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교육부 ‘2022년 음악교육과정’, 국악교육을 포기할 것인가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교육부 ‘2022년 음악교육과정’, 국악교육을 포기할 것인가
  • 주재근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
  • 승인 2022.05.1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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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
▲주재근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

“국어와 영어로 분리 교육되듯이 서양음악식 교육을 받은 음악교사들이 낯선 국악을 이해하고 가르치는 한계로 인해 음악교육을 국악과 서양음악으로 분리 교육해야”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처음에 묘지 근처로 이사하니 맹자는 장례의 곡소리를 흉내 내었고, 시장 근처로 이사하니 장사꾼의 호객 행위를 흉내 냈고, 마지막으로 서당 근처로 이사하니 그제야 책 읽는 흉내를 내었다는 옛 고사이다.

장관 후보자의 인사 검증 대부분이 자식의 교육 문제로 발목이 잡히고 있는 오늘날 맹모지교의 교육열은 왜곡 변형되고 있다. 위장전입은 기본이고, ‘부모찬스’로 갖은 교육 혜택을 넘어 안정된 취업으로 이어진다. 장관 후보자만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부를 갖는 사람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해당되는 듯하다.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보다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를 아이들은 더욱 잘 알고 있다. 

지위와 부의 대물림이 과연 행복할까. 지위와 부의 대물림은 그들에게 일시적인 행복을 유지하는 수단이 될지 모르지만, 망국과 쇠망의 길로 갈 수밖에 없어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암적인 존재들이다. 만약 이와 같은 암적인 존재들이 초중등학교에서 음악을 비롯한 예술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그 수는 현격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공자가 가장 이상적으로 여겼던 고대 나라가 있었다. 주(周, B.C 1046~B.C 771) 나라이다. 주나라를 동경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인간 교육의 모범이 된 나라였기 때문이었다.

주나라에서는 나라의 중요한 인재를 양성하는데 예(禮)·악(樂)·사(射)·어(御)·서(書)·수(數) 등 6가지 과목을 기본 교육과목으로 삼았다. 예법과 음악 이외에 활쏘기, 말타기, 글쓰기, 셈하기 등인데 보통 육예(六藝)라 한다. 수기치인(修己治人) 즉, 육예를 통하여 자신을 바르게 하고 남을 다스릴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특히 예로써 마음의 법도와 질서를 잡고, 악으로써 화평과 안정을 추구함으로써 군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 조건이었다.

조선조 성종 24년(1493년) 왕명으로 지어진 『악학궤범(樂學軌範)』 서문(序文)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악이란 하늘에서 나와서 사람에게 붙인 것이요, 허(虛)에서 발하여 자연(自然)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사람의 마음으로 하여금 느끼게 하여 혈맥(血脈)을 뛰게 하고 정신을 유통(流通)케 하는 것이다. 느낀 바가 같지 않음에 따라 소리도 같지 않아서, (중략)  
그 같지 않은 소리를 합해서 하나로 만드는 것은 임금의 인도(引導) 여하에 달렸다. 인도함에는 정(正)과 사(邪)의 다름이 있으니, 풍속의 성쇠 또한 여기에 달렸다. 이것이 악(樂)의 도(道)가 백성을 다스리는데 크게 관계되는 이유이다.

학교교육 음악은 국악과 서양음악으로 구분해야

오늘날 임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국가의 교육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부에서 반드시 새겨야 할 내용이다.

서양음악이 들어오기 전 우리 고유의 음악은 오늘날 국악이란 용어로 더 많이 인식되고 있다. 국악은 기능적 음악유희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미적 정서를 담아내고 펼쳐내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다. 세종대왕의 가장 큰 업적은 한글을 창제한 것이다. 당시 우리민족의 말이 중국과 다르기 때문에 우리 민족 고유의 언어인 한글을 창제한 것이다. 세종은 한글 못지않게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한글을 창제하면서 우리 음악 또한 중국과 다르기 때문에 우리 고유의 음악 기보법인 ‘정간보(井間譜)’에 창제한 한글을 세종실록 악보에 기록해 놓은 것이다.

우리 민족의 글인 한글 교육은 국어 수업을 통해 우리의 문학 정서와 글의 변천 과정, 다른 외국어와의 차이점 등을 의무교육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도 우리 민족 고유의 역사 인식의 절대적 필요성 때문에 국사와 세계사를 나누어 의무교육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민족 고유의 음악인 국악은 외국 선교사들이 서양식 교육을 시작하게 되면서 서양음악인 음악으로 대체되어 버렸다. 그 결과 학교에서 음악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국민들은 음악이라고 하면 서양음악이며 국악은 낯선 외국의 음악으로 인식되어 버렸다. 그나마 2015년 음악교육과정에 국악을 교사들이 의무적으로 가르치게 해 놓은 것조차 2022년 개편될 교육과정에서는 축소되거나 폐지될 상황에 직면해 있다.

국악과 서양음악은 용어에서부터 의미, 역사 등 매우 다르다. 그래서 서양음악식 교육을 받은 음악교사들이 낯선 국악을 이해하고 가르치는 데에는 한계가 많이 따를 수밖에 없다. 영어 선생에게 국어 문학작품, 한글의 변천과정 등을 가르치게 하는 것과 같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예로부터 교육은 국가와 사회발전의 근본 초석이기 때문에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의미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하였다. 이제 학교교육에 있어서 음악은 국악과 서양음악으로 구분해야 한다.

헌법 제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국가적 의무사항을 실천할 제대로 된 정부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