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새 도약 나선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창작곡·여성 작곡가 조명할 것”
[현장리뷰]새 도약 나선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창작곡·여성 작곡가 조명할 것”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5.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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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작곡 쿼터제 도입, 연간 3곡 이상 소개
파트별 역량 강화…단원 충원, 상시 평가 제도 실행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국립’ 타이틀을 달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정체성을 확고히 할 청사진을 공개했다. 국가 대표 악단으로서 높은 예술성과 한국 클래식 음악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기자간담회(왼쪽부터)대표이사 최정숙,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 상주작곡가 전예은 ©OHSANGJIN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기자간담회(왼쪽부터)대표이사 최정숙,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 상주작곡가 전예은 ©OHSANGJIN

최정숙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는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과 함께 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궁화홀에서 중장기적 비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운영 전략을 발표했다. 

최정숙 대표는 “오케스트라계의 숙원이었던 ‘국립’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37년 간 단원들과 예술 감독님 그리고 오케스트라를 이루는 모두가 노력했기 때문이다.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한국 클래식 음악 생태계를 치열하게 고민해온 악단의 족적을 살펴 국립심포니의 첫 마음을 굳건히 지켜나가겠다”라며 “기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며 역량 혁신을 이끌어내 건강한 오케스트라를 우리 음악계의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KOREA, 국가대표 오케스트라”란 슬로건 아래 ▲한류 문화(K-컬처) ▲역량 혁신 ▲미래 인재 육성 ▲문화 향유 ▲상생 등 5개 부분의 운영 전략을 공개했다. 국내 클래식 음악계의 ‘현재’를 넘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거시적 관점에서의 중장기 전략이 이목을 끈다.

■국제무대의 전략적 확대

국제무대의 전략적 확대의 중심에는 ‘작곡’이 자리한다. 우선 연간 3곡 이상 한국 작곡가의 창작곡을 발표하는 ‘한국 창작곡 쿼터제’를 도입한다. 이를 시리즈화하여 한국의 정서, 무엇보다 클래식 음악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세계적 위상의 작곡가와의 협력’을 이끌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국립예술단체와의 공동 위촉을 추진한다. 이처럼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관현악곡 발굴에 앞장서며 세계에 한국의 음악을 알리고자 해외 유명 극장과 페스티벌 등 국제적인 음악단체와의 케이-클래식 국제 클러스터를 점진적으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기자간담회,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 ©OHSANGJIN

■역량 혁신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예술과 기획부문 역량 혁신으로 한국 클래식 음악의 대표성을 갖추고자 한다. 오케스트라 앙상블 능력 강화를 위해 드보르자크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코플런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 등 파트별 파워업 프로그램을 정기공연에 선보인다. 음반 발매를 통한 연주기량 향상도 모색된다. 더불어 한국의 예술성은 물론 여성 작곡가 등 음악사에서 잊혀진 작품을 재발견할 기획 앨범을 구상 중이다. 더불어 유명 레이블과의 협업을 통해 세계 유통 채널을 확보, 전 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자 한다.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국립심포니는 한국 클래식의 얼굴이자 홍보대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예술감독에 취임한 후 한국의 작곡가들에 대한 연구를 했고, 이를 통해 지난 30~40년간 굉장히 많은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이 작곡됐음을 확인했다. 더불어 창극, 가곡 등 한국적 특색이 도드라지는 음악들과 그간 부각되지 않았던 여성 작곡가들의 보석같은 작품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리서치의 결과물들은 연주회 프로그램 속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관 운영 측면에서는 연 100회 이상의 연주 대비 적은 단원 수(현 74명)가 단원들의 피로도를 높이는 원인으로 지적되어온 바 완성도 높은 공연과 대편성의 레퍼토리 확장을 위해 단원 충원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또한 실연 중심의 상시 평가 제도를 도입하여 연주력 향상을 위한 동기를 부여해 ‘국립심포니만의 사운드’를 더욱 견고히 하고자 한다.

기관 운영 측면에서는 연 100회 이상의 연주 대비 74명이라는 적은 단원 수가 단원들의 피로도를 높이는 원인으로 지적되어온 바, 완성도 높은 공연과 대편성의 레퍼토리 확장을 위해 단원 충원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최정숙 대표는 “원래 국립심포니의 단원은 100명으로 정해져 있는데 지금껏 이에 못 미치는 정원으로 운영돼 왔다”라며 “최근 단원 5명을 1차로 충원했으며, 파트별로 부족한 점을 파악해나가며 향후 3년에 걸쳐 공석을 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획·행정 부문 역시 성과 중심의 업무체제로의 대전환을 추진한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각 사업에 최적화된 전문 인력 육성을 골자로 한다. 국립심포니의 주력사업인 미래 세대 육성 체계 강화를 위한 조직 세분화도 진행된다. 음악 생태계 상생을 위한 기획 전문성을 높여 국립심포니만의 독보적인 역할을 확립하고자 한다.

또한 프랑스, 독일, 현대음악 등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의 주요 레퍼토리로 꾸려진 DR’s Pick 시리즈를 론칭해 프로그램 다양화를 꾀한다. 국립심포니의 지난 3년의 레퍼토리를 면밀히 살핀 다비트 라일란트는 국립심포니의 음악적 유산을 유지하면서도 관객들이 국립심포니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을 추렸다. 

■인재 육성 제도의 내실화

국립심포니는 오케스트라의 세 축, ‘연주자 – 작곡가 – 지휘자’ 육성 체계를 내실화해 미래 세대를 위한 성장플랫폼으로 입지를 굳건히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국내·외 쌍방향 지원 체계 구축과 발굴을 넘어 성장을 응원하는 지원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자 한다.

오케스트라 연주자 육성을 위한 ‘KNSO 국제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는 성장과 교류 중심의 지원체계로 설계된다. 우선 올해부터 아카데미 참가국이 아시아에서 전 세계로 확장된다. 2기 아카데미 30명 모집에 독일과 미국 등 28개국 109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케이-클래식 음악 교육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에 오케스트라 현장 중심의 교육이 더욱 강화된다. 특히 모의 오디션, 자기소개서 작성법 등 취업역량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신설된다. 또한 11월에 내한하는 빈 필하모닉 단원과의 ‘마스터 클래스’를 연계하는 등 해외 오케스트라와의 협력을 보다 강화할 예정이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기자간담회, (왼쪽부터)대표이사 최정숙, 상주작곡가 전예은,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 ©OHSANGJIN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기자간담회, (왼쪽부터)대표이사 최정숙, 상주작곡가 전예은,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 ©OHSANGJIN

국립심포니가 5년 만에 상주작곡가를 위촉한다. 신인작곡가 발굴 프로젝트인 ‘작곡가 아틀리에’ 1기 출신인 전예은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1대 상주작곡가로 선정됐다. 이처럼 작곡가를 직접 발굴해 곡 위촉까지 작곡가 육성 체계의 선순환을 안착시켜 창작 기반을 다지고자 한다. 나아가 김택수, 데릭 버멜, 니나 영 등 세계적 위상의 작곡가 멘토 그룹망을 촘촘히 연결하여 한국 작곡가의 세계무대 진출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울 예정이다.

더불어 지휘 부문에서 한국 클래식의 국제적 위상 고취와 국내 지휘자 육성을 위한 투트랙 전략을 펼친다. 3년 마다 개최되는 국제지휘콩쿠르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국제적 감각을 지닌 국내 지휘자를 집중 육성하고자 젊은 지휘자 워크숍을 진행한다. 예술적 기량을 향상시킬 마스터 클래스는 물론 무대 밖 비즈니스를 익힐 특별 프로그램을 개설해 예술과 행정 능력을 고루 갖춘 지휘자를 키워내고자 한다.

■클래식의 외연 확장

지역공연 활성화는 일회성 공연을 넘어 지역 내 음악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 지역 공연 시 지역 음악가와의 협연 기회를 확대하고 공연 후 지역 음악 전공생 대상으로 멘토링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지역 내 음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오케스트라 공연 영상의 질적 강화를 목표로 ‘스코어리더 육성’과 ‘해외 오케스트라 영상 기술 교류’를 시도한다.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영상 미감을 찾기 위해 청각 경험을 시각 경험으로 치환하는 스코어리더에 대한 투자는 새로운 관객 창출의 토대이자, 음악 전공생의 진로 다각화를 기대하게 한다. 또한 베를린 필하모닉과 오슬로 필하모닉 등 해외 오케스트라의 선진화된 영상 기술 교류를 통해 오케스트라 영상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이밖에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고자 취향 중심의 렉처인 ‘클래식 오감회’를 개설하며, 새로운 감상 자극을 원하는 관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케이-콘텐츠, 비주얼 아트 등 장르 융·복합도 시도할 예정이다.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케이팝은 모든 세대에 걸쳐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를 심포니와 믹스한다면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문학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작업에 대해서도 팀과 논의 중이다”라며 “또 하나는 비주얼 아트에 관한 부분인데, 이는 아직 혼자 구상만 해본 정도다. 예술가의 전시와 연계해 라이브 페인팅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기자간담회, 대표이사 최정숙 ©OHSANGJIN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기자간담회, 대표이사 최정숙 ©OHSANGJIN

■공공가치의 확산

국립심포니는 지난해 지휘콩쿠르에서 국내 주요 콘서트홀과 타 오케스트라와의 연대를 이끈 경험을 십분 살려 미래 육성과 클래식 기반 조성에 있어 여러 예술기관과의 협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또 현수막 등 공연 폐기물의 새 활용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ESG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국립의 역할과 그 무게를 잘 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한국의 아이덴티티를 품은 음악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모든 역량을 쏟을 것”이며 “무엇보다 보다 국민과 가까이, 국민의 삶에 우리의 음악이 스미게 할 음악적 아이디어가 많다.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할 국립심포니에게 많은 기대와 응원을 바란다”라고 말했다.

다방면에서 변화를 꾀하는 만큼,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과제가 남아있다. 이에 대해 최정숙 대표이사는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재원이 확실하게 뒷받침되어야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문체부ㆍ기재부와 긴밀히 논의하고 있으나, 예산에만 의존하지는 않으려 한다. 지금까지 우리 단체의 후원회는 타단체에 비해 비활성화 되어 있다고 파악했다. 후원회를 보다 활성화해서 민간의 지원을 받는 등 수입의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