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 시인 김광균 백일모자 기증 받아
서울공예박물관, 시인 김광균 백일모자 기증 받아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4.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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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균 시인 딸 김은영 매듭장 기증
5월 직물공예 상설전시실 공개 예정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시인 김광균이 백일 때 착용했던 굴레(백일모자)가 서울공예박물관으로 기증됐다. 박물관은 기증받은 굴레를 5월경 전시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에 기증된 굴레는 개성 지방의 특징적 양식을 보여주는 가치 있는 자료로, 국가등록문화재 등록도 신청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김광균 시인 굴레(백일모자)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제공)
▲김광균 시인 굴레(백일모자)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제공)

김광균(1914~1993)은 1930년대 한국 모더니즘 시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탁월한 감수성을 회화적 수법으로 표현했다.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외인촌),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추일서정) 등의 시구는 지금도 고등학교 국어 수업시간에 등장한다.

이번 김광균의 굴레는 그의 딸인 김은영(전 서울시무형문화재 매듭장 보유자)의 기증으로 박물관에 올 수 있었다. 김광균의 시는 그의 세련되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상상케 하지만, 그의 굴레는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김광균의 어린 시절과 당시의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굴레는 과거 어린이들이 썼던 모자로, 긴 옷감 가닥을 연결해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4~5세까지 남녀 모두 착용하며, 주로 돌 때 많이 착용해 ‘돌모자’로 부르기도 했다. 아이가 건강하고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보석과 자수, 다양한 옷감으로 장식해 어린이 모자 중 가장 화려하다. 서울과 개성에서 많이 보이는데, 봄부터 가을까지 쓰는 세 가닥 형태는 서울지방에서 많이 착용해서 ‘서울 굴레’, 겨울용인 열 가닥 내외 형태는 개성지방에 많아서 ‘개성 굴레’로 불렸다.

▲김광균 시인 굴레(백일모자)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제공)

김광균의 굴레는 정수리에 다홍색 실타래를 꽃 모양으로 올리고 노란색 보석인 밀화로 장식돼 있다. 얼굴 주변과 뒷부분에는 학․사슴․모란 등의 동식물과 ‘壽富多男(수부다남)’ 글자 등 무병장수와 부귀를 기원하는 문양을 가득 수놓아져 있다. 김광균이 태어날 당시 그의 아버지는 선죽교 부근에서 규모 있는 포목 도매상을 운영했다. 김광균은 육 남매의 장남이었으므로 어머니는 그의 굴레를 정성을 다해 준비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한편, 기증자 김은영은 2019년,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김광균의 <굴레>를 포함한 총 57점의 자료를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했다. 여기에는 어머니이자 김광균 시인의 배우자 김선희(1916~2007)의 결혼예복인 국가등록문화재 <김선희 혼례복>도 있는데, 보존상태가 매우 우수하고 개성원삼의 특징인 홍색 선단 장식이 잘 나타난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