점수를 부과하지 않았다.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이 기준으로 적용된 사업에서 B씨가 특급 기술자로 인정받은 사례 (자료=엠아이티존 제공)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이 기준으로 적용된 사업에서 B씨가 특급 기술자로 인정받은 사례 (자료=엠아이티존 제공)

6개 공공기관에서 인정한 특급 기술자, 수자원공사 “특급 아닌, 고급” 점수 낮춰

이외에도, 엠아이티존은 공사가 공고상 명시되지 않은 법안을 준용해 특급기술자 B씨를 고급기술자로 평가 후 점수를 부여하지 않는 등 정량평가 항목 상 공정치 않은 평가가 나타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B씨는 시화문화관 사업 평가에서 준용하고 있는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이 동일하게 기준으로 사용된, 지난해에 시행된 6개의 공공기관 사업 건에서 모두 특급 기술자 평가 받았다. ▲밀양시립박물관 전시실개선·어린이박물관신설 설계 및 리모델링 용역 ▲춘천시 수몰전시관 전시물 설계 및 제작설치 ▲봉화군 청량산박물관 전시물 설계 및 제작 설치 사업 건 등이다.

회사는 평가 상 오류라고 여겨지는 지점에 대해 수자원공사 측에 이의제기를 했다. 그런데, 이 이의 제기 과정에서 공사 측의 더욱 황당한 답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공사 측은 A씨 평가에 대해 “기술자의 등급 판단은 엔지니어링 산업법에 의거 국가기술 자격증에 의해서만 가능함. 학예사 자격증은 국가전문자격으로서 기술등급 판단을 위한 자격증에 해당하지 않음”이라고 답하며 “‘문화예술경영학과(박물관미술관경영)’은 경영학 학위로서 전시분야 관련 기술 학위가 아님”이라고 반박했다.

▲시화조력문화관 전시콘텐츠 개발‧조성 용역 제안서 평가결과 이의 신청 답변서 중, A씨 평가 이의에 대한 수자원공사 답변 (자료=엠아이티존 제공)
▲시화조력문화관 전시콘텐츠 개발‧조성 용역 제안서 평가결과 이의 신청 답변서 중, A씨 평가 이의에 대한 수자원공사 답변 (자료=엠아이티존 제공)

엠아이티존 권혁설 대표는 “공정치 않게 진행된 평가도 문제지만 복합문화플랫폼을 조성하고 전시콘텐츠를 개발하는 사업에서, 박물관‧미술관 3급 정학예사 자격을 가진 이를 ‘전시 전문가’로 평가하지 않는 수자원공사의 시각이 더욱 문제라고 여겨진다”라며 “전시를 기술자로만 구현하겠다는 태도가 문화공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느껴진다”라고 황당함을 토로했다.

엠아이티존의 이의 제기 과정 중 ‘문화예술경영학’ 자문을 맡았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신의 교수는 “해당 사안은 우리 사회 전반의 전시기획자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준 경우라는 점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라며 “국가기관의 몰이해가 전문 인력이 일할 기회를 박탈하고, 그들이 전시기획에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실제 전시 사업의 질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초래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환경부 산하에 정부 자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기업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시화문화관 사업에는 약 119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공사는 시화조력문화관 리모델링과 함께, 공사에서 운영하고 있던 대청댐문화관 리모델링 계획을 지난해 7월 ‘K-water 문화홍보 추진 계획’을 통해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내용은 e대한경제 ‘수자원공사, 총 700억 규모 생활형 SOC 발주 채비’ 기사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공사는 시화조력문화관과 대청댐문화관을 ‘복합문화플랫폼 조성’ 시범 사업으로 진행하고, 이후 현재 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5곳의 댐, 강 유역 복합 문화관도 새롭게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좀 더 확실한 확인을 위해 공사에 문의한 결과 “현재 ‘K-water 문화홍보 추진 계획’에 따라, 국민을 위한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장소로서 K-water 및 유역을 대표하는 복합문화 플랫폼 7개소를 선정했다”라며, 기사에 언급된 “5곳의 댐은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공사 언론홍보 담당자는 수자원공사는 공식적으로 ‘K-water 문화홍보 추진 계획’에 대한 자료를 발표한 적이 없고, 해당 기사는 공사 측에서도 모르고 있었던 내용이라며 기사에 들어간 수자원공사 관계자도 기자와 연이 있어서 전한 내용인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시화조력문화관 사업은 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K-water 문화홍보’의 시발점과 같은 사업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사업을 기점으로 공사가 운영 중인 문화관 시설 리모델링 방향성이 정해지고, 대규모의 정부예산이 투입된다.

최근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기업과 기관의 정체성을 알리고 홍보를 위해 앞 다퉈 문화 공간, 문화콘텐츠 조성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그 시도들이 과연 깊이 있는 고찰과 논의를 통해서 진행되고 있는지 질문해봐야 할 때다.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는 공공기관의 행정적으로 갇혀있는 사고와 판단이, 국민의 혈세를 허공으로 날려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한다.

▲시화조력문화관 내부 전시실 전경
▲시화조력문화관 내부 전시실 전경 (사진=엠아이티존 제공)

학예사는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어

공사가 공고한 시화문화관 사업 제안 요청서에 안내된 참여기술자 현황 세부항목 평가기준에는 “나) 기술자에 대한 등급 판단 기준은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중략)의 ‘엔지니어링 기술자’를 준용하며(중략)”이라는 항목과 “다) 참여기술자의 등급사항은 (중략) 기술인자격수청, 학위증(졸업증명서), 해당분야 업무수행경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경력증명서에 의하여 인정함”이라는 항목이 있다. 그리고 “라)대상기술 인력 및 전문기술 분야: 건축, 실내건축, 전시, 영상, 디자인, 실물‧모형 관련 기술만 인정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엠아이티존은 A씨를 전시 전문기술인으로서 참여기술자에 포함시켰다. 회사 측은 A씨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에 명시돼 있는 ‘박물관‧미술관 3급 정학예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전시 전문 기술인(자)라고 판단했다. 문화예술경영학을 전공하고 학위증을 가지고 있기에 전시 전문 인력이기에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사 측의 판단은 회사 측과 달랐다. 공사는 박물관‧미술관 3급 정학예사가 국가 ‘전문’자격증이고 국가‘기술’자격증에 해당하지 않기에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문화예술경영학과(박물관미술관경영)’은 경영학 학위로서 전시분야 관련 기술 학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사의 주장을 해석하자면, 시화문화관 사업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전시 전문 인력은 국가기술자격증으로 분류된 건축, 토목, 디자인 분야 등의 기술사, 기사, 산업기사와 국내에서 단 두 군데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전시기획학과(동덕여자대학교 큐레이터학과, 동신대학교 공연전시기획학과)의 전공자뿐이다. 현재 국가기술자격증으로 분류된 ‘전시’ 전문 기술자격증은 존재하지 않는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수자원공사의 어불성설과도 같은 주장에 국가기술자격증이 존재하지 않는 ‘전시, 실물‧모형 분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려했는지, 전시관련 기술학위는 어떻게 평가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의를 했다. 더불어, 시화조력문화관 리모델링 사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질의하고, ‘복합문화공간’ 조성에 있어서 엔지니어링 산업진흥법 등 건축 관련 평가 항목만을 내세운 제안요청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등 총 9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요청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 측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엠아이티존은 현재 수자원공사를 대상으로 가처분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이에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현재 엠아이티존은 한국수자원공사를 채무자로 한 ‘시화조력문화관 전시콘텐츠 개발‧조성 용역’ 입찰의 우선 대상 협상자 지위 보전 청구 및 낙찰자 선정의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요청한 답변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과 관련된 사항으로 판결 전 제3자에 대한 재판 관련 자료 공개는 재판의 독립과 한국수자원공사의 방어권 침해 우려가 있어 제공할 수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 공식 유튜브채널 '[방울이의 방방곡곡] 방울이의 '시화나래 조력문화관' 대탐험!'편 캡처
▲한국수자원공사 공식 유튜브채널 '[방울이의 방방곡곡] 방울이의 '시화나래 조력문화관' 대탐험!'편 캡처

공공기관 산하 공간 조성 시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만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경우는 보편적인 경우일까.

공공기관 리모델링 사업 중, 근간에 다뤄졌던 정동극장 리모델링에서 본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민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전공 교수에게 자문을 요청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안은 전시관련 공간 조성에서 다른 인력들보다 더욱 전문가로 보이는 학예사가 ‘엔지니어링 산업기술 인력’으로 포함되지 않아, 기술 인력 점수를 못 받은 것으로 굉장히 불합리한 사안으로 볼 수 있다”라며 “하지만, 공모에 있어서 수자원공사가 설계지침서에 따른 평가 기준들을 공지하고 공모가 발표된 상황이라면 불합리함에도 불구하고 번복이 어려울 수 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김 교수는 “수자원공사 같은 경우는 이런 전시 공간 조성을 잘하지 않았을 것이나, 공사와 관련된 건물 조성은 많이 진행했을 것이고, 아마 공사 측에서는 기관에서 익숙하게 진행하던 포맷으로 공고를 발표했을 것이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엠아이티존은 입찰 제안 시 실내건축기사인력을 포함했으며, 배점이 5점 부여된 참여기술자 평가에서 안정적으로 평가받기 위해 5점이 넘는 인력으로 팀을 구성해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엠아이티존은 “국내에서 전시관련 사업이 연간 200개 정도 나오고, 통상 비슷한 형식으로 입찰이 진행된다”라며 “사실 업계에서 정량평가의 기술인력평가 항목은 거의 모든 업체가 만점을 받고, 기술자도 굉장히 폭넓게 인정해준다. 그런데 유독 이번 입찰 건에 있어서 업계에서 익숙치 않은 ‘박물관‧미술관 3급 정학예사’를 가지고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공사 측 태도가 의심스러울 따름”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시는 문화콘텐츠인가? 인테리어 공사인가?

전시 관련 기술자로 문화예술경영학 전공자, 박물관‧미술관 3급 정학예사를 인정하는가 인정하지 않는가는 ‘전시’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쟁점이 발생한다. 현재 공사가 제시하고, 인정할 수 있는 기술 인력만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건축기술자 및 실내건축디자이너만 문화관 전시콘텐츠 조성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엠아이티존 이의제기에 자문 맡았던, 박신의 교수는 “수자원공사는 전시를 인테리어 공사와 같은 기능적 개념으로 이해하고, 전시는 기술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라며 “문화예술경영에서 경영에 대한 이해도 아주 낮은 수준으로, 다각적 차원에서의 경영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거듭 날선 질타를 보냈다.

이어 박 교수는 정량평가에서 건축기술사와 디자인 전공자만을 인정하겠다는 수자원공사가, 정성평가에서는 전시전문가의 역량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논리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수자원공사에서 주장하는 기술 인력 요건은 디자인 전공자만이 갖출 수 있는데, 실제 수자원공사가 요구하는 전시 콘텐츠 개발은 기획력을 전제로 한다는 점과 기획, 실제 콘텐츠 연출 등의 과정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문화예술경영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수자원공사의 현재와 같은 태도는 전시기획인력에 대한 몰이해이고, 그로 인해 결국 전시전문인력에 대한 불공정을 행사하는 결과로 치달을 수 있다”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짚었다.

나아가, 박 교수는 문화예술경영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가진 수자원공사 측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명시되고 국가공인자격증인 ‘박물관‧미술관 3급 정학예사’도 자신들이 발주한 공사가 '전시'가 아니라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지는 수자원공사가 공공기관이라는 측면에서 문화예술관련 전문가의 견해 외에 행정과 문화예술을 모두 아우르는 전문가에게도 자문을 요청했다.

장석류 문화정책연구자(행정학 Ph.D)는 “전시기획자 혹은 공간기획자의 전문성을 기술학위로 검증하는 것은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기준”이라고 짚으며 “전시콘텐츠 조성에서 ‘박물관‧미술관 3급 정학예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관점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시화조력문화관 내부 전시실 전경 (사진=엠아이티존 제공)

장 박사는 전시란 공간을 기획하는 일로, 예를 들어 우리나라 ‘댐의 역사’를 전시한다고 했을 때, (전시)공간을 매개로 댐의 다양한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때 전시기획자 혹은 공간기획자는 본인의 컨셉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파트 사람들과 협업을 하는데, 이 과정의 전문가를 기술학위로 평가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어 장 박사는 수자원공사가 전문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 수자원공사 측의 ‘문화예술경영학이 전시분야 기술 학위가 아니다’라는 문장은 틀린 얘기라고 볼 순 없다. 하지만, 행정학 혹은 경영학을 전공하고 환경부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을 환경전문가는 아니고, 행정전문가로만 치부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며 ‘문화예술경영’의 방점을 경영의 관점을 가진 문화예술 전문가로 봐야하는 시각은 필요하단 의견을 전했다.

장 박사는 공사 측이 ‘박물관‧미술관 3급 정학예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해당 자격증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박물관 미술관 진흥법」에 명시돼 있고, 관련 시험도 박물관학, 전시기획 등의 시험에 통과해야 하고, 경력도 충족돼야 한다”라며 “학예사 자격증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 우리나라 전시기획 분야에 계신 분들이 갖추고 있는 자부심 높은 자격증으로, 전시 관련 전문성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 해당 자격증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관점은 마치 운전기사를 뽑는데, 자동차운전면허증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들린다”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박 교수와 장 박사는 수자원공사 측이 보여주고 있는 ‘전시’에 대한 몰이해와 부족한 안목을 토대로 한 성급한 결론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다. 장 박사는 “공사 차원에서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대한 부족한 안목으로 평가에 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고는 본다”라며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관련 설명책임을 할 때, ‘기술’ 관련 자격증의 유무로 전문성이 없다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해보이고, 만약 그렇게 적용하려고 했으면, 공고시점에 해당 자격증을 명기해 우대한다는 것을 최소한 표시했어야 한다고 본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강단에서 문화예술 및 전시분야의 꿈을 꾸는 학생들을 마주하고 있는 박 교수는 이번 사안을 대하는 수자원공사의 견해가 전시전문인력의 취업 기회를 앗아가는 중대한 사회 문제가 될 수 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 교수는 “문화예술경영학을 전공하고 국내 유수 미술관 큐레이터와 대안공간, 갤러리, 비엔날레 큐레이터,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과 졸업생들의 명단을 작성할 수도 있다”라며 “학예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지금도 많은 젊은이들이 인턴 2년과 석사학위 수료에 정말 많은 시간과 예산을 들이고 있다. 공공기관의 몰이해가 전문인력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지 않길 바란다”라며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공식 유튜브채널 '[방울이의 방방곡곡] 방울이의 '시화나래 조력문화관' 대탐험!'편 캡처

고지 없이 예정된 발표일 2주일 늦춘 입찰 결과 발표와 돌연 담당자 교체, 의문투성이

이번 논란은 결국, 수자원공사가 문화공간 조성, 전시 관련 시각을 어떻게 고수하느냐가 중요한 쟁점이다. 수자원공사는 ‘전시콘텐츠 조성 사업’에 있어서 왜 국가에서 공인하는 전시관련 자격증까지 인정하지 않으며, 불합리하다고도 여겨지는 기준과 견해를 고수하는 것일까.

문제를 제기한 엠아이티존은 이번 ‘시화문화관 사업 입찰 과정 중 공사 측이 의문스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엠아이티존 권 대표는 “큰 예산이 집행되는 사업 진행 중에,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공간디자인처 담당자들이 변경됐고, 입찰 결과도 아무런 고지 없이 예정된 일자에서 2주일 늦게 발표했다”라며 공사 측의 의심스러운 정황을 짚었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수자원공사 측에 엠아이티존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를 포함해 서면으로 질문을 전달했지만, 재판을 이유로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유선상 취재에서, 공간디자인처 담당자들의 인사이동이 정기인사이동에 따른 것이었고, 담당 직원의 이동만 있었다는 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입찰과정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인력문제, 공사 내부 압력행사 있었을 것

엠아이티존은 입찰 결과 발표가 연기된 2주일동안 수자원공사 내부에서 불공정한 압력행사가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엠아이티존 측은 “이번 입찰과정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인력 중에는 ‘전시연출전문가 자격증’ 소유 인력이 있다. 수자원공사는 이 자격증 또한, 국가기술자격증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자격증을 발급해주는 발급기관 이사장이 현재 1위로 선정된 업체의 대표다”라는 점을 짚으며, 평가의 공정성을 의심했다.

이어 “전시업계는 2007년 단체수의계약제도가 폐지되면서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발주형태를 택했다. 이 과정에서 전시 기술자를 평가하기 위한 법이 명확하게 없기 때문에 ‘엔지니어링 진흥법’을 준용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전시 기술자에 대한 막연한 평가 기준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때문에 업계에서 정량평가의 기술인력 항목은 감점 없이 만점으로 통과한다는 시각이 보편적이었다”라며 업계의 상황을 설명했다.

즉, 엠아이티존 주장에 따르면 업계에서 광범위하게 인정해주던 전시기술인력을 이번 시화문화관 사업에서 제안요청서에 명기되지 않은 건설기술진흥법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엠아이티존은 “정성평가에서 2순위였던 업체를 최종적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발주처에서 점수를 뺄 방법을 이리저리 연구하다가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며 “현재 가처분 공판을 앞두고 있는데, 법적으로도 발주처의 주장이 근거가 없기 때문에 합리적인 재판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수자원공사 측은 국가‘기술’자격증이냐, 국가‘전문’자격증이냐에 따라서 인력의 능력을 평가하고, 문화예술‘경영’학과라는 명칭과 해당 학과 커리큘럼에 대한 얕은 분석으로 전시업계로 나선 사회초년생의 전시전문인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제안요청서에 명시된 “시화조력문화관을 K-water 대표 복합문화 플랫폼으로 리뉴얼해 지속가능한 물순환 체계 미래비전 홍보 및 국민과의 소통 확산 실현”이라는 과업의 목적을 전시에 대한 이해 없이 진행하려 하고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아름다운 외관은 중요하다. 하지만. 내용물 없는 빈 깡통에 아름다운 치마를 두른다고 해서 빈 깡통의 가치가 높아지진 않을 것이다. 나아가 그 다홍치마를 국민의 혈세로 사서 입어야 하는 이번 사업은 수자원공사의 좀 더 깊이 있는 고민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시관을 조성하면서 전시전문 인력을 배제한 수자원공사측에 시화조력문화관을 어떤 알맹이를 가진 복합문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은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