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학의 바이 더 웨이, 디지털!]디지털시대, 변화의 문화현장 ⓮ 아프신지? 저도 아픕니다
[김정학의 바이 더 웨이, 디지털!]디지털시대, 변화의 문화현장 ⓮ 아프신지? 저도 아픕니다
  •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장
  • 승인 2022.05.1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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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학 1959년생. 영남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20년 동안 한국과 미국 등에서 방송사 프로듀서를 지냈으며, 국악방송 제작부장 겸 한류정보센터장, 구미시문화예술회관장 등을 거쳤다. 현재 대구교육박물관장으로 재직 중. 지은 책으로 『박물관에서 무릎을 치다』등이 있다

이 디지털시대에 그동안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팬데믹을 2년 넘게 겪었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를 공포감은 사방에서 밀려왔다. 누구나 할 것 없이 환자가 된 기분이었고, 이것이 ‘노멀’이라면, 끝난 후에 ‘뉴노멀’이 오기는 할까 막막했었다. 이런 와중에 IT산업은 새로운 길을 찾아 쉼없이 발전했고, 여러 현장에서 이것이 ‘뉴노멀’이라 착각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오랜 시간 ‘병(病)’에 맞서면서, 당장은 위중하지 않지만 ‘또다른 증후군’을 앓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공통적으로 ‘디지털 중독’관련 질환이면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집중력’이 풀려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었다. 디지털은 사람들이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한지 알게 하는 것일텐데, 디지털시대에는 지식만 가지고 있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면서생겨나는 현상이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죽은 지식이 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 ‘중독’은 지속적으로 인공지능(AI)을 지향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디지털 디바이드(디지털 격차)’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만 발전하면 세상이 곧 크게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물론 인공지능을 빼고 현시대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데 이견이 있긴 어렵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더 효율적으로, 더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두려워하거나 과거의 방법만 고집한다면, 우리는 도태되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엄청난 후유증이 아닐 수 없다.

네덜란드 트벤테 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얀 반 다이크(Jan Van Dijk)는 ‘디지털 디바이드’가 위중한 사회적 병리인데도 ‘디지털’이라는 용어 때문에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로 보이게 한다는 걸 지적한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로 인한 불평등의 원인과 결과는 사회적이어서 관련 기술을 소유하거나 통제한다고 해서 30년간 지속되어온 그 위중함에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 들여서도 안된다. 그래서인지 그는 기존의 사회적 불평등이 사라지지 않게 되면 디지털 격차 또한 해결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얘기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취약계층에 특화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늘리고 다양화하게 되면 불평등은 줄어드는가, 되려 강화되는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이 생겨날 것인가?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할 문제이지 않을까. 불현듯 이런 세상이 되어버렸고, 이제 우리가 두려움을 느껴야 할 것들을 얘기하고 싶다.

 

‘디지털 디바이드(디지털 격차)’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사회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눈을 기르고, 건강한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의 콘텐츠를 접해야 한다. 나와 생각이 일치하는 편안한 정보들 말고 가끔은 불편하고 쓴 맛나는 정보를 찾아가야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는 건강해진다. 최근 알고리즘이 사람들을 양극화시키면서, 다양한 정보를 접하기 힘들고 콘텐츠의 자율적 선택이 어려워져, 보고 싶은 정보만 보게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이른바, 인공지능에 의해 한 집단이 다른 집단과는 만날 수 없는 정보의 평행사회가 구축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지식의 편향’을 두고 ‘생각과 지식이 필터 버블(filter bubble)에 갇혔다’고들 표현한다. ‘필터 버블’은 미국 온라인 시민단체 ‘무브온’ 이사장인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가 쓴 책에 처음 등장한 개념인데, 인터넷 정보제공자의 이용자 맞춤형 정보로 이용자가 편향된 사고에 갇히는 위험한 현상을 말한다. 내가 원하는 정보만 추천해준다면 언뜻 보면 편리하고 좋아 보인다. 하지만 이는 마치 편식과 같다. 그리고 이런 필터 버블은 세 가지 현상을 불러온다. 첫 번째는 외톨이 현상, 두 번째는 오리무중 헤매기 현상, 세 번째는 떠밀리기 현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온전히 내 생각을 지켜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필터 버블’의 존재를 명확히 인식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왼편에서부터) 네덜란드 트벤테대학 얀 반 다이크 교수, 그의 저서《디지털 디바이드》, ‘무브온’ 이사장 엘리 프레이저, 그의 저서《필터 버블》, 워싱턴대학교 데이빗 레비 교수 (사진=김정학 제공)
▲(왼편에서부터) 네덜란드 트벤테대학 얀 반 다이크 교수, 그의 저서《디지털 디바이드》, ‘무브온’ 이사장 엘리 프레이저, 그의 저서《필터 버블》, 워싱턴대학교 데이빗 레비 교수 (사진=김정학 제공)

아직은 이런 상황이 병리현상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두 가지의 커다란 증후군을 드러낼 것이라고들 말한다. 하나는 잔향감을 주기 위해 인공적으로 메아리를 만들어내는 방을 가리키는 에코 챔버(Echo Chamber)현상인데, 같은 뜻을 가진 사람끼리 의견을 서로 반복하며, 다른 사람의 정보와 견해는 불신하고 본인 이야기만 증폭시켜 진실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환경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일종의 집단적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현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교수인 데이빗 레비(David Levy)가 만든 용어로 알려졌는데, 뇌가 디지털 기기의 빠르고 강렬한 자극에 익숙해져서 현실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는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튀어 오르는 팝콘같은 뇌를 가진 사람들은 충동적이며, 자기중심적인 면이 강해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현실에 부딪히면 강한 반발심을 느낀다. 특히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는 팝콘 브레인으로 발달하는 일이 많아져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 자신의 무지를 정당화하는 반(反)지성주의도 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 이런 증후군이 문화와 예술의 뒷무대에서 잠복하고 있다면, 그 누가 ‘아름다움의 가치, 감동의 가치’를 진정으로 표현하고, 받아들이겠는가? 괜한 걱정이 들어 떠날 수도, 남아있을 수도, 혹 지나쳐버릴 수도 없는 시간이 살같이 무섭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