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 국립민속박물관, 체험프로그램 가득한 어린이 특별전 선봬
[현장리뷰] 국립민속박물관, 체험프로그램 가득한 어린이 특별전 선봬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5.04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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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상설 전시 2관 새단장
5월 4일 개막해 내년 3월 11일까지 운영
어린이날 100회 기념, 다채로운 행사 준비돼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1923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선포한 어린이날이 올해로 100회를 맞게 됐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어린이날 100회를 기념해, 어린이날 선포 당시 방정환 선생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지금 어린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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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세상》에서 금강껨을 체험하고 있는 어린이와 가족 (사진=서울문화투데이)

5월 4일 문을 열어 내년 3월 11일까지 선보이는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세상》 특별전은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상설전시 2관에서 열린다. 소파 방정환이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와 재미있는 놀이를 소개하며, 체험활동도 할 수 있게 마련된 공간이다. 지난 3일에는 언론취재진에게 새롭게 준비한 공간을 선보이는 공개회가 있었다.

어린이 시야에 알맞게 꾸며진 작은 공간들은 어린이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전해줄 수 있게끔 기획됐다. 몸을 움직여서 체험을 하고, 디지털 영상을 활용한 이야기 전달 전시 콘텐츠는 어린이들의 오감을 충족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영상 콘텐츠와 함께 선보이는 방정환이 발행한 『어린이』잡지, 세계발명말판과 같은 유물과 사진자료 100여 점은 어린이들에게 역사적 자료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방정환 선생이 만든 '세계 발명 말판'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방정환 선생이 만든 '세계 발명 말판'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방정환 동화를 활용한 이야기 체험 공간

이번 전시는 방정환이 어린이들을 위해 신문과 『어린이』잡지 등에 소개했던 「일 없는 돼지」,「까치의 옷」, 「누가 먼저 났나」, 「시골쥐의 서울 구경」등의 동화를 테마로 구성됐다. 전시 공간을 기획한 이경효 학예사는 “방정환 선생의 동화 중 특별히 동물이 주인공인 동화만을 선정해 전시를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을 전시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친근감을 갖도록 했다. 또한, 전시 관람을 하며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동물의 민속 상징과 습성 등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까치의 옷」 동화를 소재로 기획된 체험 공간에는 어린이들이 까치를 도와서 할머니 댁에 찾아온 구렁이를 퇴치하는 활동이 마련돼 있다. 구렁이가 할머니 집을 휘감은 디지털 영상을 보면서 어린이들은 땅바닥에 띄워지는 말풍선을 발로 밟는 활동을 한다. 이 학예사는 “구렁이는 땅의 진동을 느끼고 활동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를 어린이들이 은연중에 인식할 수 있게끔 땅을 발로 밟고 구르면서, 구렁이를 내쫓는 활동을 기획했다”라고 설명했다.

▲「까치의 옷」 동화 소재로 기획된 공간에서 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이 체험이 끝나면 어린이들은 동화 내용에 따라, 할머니가 지어주는 까치 옷을 직접 입어 볼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다. 까치 옷을 입고 천장이 거울로 된 하늘로 기획된 공간에서 뒹굴고 사진을 찍어볼 수 있다.

「시골쥐의 서울 구경」으로 기획된 공간은 시골쥐가 우편배달부 가방을 통해, 서울 구경을 한다는 내용을 테마로 삼고 있다. 어린이들이 직접 우편배달부의 배달 가방 안으로 들어가서, 과거 서울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가방을 나온 바깥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과거 우체부들의 가방, 의복, 모자 등을 전시해 교육적인 내용도 전달한다.

방정환을 떠올리게 하는 전시 기획

이번 전시가 펼쳐지는 공간 초입에는 방정환이 실제 사용했을 것 같은 서재 공간이 준비돼 있다. 어린이가 따뜻한 사랑 속에서 바르게 자랄 수 있길 바라고, 어린이가 진정으로 품고 성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했던 방정환의 고민을 엿볼 수 있게끔 은유된 공간이다.

전시장은 하나의 선물 상자 안으로 들어가는 형식으로 입구가 꾸려져 있다. 마치 어린이들만을 위한 하나의 작은 세상으로 들어선 듯한 느낌도 받게 한다. 전시장 초입에는 『어린이』 창간호 1923년 3월호에 실린 「남은 잉크」의 한 구절을 전시한다. “여기서는 그냥 재미있게 놀자. 그러는 동안에, 모르는 동안에 저절로 깨끗하고 착한 마음이 자라가게 하자”라는 문구다.

▲방정환의 서재처럼 조성된 전시 초입 공간
▲방정환의 서재처럼 조성된 전시 초입 공간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지난 역사 속에서 어린이는 약자였고, 사회 가장자리에서 보호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살아갈 수 없는 환경에 자주 노출되곤 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와 환경은 많이 나아졌을까. 어린이가 재밌게 놀고, 어린이다운 감성을 가지고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일까. 전시는 어린이날은 선포한 당시 100년 전 방정환 선생의 말과 사상을 빌려와 다시 한 번 지금 이 땅 위 ‘어린이’라는 존재를 감싸 안는다.

전시장에는 나무 조형물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청음공간이 마련돼 있다. 어린이 한 명, 혹은 두 명이 들어가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이 나무 공간에서는 30대 남성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낭독된다. 이 학예사는 “방정환 선생이 30대의 나이로 일찍 생을 마감했는데, 방정환 선생이 살아계셨을 때에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낭독해주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며 공간을 마련해봤다”라고 설명했다.

▲방정환의 운동장 놀이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과 전시를 설명하고 있는 이경효 학예사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사람들은 누구나 어린이였다가, 어른이 된다. ‘어린이’라는 존재를 귀하게 여기고, 그 시간을 기념하고자 한 방정환의 생각을 담아낸 전시는 어린이와 어린이였다가 어른이 된 존재들에게 모두 따뜻한 공간을 제공한다.

동화를 테마로 잡고 구성된 공간 이외에도 방정환이 큰 관심을 가지고 제작했던 게임판 2점이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다. 어린이가 동심을 가지고 마음껏 뛰어놀길 바랐던 방정환 선생의 뜻이 이어져, 1929년 2월호『어린이』의 부록으로 제공되었던 다이아몬드 게임인 ‘금강껨’ 원본도 함께 처음 공개된다.

전시 공간에는 닭, 고양이, 개구리 모양으로 된 대형 말을 사용해 어린이들이 ‘금강껨’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또한, 방정환이 만든 운동장에서 할 수 있는 놀이 프로그램 체험공간도 준비돼 있다. 어린이들이 보다 활동적으로 몸을 움직여볼 수 있는 공간이다.

어린이가 주체가 되는 다채로운 행사

국립민속박물관은 어린이박물관 상설전시장 이외 야외에서도 여러 어린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5월 5일부터 5월 7일까지는 방정환의 동화와 동요, 놀이에서 요즘 어린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 20여 가지를 추출해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이라는 행사를 선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인원을 제한에 행사를 꾸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현장에서 누구나 참여를 해볼 수 있다. 프로그램 별로 회차 당 참여 인원은 정해져 있다.

▲특별전 투어에 앞서 인사말을 전하는
▲특별전 투어에 앞서 인사말을 전하는 국립민속박물관 김종대 관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특히, 올해는 어린이날에 어린이가 주체가 돼 활동하는 프로그램이 기획돼 이목을 끌었다. 어린이 스스로가 놀이와 체험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해 즐길 수 있도록 <어린이날 특별 기획단>을 꾸려 두 가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어린이가 영상 감독이 돼 국립민속박물관 및 어린이날 행사를 직접 영상으로 담아 소개하는 <어린이날 특별 홍보단>도 운영됐다. 수원 송정초등학교 어린이들과 강화도에 위치한 자람도서관의 교육공동체 소속 어린이들이 활동에 참여했다. 참여한 어린이팀들은 공모를 통해 신청을 받아 선정됐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에서도 ‘수장고’라는 공간적 특성을 활용한 어린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유아 및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개방형 수장고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아카이브자료를 활용해 어린이날 풍경의 시대적 변천사를 알아볼 수 있는 <어린이날은 어떤 날이었을까요?> 영상 전시 등도 기획돼 있다.

다채롭게 구성된 어린이날 행사의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https://nfm.go.kr/kids)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체험은 어린이를 동반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현장 참여(본관)와 온라인 예약(파주관)으로 무료로 진행된다.

코로나19는 어른뿐 만 아니라, 어린이들에게도 힘든 시간이었다. 또래 사회에서 관계를 쌓고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할 시기 많은 활동들이 제한됐었다. 코로나19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고 있는 지금, 어린이날이 100회를 맞게 됐다. 세상이 변화해도, 어린이를 아끼고 지켜야 하는 뜻은 계속 지켜져야 할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방정환 선생의 기록과 유물을 통해 과거와 지금의 어린이의 맥락을 잇고, 변화된 지점과 계속해서 지켜야할 가치를 함께 선보인다. 어린이들에게 다채로운 즐거움과 교육적 의미를 전달하는 전시와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