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 ‘세계 3대’ 차이콥스키 콩쿠르 회원 자격 박탈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 ‘세계 3대’ 차이콥스키 콩쿠르 회원 자격 박탈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4.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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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대회 개최 가능하나 국제적 위상 추락 불가피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국제 음악 콩쿠르’, 폴란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리는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가 퇴출 위기에 놓였다.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WFIMC)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회원 자격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2019 Second day of the 3rd round of the auditions for the Cello category (제공=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2019 Second day of the 3rd round of the auditions for the Cello category (제공=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전 세계 116개 국제 콩쿠르를 관리 감독하는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은 지난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임시 총회를 열고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회원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연맹은 이번 표결에서 회원의 압도적 다수인 90%가 찬성했다고 전했다. 회원 제외 효력은 이날부터 즉시 발생한다.

WFIMC의 피터 폴 카인라드 의장과 플로리안 리엠 사무총장은 공동 이름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러시아의 야만적인 전쟁과 잔혹한 인명 피해 앞에서, 러시아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홍보 도구로 사용되는 콩쿠르를 더는 회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라며 차이콥스키 콩쿠르 퇴출 배경을 설명했다. 

연맹은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항상 젊은 예술가, 특히 지금은 우크라이나 예술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모든 러시아인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나, 국적에 따라 개별 예술가를 차별 및 배제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이전 성명을 재차 확인한다”라며 “전쟁 중에는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카인라드 의장은 “차이콥스키 콩쿠르 측도 총회에 참석을 해서 입장을 밝혔지만 푸틴 대통령의 논리와 다르지 않았다”라며 “우리는 그들을 더는 연맹 회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총회에 참석한 차이콥스키 콩쿠르 측은 “전 세계적인 음악 공동체가 정치적인 이유로 분열됨으로써, 러시아의 뛰어난 음악가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부당하다”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1958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시작된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남녀 성악 부분을 동시에 열어왔는데, 2019년부터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도 추가됐다.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내년(2023) 개최를 앞두고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번 WFIMC의 퇴출 결정에도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내년 대회 개최는 가능하나, 64년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 최정상급 대회가 러시아 국내 행사로 위상이 추락하는 수모는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지금까지 반 클라이번(958년 피아노 1위),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존 오그던(1962년 피아노 공동 1위), 기돈 크레머 (1970년 바이올린 1위), 다비드 게링가스 (1970년 첼로 1위), 다닐 트리포노프 (2011년 피아노 1위),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2015년 피아노 1위)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이 콩쿠르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한국 수상자로는 정명훈(1974년 피아노 2위), 박종민(2011년 남자 성악 1위), 서선영(2011년 여자 성악 1위), 손열음 (2011년 피아노 2위), 조성진 (2011년 피아노 3위) 등이 있다.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우승자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는 지난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 데 이어 20일 대구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