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광(重光) 작고 20주기 특별전 《예술의 원점 중광과 다섯 狂畵師》
중광(重光) 작고 20주기 특별전 《예술의 원점 중광과 다섯 狂畵師》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5.0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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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오는 6월 2일까지
중광 초기작 및 육심영, 한농, 조부수, 김태정, 이존수 작품 선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20세기 한반도에서 독자적인 정서를 표현한 중광(重光,1934~2002)과 그와 함께 호흡한 이들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갤러리미가 주최한 《중광 작고 20주기 특별전-예술의 원점 중광과 다섯 狂畵師(광화사)》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오는 6월 2일까지 개최된다.

▲童子2, Chineseink&coloron Korean paper, 67 x66cm, 1981 (사진=갤러리미 제공)

이번 전시는 갤러리미 대표 이란영과 중광의 깊은 인연으로 완성된 전시라고 볼 수 있다. 중이 대표는 1977년 갤러리미를 개관하고, 1979년 성북동 운보선생 댁에서 중광을 만나게 된다. 그 만남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철학교수이자 예술평론가인 Lewis Lancaster교수와 중광이 만든 예술책 <The mad monk : Paintings of unlimited Action>에서 중광의 그림을 보게 됐다. 이 대표는 당시 기억에 대해 “그날 본 중광의 작품은 나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라고 말한다.

1970년대의 한국미술계는 서울대, 홍대 미술대학 출신의 학맥과 인맥으로만 돌아가고 있는 형국으로, 갤러리미가 1979년 중광을 발탁해 그의 작품을 택한 것은 큰 도전이었다. 갤러리미는 1980년 중광과 3년 전속 계약을 맺고, 1981년 전시회를 개최하며 중광의 등단 데뷔전을 감행했다. 중광전시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열렸고, 찬사와 비난을 함께 받은 때였다.

이번 전시에는 중광 초기 전시작이 전시된다. 이 대표는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는 중광의 작품은 40여 년간 갤러리미와 애환을 같이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중광 작품과 더불어 육심영(1939~ 현재), 재미 작가 한농(1930 ~ 2012), 조부수(1944~2017), 김태정(1938~2019), 이존수(1944~2008)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며, 총 76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達磨1, Chineseink&coloron Korean paper, 67 x 66cm, 1980
▲達磨1, Chineseink&coloron Korean paper, 67 x 66cm, 1980  (사진=갤러리미 제공)

이동국 예술의전당 수석큐레이터는 중광과 다섯명의 작가에 대해 “단절대립됐다고 여겨지는 이 땅의 삶을, 전통과 현대가 하나된 전복적이고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연결시켜 녹여낸 인물들”이라고 표현한다. 중광과 육심영, 한농, 조부수, 김태정, 이존수는 20세기 한반도에 거점으로 두고 미국과 유럽 등의 세계와 진하게 호흡한 작가들이었다.

20세기의 한국 근현대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식민지 서구화라는 실존에 더해, 세계를 물질과 정신의 대립관계로 보는 이원론적(二元論的) 이성중심 세계관으로 점철돼 있었다. 이 큐레이터는 “이 시기의 한국은 한마디로 전통(傳統)과 현대(現代)가 갈등하고 있거나 심하게는 단절돼 있는 역사로 각인된 시공이다”라고 표현한다.

이 시기를 중광과 그 시대를 함께 살아낸 작가들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남다르게 세상에 대한 시선을 풀어냈다. 대중과 다수가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삶을 살 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예술 언어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한 이들이었다.

▲童子1, Chineseink&coloron Korean paper, 67 x 66cm, 1980
▲童子1, Chineseink&coloron Korean paper, 67 x 66cm, 1980 (사진=갤러리미 제공)

중광과 육심영, 한농, 조부수, 김태정, 이존수는 모두 스님, 신부, 미술대학 출신 작가, 서예가, 독학 등 출신이 모두 다른 이들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그림을 한 자리에 모아서 볼 수 있는 이유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학예사는 “그들의 공통적인 조형언어는 전통과 역사, 인간의 내면을 화두로 현대와 서양, 우주와 종횡으로 궁극지점에서 내통하면서 제 3의 조형언어로 한국현대미술을 견인해 낸 것”이라고 말한다.

갤러리미는 중광이 가지고 있는 무애사상의 가치와 그것이 실현된 전시를 선보이며, 그의 높은 경지의 예술혼을 계속해서 알려오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이어지는 예술인의 가치와 사상은 존재한다. 혼란 속 순응하는 것을 택하기보다, 나의 표현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던 이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