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뮤지컬레터]‘풍류대장’의 BIG 3 ; 이상, AUX, 서도밴드
[윤중강의 뮤지컬레터]‘풍류대장’의 BIG 3 ; 이상, AUX, 서도밴드
  •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 승인 2022.05.1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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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2022년 5월 8일, ‘풍류대장’의 전국 투어 콘서트가 ‘AGAIN 서울’로 끝났다. 2021년 12월 24일, 풍류대장 콘서트가 시작된 올림픽홀에서 다시 와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국악의 대중화’를 목표에 두고 방송사가 중심이 된 프로그램이 그동안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시기의 이벤트로 끝이 났고, 뚜렷한 음악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기억에서 사라졌다. 풍류대장은 좀 달랐다. 방송에서 공연까지, 풍류대장의 조직적인 움직임은 한국음악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만하다. 

‘국악의 대중화’와 관련된 공연에서 역사가 있고, 성과가 있다. 그런 계보를 따지자면, 2004년과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당시, 한국문예진흥원)에서 주최한 ‘국악축전’을 빼놓을 수 없다. 풍류대장의 대장정의 첫공과 막공이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렸는데, 국악축전도 그랬다. 

2005년 9월 30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2005 국악축전 폐막공연 ‘GUGAK? 國樂!’에도 매우 많은 관중이 모였고, 열기 또한 ‘풍류대장’에 버금갔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유료와 무료의 차이가 있다. 그 시절엔 티켓을 구매해서, 국악크로스오버 공연을 보러 오진 않았지만, 이젠 국악크로스오버 콘서트도 흥행의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 참 반갑고 고맙다. 

풍류대장과 국악축전은 닮았다. 둘 다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콘서트를 열었다. 오히려 지방투어는 ‘국악축전’이 훨씬 더 많았다.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2005 국악축전 개막공연 ‘國樂? GUGAK!’으로 시작한 후, 전국의 여러 지역을 돌았다. 서울에서도 장소를 달리하면서 세 번의 공연을 했고, 풍류대장과 마찬가지로 올림픽홀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열렸다. 

당시 국악축전의 전략의 하나는 역발상으로, ‘대중음악의 국악화’. 당시로선 ‘가수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출연해서, 자신의 대표곡과 국악곡을 동시에 불렀다. 국악기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편곡이었다. 이런 가요와 가수의 힘을 빌려서, 국악의 맛과 멋을 알리고자 함이었다. 지금은 텔레비전 가요프로그램에서도 이런 경우가 많지만, 2000년대초중반으로선 매우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국악계의 항변도 적지 않았으나, 축제의 성과로 불만은 사라졌다. 2005년 전국 투어 콘서트에 참여한 가수를 보면, 여성보컬로는 인순이을 비롯하여, 한영애, 이상은, 이은미, 신효범, 나윤선, 남성보컬를 비롯해서 한대수, 신해철, 정재일, 박효신, 하림, 나윤권, 데프콘 등이다. 당시에 SG워너비는 최고의 인기그룹이었는데, 그들은 개막공연에 함께 했고, 폐막공연에는 두번째달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이 공연을 계기로 해서, 이후 저마다 국악과 연관된 자신의 레퍼토리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또 다른 성과라면 성과다. 대중음악인이 자발적으로 국악을 수용하게 된 것이다. 

누가 ‘국악의 확장’에 큰 역할을 할까?

국악축전과 풍류대장은 그럼 무엇이 다른가! 똑같이 대중음악의 국악화를 가수가 아닌 젊은 국악인이 멋지게 소화해 냈다는 점이다. 당시엔 조용필을 섭외할 수 없어서 ‘자존심’을 무대에 올릴 수 없었는데, 풍류대장에서는 국악그룹 ‘이상’이 이를 더욱 멋지게 국악적으로 잘 만들었다는 점이다. 

만약 해외의 유명 페스티벌에서 풍류대장의 모든 팀이 참가한다면, 어떤 팀이 가장 주목을 받을까? 내 대답은 확실하다. 국악그룹 ‘이상’이다. 단원 모두가 ‘퍼포먼스형 아티스트’로서 최고 수준이다. 이것이 또한 매우 조화롭다. 농악(풍물)과 연희(탈춤)를 기반으로 해서, 한 곡의 대중가요를 매우 입체적으로 들려주고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하다. 한국의 ‘상여소리’를 밑에 깔면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만나게 한 이상의 ‘공무도하’(고영열, 신예주 노래)는 애틋한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풍류대장 방송 및 공연에서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게 해외 페스티벌에서 소개된다면, 그 반응은 더 대단할 거다. 왜냐? ‘어화넘차 어화넘’(가사, 선율, 음색, 정서)이 그들에겐 없다.  

모두가 다 인정하지 않을까? AUX와 서도밴드는 ‘대장 중 대장’이다. 국악이란 꼬리표를 떼도 이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밴드다. 그런데 그들이 풍류대장 출신이기에, 앞으로 국악을 더 잘 활용해주길 바란다. 국악적 시각으로 보았을 때, 두 팀의 아쉬움은 뭘까? AUX의 새타령은 직유가 지나치고, 서도밴드의 바다는 은유가 지나치다. 

국악기반이 매우 든든한 AUX는 전통과 객관적 거리감을 둘 필요가 있다면, 서도밴드는 반대로 전통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야 한다. 밴드적 완성도가 국악적 미흡함을 감추고 있다. “서도밴드가 앞으로 ’국악의 확장‘에 공헌하는 밴드가 될까?”. 나는 선뜻 답을 하지 못하겠다. 

풍류대장이 앞으로 성장해서 ‘한국음악의 글로벌화’를 기여해 주길 바란다. AUX가 첨병역할을 제일 잘 할 거다. AUX는 로컬리티를 기반으로 한 ‘글로컬리즘’에 딱 맞다. 리더 이우성의 에너지가 넘치는 편곡능력과 정교한 리듬감각, 보컬 서진실의 유티크한 보이스와 아시안적  매력도 대단하지만, 풍류대장은 그대로 ‘김태형의 성장드라마’였다. 그의 태평소연주가 갈수록 농익어진다. 언젠가 김태형이 쳇 베이커(재즈 트럼펫)와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풍류대장의 다음 지향점은 무엇일까? 국악의 대중화에서 ‘국악의 세계화’로 이동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