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강대철 조각토굴』 출간, 100m가 넘는 토굴에 담긴 조각가의 사유
[신간] 『강대철 조각토굴』 출간, 100m가 넘는 토굴에 담긴 조각가의 사유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4.1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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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 떠난 강대철 조각가, 6년 여간 조각 토굴 완성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탐색의 도정’ 담아
살림출판사, 신간 출간 이후 강대철 저서 재출간 예정
▲ 『강대철 조각토굴』 (지은이 강대철, 살림 펴냄) 표지 (사진=살림출판사 제공)
▲ 『강대철 조각토굴』 (지은이 강대철, 살림 펴냄) 표지 (사진=살림출판사 제공)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 조각계의 떠오르는 아이콘이었던 강대철 조각가가 홀연히 사라졌다가, 17년이 흘러서 다시 세상에 나타났다. 6년여의 세월을 들여 조각한 100m가 넘는 토굴과 함께 돌아왔다. 홀연히 종적을 감췄던 그는 전남 장흥 사자산 기슭에서 6년 동안 한국 최초의 조각토굴을 완성했다. 토굴을 마주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경악, 바로 그 자체다”라고 말했다.

책 『강대철 조각토굴』 (지은이 강대철, 살림 펴냄)은 대중과 세상에서 잠시간 떠나있던 강대철의 시간을 담고 있다. 책에는 전남 장흥 사자산 기슭 한국 최초의 조각토굴이 탄생하게 된 과정이 강 조각가의 글과 사유로 기록돼 있다. 이와 동시에 출간되는 강대철 시화집 『어느 날 문득』은 70대의 조각가가 수행과도 같은 6년간의 조각토굴 작업 여정에서 터득한 삶의 지혜와 창작 형태 구도 길 속에서 발견한 삶에 대한 시선을 보다 깊이 있게 선보인다.

조각가 강대철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1978년 국전 문공부 장관상과 제1회 중앙미술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10여 회 개인전을 가지면서 한국 조각계의 중심, 가장 촉망받는 작가가 된다. 그런데 2005년 강 조각가는 자신이 이룬 조각가로서의 삶과 세속에서의 업적을 접고 구도의 길을 떠난다. 조각계와 대중의 뜨거운 관심도, 삶에 대한 그의 궁극적인 질문에 답을 줄 수 없었다.

구도의 길에 오른 지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강 조각가는 수행 토굴을 파게 된다. 이 일이 조각 토굴의 시작이었다. 토굴을 파들어 가면서, 강 조각가는 점토층으로 이뤄진 산의 속살을 만나고, 그 순간 그의 조각가의 본능이 되살아났다.

지난 10여 년간, 강 조각가는 전남 장흥에 사는 촌부였다. 그런데, 토굴 안에서 점력이 있는 흙들이 쏟아진 그 순간, 강 조각가의 본능은 발동됐다. 날이 밝기만 하면 강 조각가는 토굴로 달려가, 식사 시간 외엔 온통 작업에만 몰두했다. 해가 지고 굴 입구가 어둑해질 때까지 작업을 했기 때문에, 하루 작업 시간은 10여 시간씩 됐다.

강 조각가가 만든 토굴은 현재까지 총 7개의 굴로 이뤄져있다. 토굴의 주요 소재는 예수와 부처다. 하지만 강 조각가는 “특정 종교의 성상(아이콘 작업)을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불교를 방편으로 ‘대자유인으로서의 나’,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탐색의 도정이었다”라고 말한다.

▲ 『강대철 조각토굴』 (지은이 강대철, 살림 펴냄) 내지, (사진=살림출판사 제공)

그의 사유는 토굴의 입구 중앙 홀에서 좀 더 확실하게 느껴볼 수 있다. 토굴의 입구, 중앙 홀에는 부조로 된 오른손을 펼쳐 보이는 수인(手印) 상반신 예수상이 조각돼 있다. 그 예수 상은 석관 안에 누워 있는 미륵불을 내려다보고 있다. 예수를 미륵상으로 표현한 것으로, 예수나 부처가 아니고, 예수부처다. 기독교와 불교를 하나로 본 강 조각가의 시선을 느껴볼 수 있다.

책 『강대철 조각토굴』은 ▲들어가는 말: 토굴 속에서 만난 부처, 토굴 파기는 운명이었다, 근원(根源)의 자리를 찾아, 종교의 틀을 넘어서 ▲첫 번째 굴: 생각, 감정, 오감이 만드는 에고 ▲두 번째 굴: 지금 여기 현존이 실상이다 ▲세 번째 굴: 오온(五蘊)을 징검다리 삼아 ▲네 번째 굴: 무상(無常)을 넘어서 ▲다섯 번째 굴: 나의 실체, 그 안에서 불성(佛性) 찾기 ▲여섯 번째 굴: 육바라밀과 더불어 지혜의 문으로 ▲일곱 번째 굴: 연기(緣起)의 작용, 그리고 화엄의 세계 총 8개 챕터로 구성됐다. 더불어, 책 말미에는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최태만 미술평론가의 해설 글이 담겨 독자가 강 조각가의 토굴을 이해할 수 있는 창을 열어 보인다.

▲ 『강대철 조각토굴』 (지은이 강대철, 살림 펴냄) 내지, (사진=살림출판사 제공)

인간이 굴을 파는 행위는 뭔가 어쩔 수 없는 ‘간절함’ 때문이다. 굴을 파는 행위는 그 자체는 기도라고 볼 수 있다. 전남 장흥 사자산 기슭 토굴은 언어로는 발화될 수 없었던, 강 조각가만의 사유가 집약돼 있다. 책 『강대철 조각토굴』은 삶의 궁극적인 질문을 찾았던 한 인간의 시간을 담아, 독자들에게도 그 사유를 공유한다.

『강대철 조각토굴』을 펴낸 살림출판사는 이번 신간 및 강대철 시화집 『어느 날 문득』을 출간하면서 에세이집 『외로운 사람들』(가제, 근간), 『세상의 그리운 것들』(1997년, 재출간)과 장편소설 『끌』(1981년, 재출간) 과 『그대 몸짓 속의 그대』(1994년, 재출간)를 차례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