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PVC, 피리로 탄생하다”…국립국악원 국악기 개량 60주년 회고전
[현장리뷰]“PVC, 피리로 탄생하다”…국립국악원 국악기 개량 60주년 회고전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4.1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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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기 개량 60년 회고전, ‘변화와 확장의 꿈’, 19일 개막
5가지 주제로 국악기 개량 사업 안내…개량 악기 40여점 전시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국악관현악단 공연에서 국악기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악기가 있다. (객석 기준)악단 오른쪽에 위치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이다. 국악기 중 탄탄한 중저음을 낼 수 있는 현악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양악기로 보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립국악원 국악기 개량 60년 회고전 ‘변화와 확장의 꿈’, 김영운 국립국악원장 인사말 모습
▲국립국악원 국악기 개량 60년 회고전 ‘변화와 확장의 꿈’, 김영운 국립국악원장 인사말 모습

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은 1964년부터 새롭고 다양한 음악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국악기 본래의 정서와 특징에 맞춰 가장 적합한 형태로 국악기를 개량해 왔다. 앞서 언급한, 관현악단 연주에서 중저음을 담당할 국악 현악기를 개량ㆍ개발하는 것 역시 국악기 개량 사업의 일부이다. 

국립국악원은 그간의 사업 성과를 되돌아보는 기획전시 ‘변화와 확장의 꿈’을 이달 19일부터 내달 15일까지 국악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악기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은 살리기 위한 개량 악기 40여 점을, ‘악기 개량의 길을 따라서’ ‘국악기, 음역을 넓히다’ ‘국악기, 음량을 조절하다’ ‘국악기의 구조와 재료를 탐구하다’ ‘국악기, 교실안으로 들어가다’ 등 총 5가지 주제로 구분해 소개한다.

▲국립국악원 국악기 개량 60년 회고전 ‘변화와 확장의 꿈’, 기획전시실 전경
▲국립국악원 국악기 개량 60년 회고전 ‘변화와 확장의 꿈’, 기획전시실 전경

1960년대 국악관현악단이 창단되면서 전통 국악기에서 취약했던 저음역대 표현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을 수용하기 위한 폭넓은 음역대의 악기가 개발됐다. 현악기로는 12현이었던 전통 가야금을 개량한 25현 가야금, 7현이었던 전통 아쟁을 개량한 9현 아쟁을, 관악기로는 저음역을 확대한 대피리와 중음·저음 태평소, 저음 나발 등을 선보인다. 타악기에서도 대취타 등에서 연주하는 운라를 개량한 17개·24개(전통은 10개 운라편) 운라와 3가지 음정을 내는 징을 소개한다.

현대에 접어들며 전통 국악기가 한옥이나 야외 공간 등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 다양한 공간에서 연주됨에 따라, 음량을 개량한 국악기도 한 데 엮어 소개한다. 울림통을 키우고 공명혈(共鳴血·울림통 내부의 소리를 밖으로 내보내는 구멍)의 위치와 개수를 늘린 개량 가야금과 개량 아쟁, 개량 거문고, 개량 해금을 전시한다. 객석 방향으로 현악기의 음량을 확성시키는 반사판을 덧댄 현악기 받침대도 볼 수 있다. 실내에서도 연주할 수 있도록 음량을 감소시킨 실내악용 태평소와 음량 저감 장구, 꽹과리채도 함께 전시한다. 

▲국립국악원 국악기 개량 60년 회고전 ‘변화와 확장의 꿈’, 재료별 당피리
▲국립국악원 국악기 개량 60년 회고전 ‘변화와 확장의 꿈’, 재료별 당피리

이밖에 구하기 어려운 자연 재료로 된 국악기의 보급을 목적으로 구조와 재료를 개량한 국악기들도 만날 수 있다. 천연 대나무 재료로만 제작했던 단소, 소금, 대금, 피리 등의 관악기는 각각 PVC(폴리염화비닐)와 철재, 일반 목재 등을 활용한 악기로 만날 수 있고, 구하기 어려운 소라 껍질 대신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로 제작한 나각도 전시한다. 

▲국립국악원 국악기 개량 60년 회고전 ‘변화와 확장의 꿈’, 박정경 학예연구관 전시설명 모습
▲국립국악원 국악기 개량 60년 회고전 ‘변화와 확장의 꿈’, 박정경 학예연구관 전시설명 모습

어려서부터 국악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국립국악원이 2018년부터 개발한 10종의 교실국악기도 눈길을 끈다. 실로폰, 트라이앵글, 탬버린 등 서양의 오르프 악기를 대신해 전통 국악기를 학교 수업 중에 직접 접하고 실사용 할 수 있도록 박, 어 등 타악기를 미니어처로 개발했다. 

박정경 학예연구관은 개량된 국악기의 활용 방안에 대해 “연주자들 사이에서 완전히 정착한 25현 가야금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 학예연구관은 “얼마 전 ‘개량 대피리’ 연주를 유튜브를 통해 선보였는데, 이를 본 피리 연주자들이 관심을 가져주셨고 악기에 대한 문의도 많았다”라며 “연주자들의 악기 접근성이 높아지면, 악기로 연주할 악보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 음악을 통해 악기가 더욱 널리 보급되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김영운 원장은 “악기 개량은 연주자의 음악적 필요에 의해 ㅈ안과 개선점이 나오고, 이를 기술적으로 제작자가 뒷받침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이번 전시회도 젊은 국악인들에게 악기 개량 의지가 강한 지금 시점에 과거의 개량이 어떤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는지 공감하고 연주자와 제작자들이 보다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국악원이 방향을 모색하는 차원”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