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 《청금루 주인 성찬경》展 개최
SeMA, 《청금루 주인 성찬경》展 개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4.25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5월 29일까지,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시인‧조형‧행위 예술을 아우른 성찬경 예술 세계 담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시인이자 조형‧행위 예술가 성찬경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오는 5월 29일(일)까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성찬경 개인전 《청금루 주인 성찬경》을 개최한다.

▲성찬경, 연애편지의 무게를 다는 저물,1963,쇳조각 저울추 철사,11x6x14cm (사진=SeMA 제공)
▲성찬경, 연애편지의 무게를 다는 저물,1963,쇳조각 저울추 철사,11x6x14cm (사진=SeMA 제공)

이번 성찬경 개인전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올해 전시 의제인 ‘시(詩)’와 연관된다. 미술관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지금, 감정 회복의 염원으로 전시의제 ‘시(詩)’를 설정했다.

성찬경은 1956년 문예지 『문학예술』로 등단한 이래 ‘물권시’, ‘밀핵시’ 등 평생 고유의 시론 확장을 추구해 온 시인이자 시 낭독에 연극적 요소를 더해 ‘말예술’ 공연을 펼친 행위 예술가다. 시인으로서 자신의 문학적 배경을 개념적, 서사적 기틀로 퍼포먼스 조형예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펼쳤다.

▲성찬경,파편 순수 물질 너는 너다,2003,양주병 유리조각 x15x7.5x26.5cm
▲성찬경,파편 순수 물질 너는 너다,2003,양주병 유리조각 x15x7.5x26.5cm (사진=SeMA 제공)

성찬경은 다 쓰고 버려진 사물에서 숨겨진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태도로 자신의 작품과 예술 세계를 펼쳐왔다. 그의 그런 창작 태도는 하이데거가 이야기했던 정신적 궁핍의 시대를 벗어날 수 있는 ‘시적 태도’와도 닮아있다.

이번 전시는 문학과 조형·행위예술을 연결한 융·복합 예술가로서 작가의 선구적인 활동을 조명하고 1960~70년대부터 생태환경과 개발 지향적 사회문제를 제기했던 선지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전시는 ‘청금루’, ‘유쾌하게 빌었다’ 등 5개 부분으로 구성되며, 시인, 행위예술가, 조형예술가로서 작가의 다양한 정체성을 언급한다.

▲남서울미술관,청금루 주인 성찬경 전시 전경 ⓒ남기용
▲남서울미술관,청금루 주인 성찬경 전시 전경 ⓒ남기용  (사진=SeMA 제공)

<청금루: 작가의 서재>는 시인의 총체적 정신세계이자 육화된 공간을 구현한다. 책상을 중심으로 작가가 생전에 매일 기도를 드리던 제단과 슈베르트 음악을 틀던 전축이 함께 자리한다. 또한 생태시, 물건시, 밀핵시 등 그의 주요 시론을 살필 수 있는 관련 자료와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야오씨와의 대화: 말+예술>은 작가가 ‘소리 내서 하는 말’로 청중에게 즐거움과 미적 체험, 깊은 감명을 주려했던 8회에 걸친 말예술 퍼포먼스 관련 영상, 사진 등 아카이브, 조형물로 구성된다.

<유쾌하게 빌었다: 물질과 물권>은 작가가 자신의 집을 버려진 사물을 위한 전시장으로 꾸미고 ‘물질고아원’이라고 명명하는 등 물질에도 권리가 있다는 ‘물권’을 실천한 활동을 보여준다. <오오로라>에서는 세상에 내재한 운율인 우주율을 통해 작가가 인지하고 구현한 조형물 드로잉 등 주변을 향한 다양한 시선을 볼 수 있다. <답을 가르쳐 주시는 스승: 성찬경의 頌>은 성찬경이 사랑한 추사 김정희부터 슈베르트, 폴 세잔, 헨리 무어 등 다양한 분야의 스승을 위해 시를 쓰고 오브제를 제작한 작업을 살펴볼 수 있다.

성찬경, 학 한 쌍, 2000년대 초반, 빵끈 철사 쇳조각, 14×5×20cm
▲성찬경, 학 한 쌍, 2000년대 초반, 빵끈 철사 쇳조각, 14×5×20cm (사진=SeMA 제공)

성찬경 개인전의 전시 제목인 청금루(淸襟樓)는 작가의 서재이자 창작 공간으로 학문과 문학에 뜻이 있는 젊은이가 모이는 곳을 의미한다. 청금루는 작가의 서재에 항상 걸어 두었던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현판글씨로 조선 후기 문신 이익회(1767~1843)의 서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업실이자, 그의 예술세계의 총체였던 ‘청금루’를 전시장으로 이끌어 온다. 그의 독특한 예술적 시각이 지금 시대에 위로와 회복을 전해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