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IN 트렌드 탐구생활]새로운 예술계 시장 : 가상인간
[문화예술IN 트렌드 탐구생활]새로운 예술계 시장 : 가상인간
  • 예술도서관/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예술경영 이지선
  • 승인 2022.05.11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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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예술계 패러다임의 시작 

2021년 7월 1일 신한 라이프 광고에 나온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는 MZ 세대의 주목을 받으며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였고, ‘가상인간’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무엇보다 광고 이후 그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만 명을 넘어서며 여느 셀럽 못지않은 인기를 보여주었고, 2022년 ‘Who Am I’ 디지털 싱글 앨범을 발표하며 가수로 정식 데뷔하였다. 그녀는 가상인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중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으며 예술계는 디지털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게 되었다.

원조 사이버 가수 다테쿄코  

사실 로지의 등장이 최초는 아니었다. 1998년 이미 사이버 가수 아담이 존재했는데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가상 인간은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존재였다. 사이버가수 아담은 데뷔곡 ‘세상엔 없는 사랑’으로 등장해 가수 활동을 하였고 첫 앨범이 20만 장 이상 팔리며 큰 이익을 얻었지만, 1999년 2집 앨범을 마지막으로 대중들은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었다. 
아담보다 먼저 세상에 나와 ‘세계 최초’ 라는 타이틀을 단 가상인간도 있었다. 바로 1996년 일본의 연예기획사 호리프로에서 만든 다테 쿄코 이다. 1999년에는 디키라는 예명으로 한국에 이름을 알리기도 하였지만 다테쿄코 역시 아담과 함께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게 되었다. 지금에서야 인공지능 기술과 메타버스 플랫폼 등의 발전으로 인해 가상인간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이런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되었지만, 사실 당시 컴퓨터그래픽 기술로는 아담이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또한 오로지 오프라인에 의존했던 과거에는 오히려 대중들에게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라는 이론이 거론되며 인간과 유사하지만 인간이 아닌 가상인간에 대한 혐오가 높아졌고, 기술력의 한계에 닿은 어설픈 모습의 사이버 가수 아담은 결국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지 못한 채 가상 속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뉴미디어 시대 속 가상예술가

2020년부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우리 삶에는 비대면이라는 변수가 생기기 시작하였고,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 등은 문화시설의 휴관 및 폐관, 예술가들이 설 기회들을 모두 앗아갔으며, 공연, 전시의 무기한 연기 및 취소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계 역시 비대면 형태의 프로그램들을 차차 도입하기 시작하였고 이 덕분에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며 우린 좀 더 빠르게 4차산업의 혁명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비대면이라는 변수로 생긴 피해는 연예계도 피해 갈 수 없었는데 오프라인 공연의 감소로 인해 공연 매출이 뚝 떨어졌고, 집단감염이 되지 않기 위해 개개인이 모두 조심해야 했으며, 예기치 못한 공연의 취소 등으로 경제적인 면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아야 했다. 그리고 현재 ‘비대면 시대’의 경제적 손실은 기술자들로 하여금 가상 인간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지게 하였다. 감염으로 인해 모두가 격리하는 사이,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없으며 영원히 늙지 않는 가상인간들이 세상에 나오기 시작하였고, 이들은 점차 우리 세상에 일부분이 되어갔다. 가상인간 정보 사이트인 버추얼휴먼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186명의 가상인간이 등록되어 있다고 발표하였으며, 지난해 약 2조4000억원이었던 가상인플루언서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약 14조원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인플루언서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상인플루언서 중 한명인 미국 LA에 사는 가수이자 유튜버,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릴 미켈라’는 2016년에 데뷔하였고, 앞서 말했던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만든 광고계의 블루칩 가상인간 ‘로지’ 뿐만 아니라 LG전자의 가상 인플루언서 래아킴(래아)는 ‘세계 가전 전시회 2022’에서 뮤직비디오 티저를 공개하며 뮤지션으로 전격 데뷔하였다. 이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걸그룹 에스파 역시 광야에 존재하는 가상인간 멤버 ‘아이 에스파’들이 함께 구성되어 있어 그들만의 세계관을 보여주었고, 국내 AI 그래픽 전문기업 펄스나인은 ‘이터니티’ 라는 11인조 버츄얼 걸그룹을 만들어 지난해 3월 ‘I’m Real’ 이라는 곡으로 정식 데뷔하였다. 이렇게 사람 손에서 태어난 그들은 가상에 존재하지만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종횡무진으로 활약하고 있다. 

앞으로 가상인간  

앞으로 더 많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인간과 정말 유사한 가상인간들이 나오게 될 것이고,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동료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가상인간이 넘쳐나는 지금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아래 일곱 가지 체크리스트는 인간의 가치를 찾는데 힌트가 될 것이고, 우리는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더욱더 사랑하라, 오로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두 번째, 지식보다 지혜를 탐구하라. 그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가 아닌 혜안의 싸움이다.

세 번째, 꿈을 꾸고 맘껏 상상해라, 상상은 자유이며 그들에겐 상상의 자유가 없다. 

네 번째, 경청하고 소통해라, 사람들과 형성되는 깊은 공감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다섯 번째, 삶에 목적을 갖고, 성취감을 느껴라.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가상인간과는 달리 성취는 오로지 ‘인간’ 그 자체의 몫이다. 

여섯 번째, 호기심을 가져라, 알고리즘으로 질문하는 그들과는 달리 인간은 무한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호기심을 품는다. 

일곱 번째, 이 모든 것들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해라, 사람 손에서 만들어진 가상인간들은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도 모른 채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다.