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국악이 사라진다”…국악계, 새 교육과정 규탄 성명서 발표
“학교에서 국악이 사라진다”…국악계, 새 교육과정 규탄 성명서 발표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4.21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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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기준·체계표 삭제…"국악 축소 우려"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 연구진, 대부분 서양음악 전공자
음악 교육과정 개정 중지 및 재검토 요구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국악교육 및 국악계 인사들이 정부의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국악이 소외됐다며 반발에 나섰다.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졸속 개발 규탄 성명서 발표 현장 (제공=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는 21일 인사동에서, 139개 국악·교육·연주계 단체와 함께 “졸속적으로 추진되는 음악과 교육과정 개정 작업을 즉각 중단하고 내용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교육부에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성명에는 한국국악학회, 한국국악협회, 한국국악교육연구학회, 한국공연문화학회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의 문제점과 연구책임자의 편향적 시각과 파행적 운영을 알리고 이러한 문제를 초래한 교육부의 부실한 운영 및 관리 행태를 고발했다. 

정부는 올해 말 확정·고시하는 일정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개발 중이며, 교과별 시안 개발 연구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음악과 시안 개발 연구 추진과정 및 초·중등 음악과 내용체계 개선안’(이하 개선안)에 따르면 2015년 개정에 담긴 ‘음악 요소 및 개념 체계표’는 성취기준 해설로 통합ㆍ재배치된다. 기존 체계표에는 총 6개 성취 기준으로 제시해 국악 교육의 근거를 문서상으로 드러냈지만, 현재 개정 중인 교육과정 시안에는 명시적인 성취 기준 없이 ‘성취 기준 해설’에 끼워넣기 식으로 국악 관련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이 단체의 지적이다.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졸속 개발 규탄 성명서 발표 현장 (제공=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졸속 개발 규탄 성명서 발표 현장 (제공=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협의회는 “이번 시안 개발 연구에는 교사들이 어떤 국악 요소와 개념을 가르쳐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음악 요소 및 개념 체계표’도 삭제됐다”며 “학교 국악 교육이 전면 축소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2022 개선안은 “내용의 삭제가 아니라 교육학적 설계 원리 및 새로운 문서 양식으로 통합·재배치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음악 과목의 내용 조직 원리’로도 “국악 대 음악의 관점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음악 영역별 균형 있는 내용 조직”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악계는 교과서와 수업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교육과정의 개념 체계표와 성취기준에서 국악이 사라지면 학교 현장에서도 국악 교육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국악교육연구학회장 정은경 부산교대 교수는 “BTS가 대취타를 편곡해 부르거나 뮤직비디오에 탈춤을 넣었고 드라마 ‘파친코’에 판소리가 나오고 있다”라며 “세계인들이 우리 문화를 알아 가는 때에 우리는 왜 과거로 돌아가고 있느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협의회는 음악과 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졸속적이고 불투명하게 추진되고 있다”라며 이를 중단하고 내용을 재검토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어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이 대부분 서양음악 전공자이며 국악 전공은 소수에 불과했다”라며 “문제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교육부가 기초연구와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의 기획·운영을 부실하게 한 데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악교육 및 국악학계가 지난해 11월부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교육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며 “교육부는 관리 소홀에 책임을 지고 관련자를 문책하고 연구 책임자를 물러나게 하라”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