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프 현대목판화전 《Affinités-결의 만남》, 40년 만에 다시 이어진 만남
한‧프 현대목판화전 《Affinités-결의 만남》, 40년 만에 다시 이어진 만남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4.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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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5일까지, 김포아트빌리지
한국 작가 17명, 프랑스 작가 14명 참여
프랑스, 룩셈부르크 전시 예정, 유럽에 한국판화 알려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인의 얼과 의지가 담긴 목판화가 한국과 프랑스 교류의 문을 열었다. 김포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프랑스 현대 목판화 전시다. 김포문화재단과 주프랑스한국문화원 공동 주최로 준비된 한국‧프랑스 현대 목판화 전시 《Affinités(아피테스/공감, 관계)-결의 만남》이 오는 6월 5일까지 김포아트빌리지에서 개최된다.

▲《Affinités-결의 만남》 전시 전경 (사진=김포문화재단 제공)

이번 전시는 1981년 그로리치화랑에서 열렸던 《프랑스영국판화전》 이후 희미해졌던, 한국과 프랑스의 목판화 교류전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홍선웅 판화가는 “프랑스와의 교류역사를 찾아보면 1961년 김봉태 작가의 파리비엔날레 출품 이후로 70년대에 한번, 80년대에 한 번 정도 전시 교류가 있었다”라며 “그런데, 그 이후 특별히 교류가 없었고, 일본과 중국으로 프랑스의 시선이 옮겨갔던 것 같다”고 프랑스와의 끊긴 교류 역사를 언급했다.

홍 판화가는 81년 전시 이후 국내 판화가 17명과 프랑스 작가 14명이 참여한 이런 대규모의 전시는 처음이라며 전시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베르사유미술대학 판화학과 김명남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김 교수는 지난 2018년 울산판화비엔날레에서 한국 판화 작품을 파리한국문화원에서 전시하고 싶다는 제안을 전했다.

▲전시 《Affinités-결의 만남》을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김포문화재단 제공)

이후 4년의 기간 동안 전시를 성사시키기 위한 여러 사람들의 힘이 모였다. 김포시와 김포문화재단이 함께 협업할 수 있게 된 것도 좋은 성과였다. 전시 총감독을 맡게 된 김 교수는 한 달 동안 한국에 머물며 전시 디스플레이에 심혈을 기울였다. 본격적인 설치가 진행된 3일 동안은 작품에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며, 고도의 집중력으로 전시를 완성시켰다.

한 사람의 제안으로 시작된 전시는 지자체 단위의 예산으로도, 높은 수준의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김포시와 베르사유시의 문화교류로도 이어질 수 있었고, 전시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진행된다.

4월13일~6월30일까지는 주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 5월12일~28일에는 베르사유미술대학에서 《Affinités-결의 만남》전시가 개최된다. 또한, 5월에 예정된 ‘프랑스 판화의 달’행사에서도 주프랑스한국문화원 단위에서 한국 목판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HONG Seon Wung, Siam-ri Guard Post,woodcut,134x76cm,2018
▲HONG Seon Wung, Siam-ri Guard Post,woodcut,134x76cm,2018  (사진=김포문화재단 제공)

이번 기회를 통해 프랑스에는 한국 목판화가 다시 한 번 알려지게 됐다. 벌써부터 한국 목판화를 향한 유럽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홍 판화가는 “5월 21일부터 6월 29일까지 강행복·김상구·홍선웅·김억·안정민·김명남·미카엘포르 작가의 파리 Schumm-Braunstein갤러리 전시가 예정돼 있고, 5월26일부터 29일에는 홍선웅·이경희·이언정·정승원 작가가 참여하는 파리 거리 판화소품전, 5월5일부터 6월2일에는 한국·룩셈부르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한 ArtskoCo갤러리 전시가 준비 중에 있다”라며 유럽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관심들을 언급했다.

▲Lee Unjung,City Gimpo - night,woodcut monotype,50x70cm,2022
▲Lee Unjung,City Gimpo - night,woodcut monotype,50x70cm,2022

전시는 인간‧자연‧도시를 주제로 김포의 특성을 담고 있는 판화작품들을 선보인다. 인간, 자연, 도시 별로 구분돼 전시된 작품들의 면면을 감상하며, 그 연결성을 찾아보는 것도 전시에 재미를 더한다. 또한, ‘김포아트빌리지’라는 공간 덕분에 판화가들이 갤러리 전시에서는 쉽게 준비할 수 없었던 설치 작품도 선보인다.

전시에 참여한 민경아 작가는 “갤러리 전시에선 공간상의 이유로 평면 작업만 선보였는데, 이번에 설치 작업도 선보일 수 있게 돼 너무 즐겁다”라며 참여 소감을 전했다. 이러한 공간의 기획은 김 교수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기획 방향과도 닿아있다. 김 교수는 “판화가 액자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으로 나와야 한다”라며 “설치로도 나오고 조각으로도 나와서 하나의 미디움으로 인식돼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Affinités-결의 만남》 전시 전경 (사진=김포문화재단 제공)

이번 전시는 북한과 국경선을 가깝게 맞대고 있는 ‘김포’라는 공간을 주제로 삼은 만큼 한국과 분단의 문제, 평화에 대한 염원들이 곳곳에 서려있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홍 판화가가 이번에 출품한 작품은 2018년도에 제작한 <4‧3 진혼가>와 <시암리 초소> 등이다.

프랑스에서도 작품을 선보이기 된 홍 판화가는 “<시암리 초소>는 김포에서 북한과 접경지역에 있는 초소로 이곳을 조사해서 작업한 작품”이라며 “판화로 표현한 리얼리즘 적인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모습으로 한국의 역사를 전하고, 시대가 가지고 있는 비극을 담고자 했다”라며 프랑스와의 교류전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동서고금의 이미지를 재구성해 새로운 이야기를 담는 판화작업을 선보이는 민 작가는 해외 활동도 많이 해오고 있는 판화가다. 민 판화가는 “아무래도 유럽권에선 한국을 목판화의 종주국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다”라며 “관람객들이 내 작품을 통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한국의 시대성을 느껴보길 바란다”라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민 판화가의 작품에는 김홍도, 신윤복에서 나온 인물과 함께 ‘범 내려온다’로 인기몰이를 한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모습도 등장한다. 한국의 문화가 어디서 시작돼 어떻게 흐르고 있으며, 우리가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를 차분히 찾아갈 수 있는 작품들이다.

▲김상구, No931, 86x140cm, woodcut, 2007 (사진=김포문화재단 제공)
▲김상구, No931, 86x140cm, woodcut, 2007 (사진=김포문화재단 제공)

판화는 목판에 그림을 새기는 과정과 복수로 작품을 찍어낸다는 개념에서 제작자의 보다 뜨거운 열정이 들어간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40년 만에 다시 이어진 한국과 프랑스의 만남이 한국 목판화에 담긴 우리의 얼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전시 기간 중에는 작품을 보다 깊이 있게 관람할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 등의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전시 관련 자세한 사항은 김포문화재단 누리집과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서 다양한 전시 관련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전시 관람은 무료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매월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수요일’에는 야간개장으로 저녁 9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Affinités-결의 만남》 전시 전경 (사진=김포문화재단 제공)

 


<전시 참여 작가>

강행복, 김희진, 민경아, 박영근, 배남경, 송숙남, 이주연, 정승원, 정혜진, 김상구, 손기환, 이경희 안정민, 임영재, 김억, 홍선웅, 이언정, ANNE PAULUS, ALAIN CAZALIS, HERMAN STEINS, JEAN LODGE, JANA LOTTENBURGER, MARY FAURE, KIM MYOUNG NAM & MICKAEL FAURE, CATHERINE GILLET, DOMINIQUE ALIADIERE, KIM HUI KYOUNG, MARIA CHILLON, WANG SUO YUAN, JULIAN LEMOU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