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국립정동극장, 세실극장 구원투수로 등장…“7월부터 운영 착수”
[현장리뷰]국립정동극장, 세실극장 구원투수로 등장…“7월부터 운영 착수”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4.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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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 위한 ‘창작핵심기지’, 다양한 장르의 실험 무대를 위한 발판 마련
단계별 창작 지원을 통해 공공극장의 역할 모색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재정난으로 개ㆍ폐관을 반복하며 위태롭게 버텨온 세실극장이 국립정동극장과 함께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선다. 

▲세실극장 외관
▲세실극장 외관 ⓒ국립정동극장

국립정동극장(대표이사 김희철)은 2022년 4월 26일 ‘국립정동극장_세실’의 운영 계획과 함께 공연 라인업을 발표했다. 국립정동극장은 창작핵심기지로써 정동과 세실을 잇는 이번 추진으로 건강한 공연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정동 일대의 문화 인프라를 확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26일 오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국립정동극장 김희철 대표는 “정동극장에 온 2019년 이후 3년간 정동극장은 꽤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전통상설공연 위주로 운영됐던 극장은 다양한 장르롤 통해 국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모습을 변화시켜갔다. 또한 재건축을 확정짓고 이를 위한 프로세스를 밟고 있다”라며 “국립기관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 끝에 창작 활성화는 물론 공연 생태계에 직접적 기여를 하는 방향으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오는 8월 재건축 예정인 국립정동극장은 창작작품의 무대화 검증과정 등 2차 제작극장을 향한 정비에 나선다. 극장 운영 및 제작역량을 강화하고 우수레퍼토리를 제공하는 제작극장 본연의 기능을 계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대극장 662석, 소극장 313석의 새로운 공연장을 확보해 인프라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립정동극장은 증축공사 기간에는 2년 간 장기 임대한 ‘이화여고100주년기념관’을 모기지(母基址)로 활용한다. 여기에 200석 규모의 세실극장 운영을 함께 더해 세실극장에서 작품의 성장기반을 마련하고 국립정동극장에서 우수콘텐츠를 개발해 올리는 2차 제작극장으로 운영되며 창작 플랫폼의 일원화를 꿈꾼다. 세실극장 계약 기간은 5년이며, 운영에 대한 실효성을 확인한 후 지속성 있는 운영체계가 마련될 예정이다. 

다만, 장기간 닫혀있던 세실극장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해선 시설 개보수 작업이 필수적이다. 앞서 세실극장이 거듭 폐관 위기에 몰렸던 이유도 노후화된 시설물로 인한 사고와 개보수 작업에 필요한 예산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다.

▲국립정동극장 세실 개관 기자간담회 (왼쪽부터)공연기획팀장 이수현, 대표이사 김희철 ⓒ국립정동극장

김 대표는 “성공회와 정동극장의 예산이 공동 투입돼, 오는 5월부터 시설 개보수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가장 큰 예산이 들어가는 것은 무대 시설 부분이다. 특히 천장 쪽에 있는 조명 라인은 노후가 심해 반드시 재정비가 필요하다”라며 “이후 목표로 하는 창작 핵심기지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갈 것이다. 세실극장의 역할과 방향성 등을 설명하고 문체부 등 기관과 협의를 통해 적극적인 예산 확보에 나선다면,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극장으로 자리매김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확신했다.

국립정동극장_세실은 유의미한 작품들이 지속적 생명력을 갖고 자생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 전략적 지원이 필요한 창작 개발에 힘을 실어 창작자와 작품을 발굴하겠다는 목표이다. 젊은 예술가들의 잠재력 있는 작품, 1차 개발 후 관객들을 만나지 못했던 작품 등이 그 대상이다. 창작 개발을 향한 2차 제작극장의 표방은 소극장 역사를 지키는 국립정동극장만의 방식인 동시에 근현대 문화기관의 집합지인 ‘정동’의 문화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는 포부가 드러난다. 

김희철 대표는 “아이디어를 무대화하는 무대 초기 단계의 지원사업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대부분 초기 창작, 쇼케이스 정도로 지원하고 있다. 지원사업 특성상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있어 이를 극복하고자 작품을 실제 사업화 시키고 상용화 시키는 과정을 국립정동극장이 지원한다”라며 “연극, 뮤지컬, 전통, 무용 등의 분야에서 핵심기지가 되고자 한다. 아티스트들이 자유롭게 창작과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적극적 지원을 하고자 한다. 국립정동극장이 2차 제작극장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세실극장이 중간 단계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운영 방안을 밝혔다.

이를 위해 국립정동극장 세실은 사업 및 작품 선정에 있어 다각적인 방식을 도입한다. 전문위원의 추천을 통해 선정되는 ‘초이스 온(Choice On)’과 상시 지원 ‘스테이지 온(Stage On)’이 그것이다. 공연예술 전문가들의 작품 선정 이외에도 열린 공모를 통해 다 장르 창작작품의 산실을 이끌겠다는 취지이다. 또한 유관단체 및 기관 페스티벌과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공동 협업이 있다. 올해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의 공동 협력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극장은 창작자가 자신만의 개성을 실험하고 소개하는 도전의 장을 조성한다. 동시대성을 갖춘 창작작품이라면 장르는 무관하다. 국립정동극장 세실은 공연예술인 및 기획사에게 예술 활동을 발전시키는 동력이 되어 안전한 제작 환경을 만들고 극장의 다양한 인프라 제공할 예정이다. 잠재력 있는 공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제작극장의 역할을 확립함과 동시에 아티스트-관객-극장-작품을 이어주는 창작핵심기지로의 일보 전진이다. 지원의 방식은 재정적 부분 이외에도 홍보, 네트워킹 및 유통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를 거쳐 실행될 수 있다.

▲세실극장 내부 객석 전경 ⓒ국립정동극장
▲세실극장 내부 객석 전경 ⓒ국립정동극장

2022년 ‘국립정동극장_세실’의 개관 첫 작품은 연극 <카사노바>이다. 2021년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젊은 예술가 임지민이 연출을 맡아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카사노바>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변치와 환치라는 대주제 아래 텍스트의 확장을 연구하는 임지민 연출의 독자성을 살린 해석이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창작지원프로그램의 리딩 쇼케이스 이후 무대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도 준비 중이다. 2018년 텀블벅 후원으로 첫선을 보인 뮤지컬 <인간탐구생활>(연출 표상아)이 8월에 찾아온다. 지구의 쌍둥이별을 배경으로 인류 멸망의 비결을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오셀로』에서 찾아낸다는 흥미로운 설정의 SF장르 뮤지컬이다. 2019년 정동극장 ‘창작ing’를 통해 먼저 관객들을 만난 모노 음악극 <괴물>(작 김채린)은 11월 정식 공연을 결정지었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셀리의 삶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판소리, 민요, 굿음악 등 전통소리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뮤지컬 신작 <우주에게 보내는 편지> (작 김윤조), <딜쿠샤>(연출 이종석) 등이 공연된다. 

국립정동극장 프로그램으로,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바운스>로 전통 연희와 무용의 새로운 창작플랫폼 시리즈를 만난다. 기존 정동마루에서 진행되던 청년국악인큐베이팅사업 <청춘만발>은 올해부터 경연과 단독 공연기회를 국립정동극장_세실에서 진행하게 됐다. 또한, 2022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협력 기관으로 워크숍 등 다양한 형태로 상생 프로그램을 협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