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별전 《우리 모두 어린이》 개최
[현장리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별전 《우리 모두 어린이》 개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4.2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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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7.17, 3층 기획전시실서
어린이날 100회 기념 특별전시
어린이 관람객 고려한 전시 구성 돋보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날을 선포한 지 올해로 100주년이 됐다. 이를 기념해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남희숙)은 근현대사 속, 세계 곳곳에 있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 모두 어린이》 특별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오는 22일부터 7월 17일까지 3층 기획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을 만난다. 전시 개막에 앞서 21일 언론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와 전시투어가 진행됐다.

▲이집트에서 뛰고 있는 유고슬라비아 난민 어린이 (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이집트에서 뛰고 있는 유고슬라비아 난민 어린이 (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전시 제목 《우리 모두 어린이》는 전 세계의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전시 내용도 담고 있지만, 지금 어린이들과 한 때 어린이였던 어른들까지 아우르며 사실은 ‘우리 모두’가 어린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어린이’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이기에 귀엽고 아기자기 할 것 같은 전시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특별전 《우리 모두 어린이》가 전하고 있는 이야기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다. 남희숙 관장은 “어린이날이 제정된 지 100년이 지난 지금, 사회와 가정에서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하며 한 사람의 민주시민으로 어린이들이 살아가고 있는지 질문하게 됐다”라며 “사실 100년의 시간동안 전 세계에서 어린이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사례가 많았고, 그 사례들을 모아서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의 사례를 모아 기획된 전시이기에, 유물을 선보이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때문에, 한 가지 장면만으로도 현실과 감정을 모두 느껴볼 수 있는 사진이 이번 전시의 주 전시품이 됐다.

▲언론간담회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남희숙 관장
▲언론간담회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남희숙 관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전시품으로는 미국의회도서관의 아동노동 관련 자료인 루이스 하인(Lewis Hine) 콜렉션, 한국 국적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로이터통신 김경훈 기자의 사진이 있다. 또한,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호주국가기록원의 아동 이주 관련 사진과 기록들도 공개된다.

특히, 유니세프에서는 이번 전시를 위해서 아동 인권 관련 자료와 사진을 제공해줬다. 소년병으로 전쟁을 경험한 세계 곳곳의 어린이들이 PTSD를 극복하기 위해 그렸던 그림들도 영상으로 공개돼 먹먹한 감정과 희망을 전한다.

전시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 ] 끌려간 어린이’ ▲2부 ‘[ ] 바꾼 어린이’ ▲3부 ‘[ ] 행복한 어린이’로 구성된다. 각 주제마다 [ ](괄호)가 삽입된 이유는, 그 괄호 안을 관람객들이 직접 자신만의 언어로 채워보며 능동적으로 전시를 관람하는 방식을 제안하기 위함이다.

이번 전시는 ‘어린이’가 주제인 만큼, 어린이 관람객들을 위한 전시 공간 조성이 특별한 지점이다. 전시품들을 일반적인 높이에서 조금 낮춰 달아서 어린이의 시선으로 전시를 즐길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무거운 주제이지만 어린이들이 편안하게 전시 주제를 고민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하기위해 일러스트와 귀여운 폰트를 사용해서 안온한 공간을 만드는 데에도 노력을 쏟았다.

▲책을 나눠 보고 있는 파키스탄 소녀들, 유니세프
▲책을 나눠 보고 있는 파키스탄 소녀들, 유니세프  (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전시의 전체적인 기획에도 ‘어린이’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그 시도들을 확연하게 느껴볼 수 있다. 프롤로그는 ‘하루’라는 제목을 가지고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생활계획표를 띠운 영상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관람객들은 전시 시작 전에 이 생활계획표 속 어린이의 일상을 살펴보고, 어린이의 하루를 함께 탐험하는 방식으로 전시에 진입하게 된다. 에필로그는 그림일기를 그려볼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조성됐다. 전시를 통해 어린이의 일상을 함께 경험하고, 그 경험이 우리 자신의 일상으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기획이다.

이번 전시는 조금 무거운 주제이긴 하지만, 우리가 지나온 근현대사 속에서 어린이가 어떤 위치를 갖고 있었는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었는지 진지하게 고찰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그리고 그 고찰의 방법을 학술적인 이야기로 전하기보다, 전시 공간과 즉각적인 감정을 느껴볼 수 있는 사진으로 제안해 더욱 다채롭게 이야기를 이해해볼 수 있다.

▲전시를 설명하고 있는 함영훈 학예연구사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전시를 설명하고 있는 함영훈 학예연구사 (사진=서울문화투데이)

1부 ‘[ ] 끌려간 어린이’에선 아동노동, 소년병, 학대, 조혼 등의 문제들을 언급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함영훈 학예연구사는 “아동노동 문제를 다룬 루이스 하인 콜렉션을 전시하면서, 공장에 끌려와 의지를 잃은 채 서있는 아동들의 눈동자에 관심을 갖고 전시를 기획했다”라고 설명했다.

120cm의 작은 키를 가진 채 자신의 몸보다 큰 기계 옆에 서있는 어린이의 눈에는 아무 것도 맺혀있지 않고, 오로지 막막함만을 담고 있다. 이외에도 13살에 11개월의 자식이 생긴 여자 아이의 사진, 전쟁터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 총을 쥐고 있는 어린이의 사진은 100년 간 벌어진 참혹한 역사의 면면을 들춘다.

▲ 흑백분리교육에 저항한 루비 브릿지스의 첫 등교 사진 (사진=서울문화투데이)

2부‘[ ] 바꾼 어린이’는 변화를 주도한 어린이 존재들을 담고 있다. 1960년 백인 학교로 등교하며 흑백분리교육에 저항한 루비 브릿지스의 이야기를 사진과 공간 조성으로 전달한다. ‘완벽한 백인만 다니는 학교를 원한다’라는 피켓을 든 일러스트를 양 옆으로 두고 있는 공간에 놓인 루비 브릿지스의 첫 등교 사진은 세상의 날 선 시선을 받으면서도 당당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던 작고 용감한 어린이이자 한 사람을 마주할 수 있게 한다.

2부 공간에는 많은 슬픔과 먹먹함이 함께 공존하는데,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 인식을 획기적으로 변화 시킨 정인이의 사진과 추모공간이 2부 전시에 포함돼 있다. 또한, 2015년 터키 해변에서 죽은 채로 발견돼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알란 쿠르디의 사진도 전시된다. 이 사진이 전시된 공간은 바닥에 해변 영상을 실제로 구현해, 마치 알란 쿠르디를 처음 발견했던 그 순간으로 관람객을 이끌어 간다.

▲정인이 추모공간을 기록한 사진
▲정인이 추모 공간을 기록한 사진 (사진=서울문화투데이)

3부 ‘[ ] 행복한 어린이’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웃는 어린이들과 다시 일어서서 걸어 나가는 어린이 존재가 가진 힘을 얘기한다. 전시장에서 꽤 넓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3부 전시 공간에선 학교와 놀이터, 가족의 품 안을 연상할 수 있는 전시품과 사진이 공개된다. 잠든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는 김녕만 작가의 <엄마 손>이라는 작품은 살면서 한 번은 경험해봤을, 어린이들이 가장 안온하게 있을 하나의 공간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전시는 기존에 어린이 관련 전시가 지향하고 있는 통념에서 벗어나며, 역사 속에서 어린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직시하는 전시다. 그 과정은 조금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분명히 필요한 전환이었다고 느낀다.

▲김녕만, 엄마손 (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김녕만, 엄마손 (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남 관장은 “이번 전시가 어린이에 대한 존재를 다시 숙고할 수 있게 하고, 어린이 관람객들이 이 전시를 통해 아직 세계에는 도움을 받아야하는 존재들이 있고, 나 자신도 훗날 또 다른 어린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느끼길 바란다”라고 전시 기획의 뜻을 전했다.

우리는 모두 한 때 어린이였고, 어린이다. 인간의 삶 속에서 가장 먼저 겪게 되는 ‘어린이’라는 주체성에 대해 다채롭게 고찰해볼 수 있는 전시다. 이번 전시가 민주시민으로서의 어린이의 입지를 다시 한 번 세울 수 있는 기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